두나무&빗썸코리아 : K-거래소의 겨울나기
2008년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때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주제는 중앙집권기구에 의존하지 않고 암호학적인 증명으로 개인 간 화폐 거래를 직접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든 비트코인 뒤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유니콘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등장한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History] 끝을 모르는 겨울에 들어가다.
© 업비트
대한민국에 코인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JTBC 뉴스룸의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라는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으며 효용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재승 교수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통제하는 화폐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으며 아직 초기 단계인 이 기술을 보완하며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2021년 9월 금융위원회가 은행 실명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확보한 가상자산 거래소만 원화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으로 과점이 형성되었다.
두나무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2012년 설립되었다. 2014년 상장 증권앱 '증권플러스'를 출시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던 두나무는 2017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출시한 이후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세 차례의 비트코인 붐이 일어나는 동안 두나무는 2019년 비상장 증권앱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블록체인 서비스 '루니버스', 2021년 NFT 플랫폼 '업비트NFT'와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을 차례대로 출시했다. 2021년 증시가 호황일 때는 두나무가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루머까지 돌았으나, 2022년 IPO 열기가 잠잠해지자 상장 기대감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빗썸코리아는 업비트의 독주에 맞서 빗썸이라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2014년 설립되었다. 2015년 '빗썸'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한 빗썸코리아는 2017년 비트코인 1차 붐 당시 거래금액 기준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암호화폐 거래로 많은 현금이 생긴 빗썸코리아는 2021년 자회사 '로똔다'를 설립하여 가상자산 지갑 플랫폼 '브리또월렛'을 개발했고, 2022년 자회사 '빗썸메타'를 설립하여 3D 메타버스 생태계 '네모월드'와 자체 NFT IP '네모클럽'을 선보였다. 2020년 IPO와 M&A를 동시에 추진하다 무산된 빗썸코리아는 2022년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복잡한 지분 관계와 법적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구조조정되면서 살아남은 4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제 2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22년 5월 대한민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루나 사태'가 발발했다. 권도형 대표가 설립한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테라USD'와 자매 코인인 '루나'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바이낸스 기준 시가총액 9위, 업비트 기준 시가총액 4위였던 상당한 규모의 코인이 순식간에 무너지자 암호화폐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추가 폭락을 면치 못했다. 김치코인의 롤러코스터에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론은 사람들의 환상은 깨졌고, 가상자산 거래소는 '크립토 윈터'를 보내고 있다.
|[Business] 암호화폐를 버려야 산다.
© 빗썸
두나무의 비즈니스모델은 약 99%가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기반한다. 업비트에서는 KRW(원화) 거래 시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마다 거래금액의 0.05%가 수수료로 부과되는데 이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이다. 2020년 6월 케이뱅크와의 제휴로 손쉽게 계좌개설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다른 거래소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소수 업체들도 정리되는 과정에서 소규모 거래소의 이용자들이 업비트로 옮겨 오는 선순환에 올라탈 수 있었다.
두나무의 최대 숙제는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외에 상장 주식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지만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두나무는 UDC 2022에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를 핵심 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현재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루니버스에 기반한 콘텐츠만 지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더리움 기반의 ERC-721 등 멀티체인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출시한 업비트NFT와 세컨블록을 통해 스포츠, 아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빗썸코리아의 비즈니스모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빗썸에서는 기본적으로 0.2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거래금액 구간별로 수수료 쿠폰을 판매하여 실질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장 낮은 구간인 1000만 원 이하까지 수수료 쿠폰은 2만 원이다. 수수료 쿠폰 없이 1000만 원을 거래하면 0.25%에 해당하는 2만5천 원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수수료 쿠폰을 구매하면 0.2%에 해당하는 2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총 10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최대 0.04%의 실질 수수료율까지 내려가지만 소액 투자자에게 불리하고 혼란을 유발하는 구조 때문에 빗썸은 2020년 하반기 이후로 업비트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빗썸코리아 역시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분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빗썸코리아는 아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가 생기기 전에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2년 5월 대표까지 교체한 빗썸코리아는 가상자산 지갑, 메타버스, NFT을 신사업으로 내걸었다. 먼저 브리또월렛을 빗썸과 연동하여 게임, 아트,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가상자산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창작자들이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며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네모월드'와 각종 NFT 프로젝트를 하나로 엮어 다양한 취향과 개성을 지원하는 '네모클럽'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Performance] 가치를 매길 수 없다.
© 업비트
두나무의 역사는 2017년을 전후로 나뉜다. 2016년 매출액 15억 원, 영업손실 21억 원을 기록했던 두나무는 2017년 매출액 2073억 원, 영업이익 1304억 원으로 환골탈태했다. 2019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로 실적이 반토막 이상 났지만 2021년 매출액 3조7046억 원, 영업이익 3조2714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했다. 두나무는 5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지만 기업가치 산정이 불가능하다. 2021년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100조 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했을 때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30조 원으로 추정됐지만 현재 코인베이스 주가가 5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실적 만큼이나 롤러코스터를 탄다.
빗썸코리아도 흐름은 비슷하다. 2016년 매출액 43억 원, 영업이익 21억 원을 기록했던 빗썸코리아는 2017년 매출액 3334억 원, 영업이익 2651억 원으로 두나무보다 앞섰다. 2019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로 역성장에 돌입했지만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여 2021년 매출액 1조99억 원, 영업이익 7821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빗썸코리아는 지분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고 투자 유치 내역도 거의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빗썸코리아를 4조 원대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경영권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으로 인해 매각은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2022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가릴 것 없이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2021년 11월 6만8천 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2022년 10월 1만9천 달러 수준까지 무너져내렸다. 투자 심리가 꺾이고 투기 세력까지 빠지면서 암호화폐 거래량은 감소했고 두나무와 빗썸코리아의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폭락했다. 이처럼 암호화폐의 가격 만큼 기업이익과 기업가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두나무와 빗썸코리아를 일반적인 유니콘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연 두나무와 빗썸코리아는 겨울나기를 마치고 유니콘의 뿔을 되찾을 수 있을까?
|[Competition] 적은 외부에 있다.
© 빗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서열정리가 확실하게 정해진 듯하다. 2021년 기준으로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가 7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빗썸코리아가 운영하는 빗썸이 17%의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코인원이 4.5%, 코빗이 0.4%, 고팍스가 0.1%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끼리 점유율을 뺏어오려는 시도도 있지만, 암호화폐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선 지금은 오월동주하는 심정으로 혹한기를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도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경쟁은 당분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진짜 적은 정부와 중앙은행이다. 2019년 두나무와 빗썸코리아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것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때문이었고 앞으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와의 전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국가가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폐지하는 것이 두나무와 빗썸코리아의 최대 리스크이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는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최근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루나 사태' 수수료 수입 및 투자자 기만 논란으로, 이재원 빗썸코리아 의장은 '아로와나 코인' 상장 지시 및 시세 조작 의혹으로 국정감사에 소환되었다. 거래소만 잇속을 챙긴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가상자산 거래소에 다시는 봄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별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에는 '암호화폐=비트코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비트코인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더리움이 '더 머지(The Merge)'라는 업데이트를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아성을 깰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었다. 앞으로 몇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안과 효율을 강화하면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뛰어넘고 응용기술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더리움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많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 빗썸
비트코인 논쟁은 현대판 종교 전쟁이다.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탈중앙화를 통해서 화폐 시스템이 안정될 수 있고, 비트코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블록체인을 응용한 다른 기술이 발전하여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지 1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실생활에서 사용되지 않을 만큼 가치가 없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도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아직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암호화폐에 대한 본인만의 관점을 견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30년 후의 자신이 2022년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암호화폐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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