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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준의 실기, 2022년까진 금리인상

Summary

- 예고된 인플레이션에 늦장 대응하여 전 세계 피해를 야기한 미 연방준비제도

- 물가를 잡기 위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 2022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계속될 전망

- 경기는 순환되기 때문에 저물가·저금리 시대를 대비해 투자할 필요성

 

© iStock

 

이미 떠나간 버스를 탓해야 무슨 소용일까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면 올해와 같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사태는 없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이런 아쉬움을 갖고 운을 떼어봅니다.

전 세계 초미의 관심은 '연준이 언제까지 기준금리를 올릴까'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 위기가 일어나겠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예고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상반기에 나타났고 지난달에는 미 국채 10년물과 3개월간 금리가 역전되는 일마저 발생했습니다. 비교적 장기채로 꼽히는 10년물보다 단기채에 속하는 3개월물 금리가 더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는 '현재 단기 자금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과 3년물 국채 스프레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 쇼크 위기가 고조되던 2020년 2월 이후 다시금 2022년 10월에 나타났다. © 연합인포맥스

 

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미 연준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습니다. 6월, 7월, 9월에 이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연방기준금리는 3.75~4.0%가 됐습니다. 미국 금리가 4%대를 돌파한 것은 2008년 1월 금융위기 이래 처음이며, 한 번도 안 쉬고 제로금리에서 4%까지 기준금리를 올렸던 것도 유례없던 일입니다.

 

최근 1년 미국 연방기준금리 추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렇게까지 급박하게 올린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 약발이 제대로 받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0월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2% 오르면서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더 커지게 됐습니다. 한미 금리차 확대와 통화 긴축 정책의 지속은 외국 자본 유출을 확산시킵니다. 또한 달러값 오름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우리나라에 강한 물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각국이 경기 침체를 계속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연준이 '빠른 금리 인상이 경제에 타격을 줄지 지켜보며 향후 금리인상 폭을 조절하겠다'라는 신호를 보낸 점입니다. 이번에도 목표는 '인플레이션 2%'였습니다. 인플레이션 2% 시점이 된다면 기준금리 인상도 멈추겠다는 뜻이죠. 사실상 '포워드 가이던스'였던 이 성명 덕에 시장에서는 그나마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금리 인상,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과연 언제까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키포인트는 '인플레이션 2%'입니다. 이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2%라는 얘기입니다. 1년간 2%정도 올라야 '전년 동월 대비 2%'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매월 0.16%(단순 계산으로) 이하로 물가가 올라야 가능합니다.

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매월 물가 상승률이 0.16% 선에 접근한다면 그때부터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줄어든다던가' 혹은 '한차례 쉰다던가' 하는 타이밍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0~0.25%였던 연방기준금리를 0.25~0.5%로 높였습니다.

다음은 미국 내 '도시기준 CPI'입니다. 제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 CPI 데이터 중 세세하게 얻을 수 있는 게 '도시기준 CPI'인지라 이걸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전월대비 도시 CPI 상승률 추이.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처럼 2021년 3월부터 미국 내 대도시 물가는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연준은 2022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 도시기준 CPI 상승률은 1.32%를 기록했습니다. 1년이 아니라 한 달 동안 1.32% 올랐습니다. 미국이 장기 침체를 우려하던 2020년 인플레이션 평균 목표치가 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치솟는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입니다.

치솟던 물가는 4월 들어 0.56%(한 달 기준)로 꺾였습니다. 3월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었죠. 하지만 5월 들어 다시금 도시기준 CPI 상승률이 1.09%로 올라섰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은 '정도껏 올려봐야 소용없다'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전에는 '기준금리 올린다'라는 으름장만으로도 시장에서 반응이 왔는데, 이젠 실제로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별 효과가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이후 자이언트 스텝이 효과를 내긴 했습니다. 7월 월간 인플레이션은 -0.01%를 기록했고 8월 들어 -0.04%를 나타냈습니다. 9월엔 0.21%를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이자 연준이 또 가차 없이 자이언트 스텝을 날렸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이번 인플레는 아무리 봐도 연준 탓이다 자이언트 스텝이 효과를 내고 있는 데다 경기 악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연말 시즌에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또 한 번 밟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정해 봅시다. CPI가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정체된 수준이라면, 연말에 기준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기준금리 인상은 언제쯤 멈출까요?

아래는 미국 도시 CPI가 9월 이후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작성한 그래프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가 얼마나 상승할지 예상한 것입니다. 도시 CPI가 글을 작성하는 기준 시점(11월 8일) 발표되지 않았기에 최종 9월 수치를 대입했습니다.

 

오렌지색은 가정치. CPI가 9월 이후 변함없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계산한 상승률

 

11월에 미국 도시 CPI가 6% 상승률로 하락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인상 폭을 0.75%에서 0.5%로 낮출 수 있습니다. 0.25%로 인하 폭을 조정할 수 있지만, 연말에 보통 물가 상승이 높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섣불리 0.25%로 인하 폭을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내년도 4월에 2%대(전년 동월 대비)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5월에는 1%대로 줄어들게 됩니다. 내년 상반기 4월 정도까지 0.25%포인트 금리 상승을 하는 선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렬도 끝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 연방기준금리가 5%까지 능히 올라갈 것 같습니다. 우리로서는 마음의 준비를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실기는 연준이, 피해는 전세계가 전 세계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온 일본은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폭락을 걱정합니다. 그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기만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죠.

 

© 달러-엔화 환율 추이

 

이처럼 미국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자기 집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다지만, 전 세계 각국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연준의 실기(때를 놓침)와 판단 미스가 더 큰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세계 각국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미국 연준이 사전에 막거나 혹은 그 정도를 줄일 수 있었는데 '경기 회복 분위기를 망칠까 봐' 주저하다가 기준금리 인상의 때를 놓쳤습니다.

앞선 통계만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2021년 4월부터 인플레이션 경고등은 켜졌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장기채를 중심으로 2020년 말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장기채 금리의 상승이 그 예입니다.

이때도 연준은 '테이퍼링' 정도를 운운하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지언정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시기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고 기준금리를 높이는 액션에 나섰다면 인플레이션이 들불처럼 퍼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연준은 2022년 2월 물가 상승률이 7%를 넘고 나서야 기준금리를 찔끔(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릴 타이밍도 적절히 올려야 하는 폭도 놓친 것입니다.  

 

그래도 기대할 게 있다면 연이어 악재가 계속되다 보면 보잘것없는 호재에 호응하게 됩니다. 연말을 앞두고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걱정했던 만큼 경기가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대만해협 내 긴장 완화 등의 호재가 잇따른다면 잠시나마 전 세계는 공급 불안의 숨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경제지표가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기대할 게 있다면 '경기는 순환된다'입니다. 고물가·고금리 사회를 사는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저물가·저금리 사회를 대비할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하게 쌓였던 시장 내 현금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 분쟁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장기 디플레이션을 걱정했습니다. 만약 지금의 유동성이 흡수돼 빠져나간다면 오히려 물가 하락 국면을 걱정할지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떨어진 우량주, 금리가 높게 올라간 우량 회사채나 국고채 등을 매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채권 금리는 6%대까지 올라간 상황입니다. 향후 10년 내 다시 못 받을 수준의 금리일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 센터. 채권 수익률이 1년 사이 배 가까이 올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 센터

 

이게 왜 중요할까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발행됐던 채권이나, 그때 가입했던 보험상품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당시 발행됐던 고금리 금융 상품이 10년 뒤 부러움의 대상이 됐습니다. 시장 금리가 2%대일 때 그들 상품의 금리는 10%대까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낳습니다. 남들이 돌아보지 않아 높아진 금리의 채권, 가격이 싸진 주식, 부동산 등을 둘러보면 어딘가에 분명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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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