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공모주도 다시 보자 "
발상을 뒤집어 공모주를 활용하는 3가지 투자 전략
19세기 중후반 미국 캘리포니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까지 금광을 채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서 몰려들었다. 금맥을 발견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도 분명 있었겠지만, 금맥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한 사람당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는 매우 작았다. 골드러시는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그만큼 적다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래서 오늘은 한 차례 붐이 지나가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공모주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대형우량주도 반토막이 나는 마당에 공모주가 웬말이냐 할 수도 있지만 꺼진 공모주도 다시 볼 때가 됐다. 역발상으로 공모주를 활용하는 투자 전략 3가지를 소개한다.
|1. 공모주도 중고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공모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의 2배 밑으로 시가가 형성되고, 시가를 기준으로 -30%부터 +30%까지 움직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모가의 2배로 시가가 형성되면 '따블', 공모가의 2배로 시가가 출발해서 상한가로 종가가 마감되면 '따상'이라고 부른다. 물론 공모가의 2배로 시작했지만 하한가로 끝나는 '따하(따블+하한가)'도 존재한다. 즉, 공모주가 '따블'로 시작하면 우선 100%의 수익률이 확보되는 것이고, '따상'과 '따하' 사이에서 하루 최대 160%부터 최소 40%까지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따상'을 넘어 '따상상'을 기록하면 238%, '따상상상'을 기록하면 339.4%라는 꿈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2020년 공모주의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쇼크로 증시가 바닥을 찍고 V자로 반등하면서 7월 SK바이오팜, 9월 카카오게임즈, 10월 빅히트(하이브로 사명 변경)라는 조 단위 대어가 IPO 시장에 튀어나왔다. 2021년은 공모주 전성시대였다. 무려 5건의 십조 단위 대어(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가 쏟아졌다. 2022년 공모주가 절정을 찍었다. 첫 번째 타자로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수많은 공모주 시장의 역사를 갈아치우며 무려 100조 원이라는 시가총액으로 코스피 2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로 증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물적분할 논란까지 거세지면서 공모주는 외면받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공모주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2020년에 상장한 공모주는 내년 3월 세 번째 사업보고서가 나온다. 즉, 공모주의 3년 성적표가 쌓이는 셈이다. 고등학교 3년 성적으로 대학교가 결정되듯 공모주의 3년 성적은 앞으로 이 기업이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을지를 가늠케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모주가 약속했던 비전을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모주는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시장에 데뷔하기 때문에 기대에 조금만 미치지 못해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심지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아진 종목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몇 년 전에 놓친 공모주를 중고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2. 공모주의 수혜를 간접적으로 입을 수 있다.
2022년은 주식 투자자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전쟁이 실제로 발생했고, 탈세계화와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등 터진 새우 꼴이 되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3000과 1000이 깨진 것은 오래 전 일이고, 2000과 600을 겨우 지지하고 있다. 전체 증시가 침체기를 겪다 보니 공모주 시장도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IPO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IPO 자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국내 IPO 시장도 약 13조 원을 혼자 쓸어담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2020년과 2021년에 비해 처참한 수준이다.
2022년 IPO를 앞두고 있던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기 시작했다. 상반기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SSG닷컴이 차례대로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쏘카가 기업가치를 1조 원 밑으로 낮추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상장을 강행했지만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가까이 하락하자 컬리, 케이뱅크, 교보생명은 연내 상장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조 단위 대어가 최소 10개는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연초와는 달리 현재는 5개도 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어렵사리 상장에 성공한 기업조차도 피바람이 부는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보다 넓은 관점에서 공모주 투자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전략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새롭게 시장에 등장하는 공모주는 꿈은 크지만 실제로 보여준 게 거의 없다. 그리고 그동안의 성장 속도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때 가치 산정이 어려운 공모주를 피해 오랫동안 시장에서 거래된 상장 주식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서로 점유율을 뺏고 뺏기는 경쟁 관계라도 공모주가 주목받을 때에는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업종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적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공모주 대신 안전 마진이 확보된 상장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공모주의 수혜를 간접적으로 입는 방법도 떠올려보자.
|3. 공모주란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말이 되면 배당주에 수급이 몰려 주가가 오르는 것처럼 공모주도 연말이 제철이다. 주식 시장에 상장되는 것 자체가 많은 기업가들의 꿈이기도 하고, 소위 테슬라 상장이라고도 불리는 코스닥 특례상장을 하기 위해 공모가를 낮춰서라도 연내 상장을 강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또한 몸집이 작은 중소형주는 공모금액 자체가 크지 않고 원래부터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만 참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시장 유동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다. 다만 아무 공모주에 투자한다고 돈을 번다는 뜻은 아니다. 중소형주 IPO 시장은 될 놈만 되는, 구체적으로는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는 종목들만 잘나가는 아주 냉정한 시장이다.
올해 4분기도 IPO 시장은 성수기를 맞이했다. 10월에만 13 종목(스팩, 리츠 제외)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으로 덩치가 가장 큰 탑머티리얼의 시가총액이 3000억 원이 채 되지 않고, 공모금액을 전부 합쳐도 3000억 원 미만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다. 한편 11월에는 리듬댄스게임 '오디션'을 개발한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유명한 밀리의서재를 비롯하여 16 종목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바이오 콘텐츠와 동물용 진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바이오노트는 예상 시가총액이 2조 원 가까이 되는 주목할만한 하반기 대어이다.
소액으로 공모주 투자를 경험해보는 것도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사실 공모주 투자는 자본금이 크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 적합한 투자 전략이다. 소액으로는 아무리 '따상'을 기록하더라도 큰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주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잘못된 인식을 빨리 깨길 바라는 마음에 중소형 공모주 투자에 참여해보길 권장한다. 어떤 종목에서는 돈을 벌겠지만 또 어떤 종목에서는 돈을 잃으면서 노력 대비 성과가 크지 않음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중소형 공모주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몸소 체험하며 공모주란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수업료라고 받아들이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기업, 혁신적인 서비스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시장에 공개되고, 그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에서만 가능한 축복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짧은 기간 동안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공모주 투자가 한때 유행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IPO는 기업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에게는 IPO가 뜻깊은 역사의 한 줄이 되겠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금맥으로 사람을 홀리는 골드러시에 불과하다. 골드러시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금맥을 캐러 가는 사람들 옆에서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았던 사람이란 것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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