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량의 비트코인 소유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테슬라’ 대규모 손실 우려
올해 들면서 내림세로 돌아선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5월 테라(Terra)-루나(Luna) 사태에 이어 6월 초 대형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셀시우스 네트워크(Celsius Network)의 대출금 지급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BTC)과 2위 이더리움(ETH) 가격이 각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만 달러와 1천 달러를 하회하기도 하는 등 투자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바이낸스 BTCUSDT 일간 시세
출처: 트레이딩뷰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12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출 프로토콜이 여럿 있으며, 이들은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이나 대출 상품 또는 기타 유사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거의 흡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들이 고객과 약속했던 정상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암호화폐 생태계 내 가장 건전한 프로젝트에도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할 정도로 시장 구조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 다른 테라(Terra)급 사건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조성했고, 6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높은 기준 금리 인상 우려감과 함께 시장 하락 구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연초 대비 비트코인의 가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 앉은 상태에서, 지난 2020년 이후 자사의 사내 유보금을 재무 다변화 및 여러 가지 목적으로 비트코인에 적극 투자했던 기업들은 기업 보고 방침에 따라 이를 분기 실적 발표 시 발표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주요 상장기업의 비트코인 보유 현황에 대해 분석해 보고, 비트코인 폭락이 이들 주요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올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글로벌 상장기업의 비트코인 보유 현황은?
전 세계 비트코인 보유 기업 및 단체의 정보를 추적하는 사이트인 비트코인 트레저리스넷(Bitcoin Treasuries)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6월 20일 현재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 기업은 미국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129,218개)와 테슬라(TSLA, 43,200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두 기업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 수량은 비트코인 총공급량인 2,100만 개의 약 0.83%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상장 기업 Top10
출처: 비트코인 트레저리스넷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상장 기업 전체 보유량의 58.1%로 독보적인 수량을 가지고 있으며, 테슬라 역시 19.4%를 확보하면서 두 기업이 확보한 수량이 전체의 약 77.5%에 달하고 있습니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이들 두 기업과 결제 솔루션 회사인 블록(구. 스퀘어)을 제외하면 암호화폐나 블록체인과 관련한 기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상장 기업 Top10의 보유 비중
출처: 비트코인 트레저리스넷
| 공격적인 비트코인 투자를 진행해 온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와 테슬라(TSLA)의 현황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테슬라의 경우 최근 비트코인 시세 하락으로 매수 가격 대비 각각 13억 1000만 달러(약 1조 6,883억 원), 6억 1213억 달러(약 7,889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2022년 6월 20일 기준 비트코인 보유 40대 상장기업 현황
출처: 비트코인 트레저리스넷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올해 1분기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지난 3월 실버게이트 은행으로부터 자사 보유의 비트코인을 담보로 2억 500만 달러를 빌려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분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실적 발표 요약에서 발췌
출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실적 발표 자료(EDGAR)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자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한 기사가 있었는데, 바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마진 콜(margin call, 추가 증거금 요구) 설’입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지난 5월 실적 발표 현장에서 퐁 레(Phong Les) 사장 (발표 당시 CFO)은 “마진 콜을 당하려면 현 가격의 절반인 2만 1천 달러(2,710만 원)까지 하락해야 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이후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하자 이를 근거로 언론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마진 콜 상황에 직면했다’고 추정하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는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마진 콜을 받지 않았고 마진 콜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당하더라도 추가 제공할 담보물이 충분하다”라면서, “변동성을 예상하고 역경이 있더라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대차대조표를 재구성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마이클 세일러 CEO
출처: 블룸버그
이 부분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내려갈 경우 은행으로부터 추가 증거금을 요구 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위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담보로 제공한 비트코인 개수가 19,466개로, 이 회사가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 개수인 129,218개의 약 15%에 불과합니다. 즉, 은행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게 되더라도 기존 보유 물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안정적인 경영에 대한 시장의 신뢰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극적인 변동성을 좋아할 투자자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 역시 비트코인 하락으로 대규모의 장부상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43,20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가는 34,722달러로 추정되며, 현재 시세(2만 달러)를 감안하면 약 6억 1,213억 달러(약 7,889억 원)의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이는 테슬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27억 8,900만 달러)의 21.94%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테슬라의 연간 보고서(10-K)에서 발췌
출처: 테슬라 실적 발표 자료(EDGAR)
다만 테슬라는 지난해 5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당시, 한 차례 대규모 매도를 감행하며 투자자의 맹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이 약 1억 2,800만 달러였고, 6월 20일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약 6,736억 달러) 중 비트코인 손실액은 0.1%에 불과하므로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투자액이 시가총액(18억 달러)의 140%에 달해 그야말로 본업인 모바일 장비 테스트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아닌 비트코인 투자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테슬라의 분기 보고서(10-Q)에서 발췌
출처: 테슬라 실적 발표 자료(EDGAR)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아니면서 비트코인 투자에 앞장섰던 기업으로 블록(Block, 구 ‘스퀘어’)이 있습니다. 이전에 스퀘어로 알려졌고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수장을 맡고 있는 블록(Block)은 2022년 3월 31일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의 공정가치가 3억 6,550만 달러라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보유물량은 총 8,030개인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블록의 분기 보고서(10-Q)에서 발췌
출처: 블록 실적 발표 자료(EDGAR)
또한 총 장부 금액이 1억 4,900만 달러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비트코인 당 평균 구매 가격이 약 18,556달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기업 공시 보고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가격과 데이터 제공 사이트가 일괄로 제공하는 정보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해 보입니다.) 블록의 경우 비트코인 매입단가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지금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블록의 경우 비트코인을 자사 서비스 내 결제 수단으로도 채택하고 있으므로 단지 투자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 기업들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위에 언급한 비트코인 투자 기업들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더 하락하더라도 보유 중인 자산가치 및 기업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다른 제약 조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여집니다.
| 올해 하반기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먼저 소위 큰손(‘고래’)으로 불리는 채굴업자들이 상당한 규모의 비트코인을 거래소로 옮기고 있는 점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온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지난 15일 비트코인 채굴자 지갑에서 거래소로 입금된 비트코인 물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BTC Miners to Exchange Flow'가 9,476개로 최근 7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지표가 증가한다는 것은 채굴자들이 앞으로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여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러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으며, 한번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그러한 추세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BTC Miners to Exchange Flow 지표
출처: 글래스노드
이와 같은 채굴업자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바로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인데요, 최근 비트코인의 채굴 수익성은 최고점 대비 75% 이상 하락했으며, 현재 비트코인의 해시 가격은 $0.0950/TH/day로 2020년 10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비트코인 채굴 장비는 비트코인 가격이 21,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수익성이 떨어져 폐쇄될 위험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Bitcoin Hashprice Index
출처: 글래스노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경기 침체 전망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자사 주최 금융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50%에 가까워졌다고 언급하기도 헀습니다. 또한,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발표했고,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경기 침체의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거시 경제 여건에서도 시장 일각에서는 오는 7월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s,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암호화폐 시장의 대형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중국의 봉쇄조치가 풀리면서 우리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이든 주식시장이든 상승 추세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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