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로 전세계 투자금이 몰린다
SUMMARY
- 고금리 시기에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지만, 환경 관련 사업에는 여전히 거대한 자금 유입 중
- 전 세계 80개가 넘는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이 존재하나 한국은 여전히 0개
- 비상장 직접 투자보다는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역발상 투자 제안
© istock
최근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라는 단어는 10년, 20년 전에도 많이 나왔지만, 요즘처럼 환경과 돈을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시기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탄소중립부터 시작해서, RE100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나오며 이제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글로벌 각국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데 우리도 이 흐름에서 돈을 벌어보고 싶지 않나요?
기후 테크란? 기후 테크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뜻합니다.
크게 2가지 분야로 구분되는데 1. 온실가스 감축 기술 2. 기후변화 적응 기술입니다.
보통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등이 포함되며, 기후변화 적응에는 해양, 폭염,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기후테크의 주요 분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
-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기술
- 기후변화 적응 기술: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
다만 아직 전세계에서 초기 논의 단계로 관련 국제표준이 확립되었거나 대표적인 국제기구 등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 CTis (Climate Technology Information System)
국내에도 이미 2018년부터 CTis라는 글로벌 기후 기술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포털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기술 등록 현황을 확인하거나 통계분석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기후 테크 분류체계를 크게 14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 CTis
재생에너지, 온실가스부터 산림 육상과 건강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죠?
이름만 봐도 지구와 우리의 미래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분야들이라는 걸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너무 막연하고, 정확한 업종을 확정하여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온실가스를 제외하면 조금씩 다른 분류가 보이기도 합니다.
©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기후 테크를 5대 분야(클린 · 카본 · 에코 · 푸드 · 지오테크)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계획은? 정부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립하여, 2030년까지 무려 145조 원 규모를 투입하여 관련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올해 6월 22일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유니콘기업 10개, 수출 규모 100조 원, 신규일자리 10만 개 창출하겠다는데 솔직히 조금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아 보이죠?
© 산업통상자원부
2023년 대한민국 전체 예산이 639조 원입니다. 2030년까지 앞으로 7년간 145조 원을 쓰려면 1년에 20조 원씩은 투자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번에 R&D 관련 예산 축소가 현실화되면서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산은 18.3조 원이 되었습니다.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기후변화 대응에 실제로 돈을 투자하기는 합니다. 다만 정부에서 발표한 것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죠.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4년 예산안
실제로 내년에 들어가는 비용은 1,620억 원입니다. 연간 20조 원이라는 정부 발표와 현실은 거리감이 있으니 꼭 이점은 참고하면서 투자해야 합니다. 저는 ‘기후테크가 거짓말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145조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은 민간투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 언론, 증권사의 각종 리포트에 대해서 대충 보기보다는 숫자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움직이고 있고 어디까지나 한국은 패스트팔로워 전략 즉,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매체에서 접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2030년까지 3,690억 달러 (약 480조 원)을 투입해서 미국 내 물가 상승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전기차 세금 문제로 더 와닿는 편입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아니라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북미산 부품 또는 광물을 쓰지 않으면 세액공제 (사실상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환경보호의 목적보다 사실상 자국 산업 보호법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 유럽 탄소중립 산업법(NZIA)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후속 조치 형태로 탄소중립 산업법(NZIA, Net-Zero Industry Act)가 제안되었습니다.
태양광, 배터리, 풍력, 바이오매스(Biomass) 등 탄소중립 관련 산업의 육성과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합니다.
여기에는 총 8개의 대표 분야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 European Commission Factsheet
어디까지나 아직 제안(Proposal) 상태로 실제 법안 발표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산업 육성과 투자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후테크 유니콘기업? 우리 정부의 발표를 보면 앞으로 기후테크 관련 유니콘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등 15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합니다. 반면 미국(629개), 중국(173개), 인도(68개) 등 상대적으로 성장하는 국가일수록 그 수가 훨씬 많죠.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Holon IQ에 따르면 2023년 초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 83개의 기후테크 유니콘기업이 존재하며 총가치는 1,8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체 리스트는 해당 사이트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Holon IQ
아쉽게도 이 중에서 대한민국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 미국과 중국 기업들로 주로 에너지, 태양광, EV 충전과 관련된 분야의 기업입니다.
내가 아는 기업이 없다 83개의 유니콘 기업 중에 혹시 아는 이름이 몇 개나 보이시나요? 기업규모는 조 단위로 상당히 크지만, 미국이나 중국 기업 중에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너무나 생소합니다.
저는 겨우 딱 2개 정도만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네요. 더군다나 ‘유니콘’은 ‘비상장’입니다. 만약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나면 그건 더 이상 환상의 동물이 아니고 현실이 됩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가 미국/중국의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건 꽤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죠? 수천수만 개의 상장기업들을 놔두고 이렇게까지 어렵게 투자하는 건 개인투자자 개미들이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최근에는 서울거래비상장 또는 증권 플러스 비상장 어플 등을 활용하여 주식거래는 가능합니다.
전문가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투자자라면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상장기업 중에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곳으로 관심을 가져봅시다.
투자를 ‘하는’ 기업에 투자할까?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
1. 기후테크 산업이 앞으로 유망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2. 한국에 마땅히 좋은 기업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3. 더군다나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에는 우리의 정보량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봅시다. 전 세계 투자 규모가 엄청나다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투자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기업’에 투자해 보는 아이디어는 어떤가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Holon IQ
- 골드만삭스(GS)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2021년 발행했던 지속가능채권 중 무려 3분의 1이 기후변화 분야였습니다.
작년 11월에도 탈탄소 기업에 집중투자 하는 사모펀드를 출시했는데 이게 10억 달러 (약 1.3조 원) 규모였습니다. 얼마 전에도 추가로 기후와 환경기술산업에 투자하는 16억 달러 (약 2조 원)의 사모펀드를 추가로 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지속 가능 투자 책임자인 켄 폰타렐리는 ‘우리가 찾는 투자처는 업계의 지속 가능 목표 달성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참고로 올해 초에는 6.5조 원의 엄청난 규모로 제1호 그로스 펀드를 결성하면서 AI, 물류 로봇, 사이버보안, 의약품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 웰스파고(WFC)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2014년부터 기후테크 기업 지원프로그램인 IN2(Innovation Incubator)를 출범하면서 상업용 빌딩의 에너지소비를 개선하는 기후테크기업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국립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저탄소 미래 분야에 투자합니다. 현재까지 72개 포트폴리오 회사 중 11개 회사가 인수합병되면서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이력이 있습니다.
-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MUFG)
일본 최대 은행인 MUFG는 캐나다 개발 대출기관 등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비 투자를 위한 15억 달러 규모의 플랫폼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가이아(GAIA)라는 이름의 이 플랫폼은 재생가능 에너지, 저탄소배출, 수자원, 폐기물, 농업 등의 분야에 대한 대출 위주로 달러/개발도상국 현지 통화를 연계한 장기대출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여전히 일본기업들은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동남아 국가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가짜 환경보호 그린 워싱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단어를 알고 계신가요? 그린워싱은 실제로 환경보호 효과가 없거나 관련도 없는데 허위로 과장광고를 하는 ‘가짜 친환경’을 말합니다.
많은 기업이 ESG부터 재생 에너지사용 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래야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저기서 보이는 비건 마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연구소가 발표한 ‘기후소송 글로벌 트렌드2023’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전 세계에서 2,341건의 그린워싱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합니다. (관련링크)
이 중, 최근에는 기후 워싱 (Climate Washing) 소송도 증가했다고 하죠. 최근 2년간 53건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기후워싱이란 그린워싱 중에서도 기후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역시 워낙 투자금이 몰리는 분야이다 보니 가짜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들이 많아질 수밖에요. 특히 기후테크와 관련된 투자가 늘면 늘수록 가짜 기후테크에 대해서도 반드시 신경 써야겠습니다.
앞으로 국내에도 기후테크 관련주로 몇몇 기업들이 등장할 겁니다. 터무니없이 금액을 부풀린다거나 허황된 계획을 세우는 기업은 반드시 주의해서 투자하도록 합시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