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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 지나간 봄날은 다시 올까

SUMMARY

"아, 옛날이여..."

국내 게임사들이 요새 시원치 않습니다. 3N이라고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실적 하락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넥슨만이 홀로 호실적을 달리고 있죠.

이 와중에 중국 게임사의 국내 시장 선전은 주목할 만합니다. 10여 년 전까지 '짝퉁', '조잡' 오명을 썼던 중국 게임의 수준이 국내 게임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분야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컴투스 등의 기업들이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영영 뒤처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은 왜 힘이 들 수밖에 없을까요? 유독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넥슨보다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사에 투자할 때 유념해야 할 영역까지 같이 알아보시죠.

 

© UnsplashLorenzo Herrera

 

울고 싶은 게임사 실적 게임사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주주들은 요새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주가가 하락세를 연일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샌가 26만 원. 곧 25만 원 벽도 무너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월 주가와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수준도 안 됩니다.

 

엔씨소프트 주가 추이. © 네이버금융

 

넷마블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때 반짝 20만 원 선(2020년 9월 4일) 턱까지 다가갔지만, 지금은 4만 9000원대입니다. 지난 5년간 주가 하락률은 60.71%에 달합니다.

이들 게임사의 최근 주가 상황은 부진한 실적에서 비롯됐습니다. 올 2분기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나 감소한 35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넷마블은 6개 분기 연석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실적 반등을 기대할 만한 신작을 상반기에 내지 못했고 기존 게임 매출도 시원치 않았습니다.

 

주요재무정보

최근 분기 실적(억원)

2022.03

2022.06

2022.09

2022.12

2023.03

2023.06(E)

IFRS연결

IFRS연결

IFRS연결

IFRS연결

IFRS연결

IFRS연결

매출액

7,903

6,293

6,042

5,479

4,788

4,540

영업이익

2,442

1,230

1,444

474

816

365

당기순이익

1,683

1,187

1,821

-331

1,142

463

엔씨소프트 최근 실적 추이

 

2K(카카오게임즈, 크레프톤)로 지칭되는 중견 게임사도 상황은 매한가지입니다. 카카오게임즈 2분기 영업이익은 26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은 2분기 영업이익이 1,3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습니다. 세계적인 게임 IP 배틀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덕분입니다. 그래도 배틀그라운드의 실적을 뒷받침할 새 게임이 절실합니다.

이들과 달리 넥슨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64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매출은 9,02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2% 증가했습니다. 넥슨은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게임 IP 또한 풍부한 편입니다. 피파온라인과 같은 스포츠게임은 물론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아쉬운 것은 넥슨이 일본 상장사라는 점이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 시장에 상장하고 본사도 일본에 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선견지명이 돋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게임이 부진에 빠진 요인 실적이 나쁜 것보다 더 슬픈 현실이 있습니다. 국내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다는 점이죠.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게임의 현실입니다. 바로 유료 과금 결제를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대부분의 역할수행게임(RPG),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는 유료 아이템 결제를 유도합니다. 그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즉 '뽑기' 아이템은 수년 넘게 지적된 고질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출처 : https://m.gamevu.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98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소수의 헤비(heavy) 유료 사용자에 집중한다는 점이죠. 돈을 쓰지 않거나 적게 쓰는 다수 사용자는 홀대합니다. 무기를 강화하거나 캐릭터 수준을 높이게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상술의 극치라고 하는데 3N 게임사 모두 이런 부분에서 욕을 먹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용자가 떠난다고 해도 소수 과금 사용자만 있으면 게임사들에는 '만사 OK'입니다. 다수가 만족할 만한 게임보다는 사행성이 가미된 게임이 나오는 것이죠. 다수가 만족할 만한 글로벌 게임을 개발할 필요가 덜합니다.

덕분에 중국 시장이 '한한령' 등으로 막혀도,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베스트 온라인 게임이 국내 시장을 과점해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사용자가 개선을 요구해도,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비난했는데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는 중국 프로축구 선수들이 해외 진출보다 자국 리그에 안주하며 전체 축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굳이 모험하지 않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체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용자들도 지나치게 국내 게임만 비난하는 면이 있기도 합니다. 같은 과금 모델인데 해외 게임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한 것이죠. 누가 나쁘다고 탓하기는 힘들어도 공히 우리나라 게임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분명합니다.

 

중국 게임의 무서운 부상 산업계에는 이런 속설이 있습니다. ‘중국 기업이 뛰어든 산업 분야는 필히 망한다.’ 그 시장에 있던 기업은 빨리 나와야 한다는 얘기죠.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덤핑 판매를 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드넓은 자국 시장에서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자국 시장에 외국 기업들이 함부로 진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런 폐해는 게임 업계에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어느샌가 중국 게임이 경쟁력을 키워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수준에 이른 것이죠. 한한령을 이유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막는 사이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 개발자와 기획자를 스카우트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만 개발자들도 중국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중국 게임 '원신'이 그 예가 됩니다.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앞에는 수많은 원신 팬들이 모여 줄을 섰습니다. 중국 게임 원신 이용자들을 위한 여름 축제였고, 이 축제에 참여하려는 사용자들이 몰린 것이죠.

이 게임은 2020년 내놓은 RPG 게임입니다. 빼어난 그래픽과 스토리 라인이 돋보이는 게임이죠. 2~3년 만에 이 게임은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원신이 거둔 전 세계 매출은 48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봤을 때 무지 부러운 사례입니다.

 

게임 ‘원신’ 일러스트

 

물론 중국 게임 중 많은 수가 '조잡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량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게임은 그 질적인 수준에서 한국 게임을 압도합니다. 엔씨소프트의 하반기 신작 '쓰론 엔리버티'의 시험 서비스는 지난 5월 시작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거 게임에 기댔던 아류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미 많이 나온 중국 게임과 비교된 이유도 큽니다.

중국 게임의 위세는 점차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의 20%를 차지하는 자국 시장을 안방 삼아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고, 글로벌에 나온 게임이니까요. 저변이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게임의 앞날은? 한국 게임은 1990년대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넥슨 作)를 시작으로 리니지 시리즈로 이름을 날립니다. 2000년대 중반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중흥기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권혁빈 의장을 조(兆) 단위 자산가로 만들어줬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텐센트 등과 함께 많은 매출을 벌어들였습니다. 이때까지는 기술력, 기획력 모두에서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을 앞섰습니다.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한 장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DD)이 설치되고 중국 정부가 이를 항의하며 무역 보복을 합니다. 국내 콘텐츠 산업에는 한한령으로 시행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7년쯤부터 한국 게임의 진출을 막았습니다. '판호'라고 하는 일종의 영업권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죠.

이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한국 게임이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있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또 하나. 게임을 통한 커뮤니티 기능을 중국 정부가 싫어했다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다중역할수행게임을 하면서 사용자들은 대화하는데, 정부가 검열할 수 없는 커뮤니티의 영역이었던 것이죠.

2023년 들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판호를 한국 게임사에 내주고 있긴 합니다. 한국 게임사들에는 매출 확대의 기회가 되는 것이죠. 중국 정부가 자사 게임사들의 경쟁력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에 있어 한국 게임은 경계의 대상입니다. 2020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발급했던 판호에 대해 갑자기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실상은 던전앤파이터의 영향력을 두려워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전례가 있었죠.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언제 또 판호 발급을 중지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중국 게임사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데 말이죠.

특히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우리 정부도 중국 정부에 대해서 중립적이지 못한 외교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든 중국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이런 무역 보복입니다.

게다가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무조건 통한다'라는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TV, 가전, 핸드폰 등 한국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 사용자들의 취향을 노리는 고급화 전략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게 됐습니다.

 

투자할 때 기억할 것 : 글로벌, 그리고 IP 투자자들이 게임사 투자를 할 때 유념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진출에 얼마만큼 열의를 가졌는지 말이죠. 글로벌에서 성과가 난다면 금방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신화가 된 '배틀그라운드'가 바로 그 예죠.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블루홀'의 마지막 기대작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 사용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왔고 국내에서도 배틀그라운드 열풍이 불었죠. 그게 벌써 6~7년 전입니다.

넥슨이 3N 중에서 호실적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온라인부터 모바일까지, 단순 퍼즐에서 복잡한 MMORPG까지 다양한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두 개 게임을 갖고 국내에서만 버틸 수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추가로 부연하자면 가상현실(VR) 시대에 통할 수 있는 IP를 얼마나 가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네이버나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게임의 영역과 합쳐지면 그 시너지는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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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