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주가만 빼고 다 오른다
SUMMARY
- 시중은행이 추가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어 하락세인 은행 주식
- 세계에서 은행 수 1위인 미국에서는 몇 년 사이에 1,000개나 감소
- 분기 배당주로 전환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은 강화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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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4대 금융 지주의 상반기 실적이 모두 발표되었습니다. 올해 초 우려되었던 것과 다르게 2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이 또 이어졌습니다.
반면 연초 이후 주가는 하락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한다는 소식과 함께 상반기 4대 금융 지주의 실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은행이 또 생긴다? 정부에서는 올해 2월 ‘은행권 TF’를 출범시키며 은행의 과점체계를 손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2월 22일 ‘은행권 제도 개선 TF 회의’(1차)를 시작으로 은행의 진입장벽을 낮춰 새로운 은행을 메기로 도입하여 은행 간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죠.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문구가 보입니다.
이 문장을 제가 생각하는 한 줄로 요약하면 ‘은행이 돈을 너무 잘 벌어서 배 아픈 사람들이 많다’입니다. 그래서 가만두지 않고 경쟁을 시킨답니다.
© 금융위원회
결국 7월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점 체계를 깨기 위해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죠. 현재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바뀌는 점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 지방은행은 정해진 권역에서만 지점을 개설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은 전국으로 가능
- 자본금 조건: 시중은행은 1000억 원 이상, 지방은행은 250억 원 이상
- 지분 한도(동일인 보유); 시중은행 10%, 지역 은행 15%
큰 차이는 영업 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저는 ‘과점’이라는 표현이 이상합니다. 우선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과점(寡占): 몇몇 기업이 어떤 상품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상태
대한민국에 은행이 과연 몇 개 존재할까요? 4대 금융 지주(KB, 신한, 하나, 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3대 인터넷은행(카카오, 케이뱅크, 토스 뱅크)이 생긴지도 몇 년 안되었고, 6개의 지방은행(대구, 부산, 경남, 광주, 전북, 제주), 5개의 국책은행(KDB, IBK, 한국수출입, SH수협, NH농협)까지 포함하면 이 작은 나라에 수십 개의 은행이 존재합니다.
거기다 인터넷의 발달로 영업점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저도 서울에 살지만 지방은행 1곳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으니 말이죠.
미국 은행은 몇 개나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의 은행 개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많은 4천 개의 은행이 존재하며, 2위 러시아도 약 400개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에 미국 은행들의 연쇄부도과 관련된 소식을 접하지 않았나요? 벌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건 아니겠죠?
여기서 신기한 숫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미국 은행 개수는 몇 년 사이에 1,000개가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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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112개가 넘던 은행이 작년 기준 4136개로 6년 만에 1천 개가 사라졌습니다. 이게 과연 이상한 일일까요?
은행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인수합병과 파산 등으로 줄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죠.
숫자 줄어드는 게 당연한 상황 예를 들어 지금의 4대 금융 지주 중 하나인 하나은행을 살펴봅시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시작되어 1991년 은행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한국투자금융은 국내 최초의 비은행 금융기관이었죠. 이후 1998년 6월 충청은행을 흡수합병하고, 1999년 보람은행을 인수했습니다.
2002년에는 서울은행과 합병하고 2015년에는 외환은행까지 합병하여 KEB하나은행이 된 후, 2020년 KEB라는 명칭을 뺀 지금의 하나은행이 되었습니다. (KEB: Korea Exchange Bank, 외환은행)
현재까지 총 5개의 은행이 흡수합병되어 1개의 은행이 되었습니다. 합체 로봇 같은 느낌도 납니다.
과거를 살펴보니 은행이 몇 개 안 남은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다 망하거나 합병하면서 없어졌는데 이제 와서 은행 숫자가 적다고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은행을 더 만든다는 상황이니 은행의 역대급 실적이 나왔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말과 함께 금융 지주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부터 또 하락세입니다.
*관치금융: 국가의 행정 기관이 민간 금융의 인사나 자금 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일
역설적이게도 2분기까지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으니 올해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리딩뱅크 경쟁은 치열 매년 KB/신한의 리딩뱅크 경쟁은 치열합니다. 2019년, 2022년에는 신한이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KB금융이 1위로 실적 차이를 벌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4대 금융 지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히 4대 금융 지주에 올해는 우리금융이 빠지고 NH농협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죠. NH농협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 7058억 원으로 반기 실적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우리금융은 1조 6134억 원으로 5등으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군요.
각 은행들의 실적을 간단하게 요약해 봅니다.
그룹 |
당기순이익 |
총 영업이익 |
KB금융 |
2조 9967억원 |
8조 6568억원 |
신한금융 |
2조 6262억원 |
7조 3005억원 |
하나금융 |
2조 209억원 |
5조 7773억원 |
우리금융 |
1조 5386억원 |
5조 240억원 |
합계 |
9조 1824억원 |
26조 7586억원 |
|1등 KB금융
KB금융은 1,2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아슬아슬하게 3조 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전년 동기 대비 12.2%의 당기순이익 성장으로 2022년에도 사상 최대였던 실적을 또 한 번 갱신하게 되었죠.
내년 이맘때쯤에는 ‘상반기 3조 원을 벌었다’라는 뉴스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 KB금융 IR
- 잘한 점
분기 배당 총 2000억원(1주당 510원)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총 3000억 원을 발표했습니다. 2분기에만 5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들 입장에서는 환호할 소식입니다.
거기다 모든 면에서 4대 금융 중 1등이라고 할 만합니다.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전년 대비 177%나 증가한 1조 3195억 원으로 금융 지주 중에 가장 우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쉬운 점
현재 실적으로는 압도적인 1위지만 하반기는 다시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분기 신한금융이 8000억 원 순이익이 예상되어 KB금융(6900억 원)보다 1000억 원 이상 차이가 날 전망이기 때문이죠. 리딩뱅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집니다.
·시가총액: 20조 4984억 원
·PER/PBR: 4.69 / 0.36
·배당금: 510원 (2분기)
|2등 신한지주
이번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히 23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 62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 6824억 원 대비 -2.1%를 기록했습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서라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
© 신한금융 IR
- 잘한 점
올해 1,2분기 525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전년도 대비 31.25%나 증가한 수치로 여전히 분기 배당주로 손색이 없습니다.
거기다 MZ 세대 대상 마케팅도 꾸준히 잘하고 있습니다. 금융 플랫폼(신한SOL, pLay, 알파, 스퀘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5만 명으로 4대 금융 중 1위입니다.
- 아쉬운 점
수수료 수익이 전년도 1조 3628억 원 대비 8% 감소한 1조 2527억 원입니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는 이번 상반기는 KB와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시가총액: 18조 1940억 원
·PER/PBR: 4.01 / 0.35
·배당금: 525원 (2분기)
|3등 하나금융지주
분기 배당주로 전환하면서 역설적이게도 2분기 배당금은 줄었습니다. 전년도 800원 대비 200원이나 감소했습니다.
물론 반기배당주에서 분기 배당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니 조삼모사지만, 갑자기 작년 이맘때보다 배당금이 줄어든 것 같은 착시현상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 하나금융 IR
- 잘한 점
최소한 ‘이자 장사로 돈 벌었다’는 소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반기 최대 실적을 견인한 부분 중 비이자 이익 수익이 1조 3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4620억 원 대비 196%나 증가했습니다.
- 아쉬운 점
비은행 부분 기여도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1년 32.9%에서 이제는 14.4%까지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고, 증권, 캐피털, 카드 등 나머지 부분의 실적이 감소 중입니다. 특히 하나증권은 2분기 당기순이익 -48억 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시가총액: 11조 2147억 원
·PER/PBR: 2.99 / 0.29
·배당금: 600원 (2분기)
|4등 우리금융지주
이번에 4대 금융 지주 중에서 가장 아쉬운 성과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4대 금융 지주에 들지 못하고 NH에 밀리면서 실제로는 5등이 되어버렸습니다.
© 우리금융 IR
- 잘한 점
올해 2분기부터 처음으로 분기 배당주가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4대 금융 모두 분기 배당주가 되면서, 1주당 18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아쉬운 점
당기순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3.2%로 2분기 1,61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거기다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비이자 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상반기 누적 61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배당금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2분기 자사주 소각은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분발해도 되지 않을까요?
·시가총액: 8조 3145억 원
·PER/PBR: 2.59 / 0.28
·배당금: 180원 (2분기)
KB/하나 맑음, 신한/우리 살짝 흐림 당기순이익 기준 KB/하나는 증가, 신한/우리는 소폭 감소했습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12%나 감소했으니 실적 기준으로는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이제 국내 4대 은행 모두 분기 배당주가 되었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도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배당금도 몇 년 간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실적, 배당, 주주환원 모두 올랐습니다. 유일하게 안 오른 건 딱 하나 ‘주가’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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