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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급등을 보는 두 가지 시선

Summary

-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신용대출 금리 급등

- 대출자들은 빚으로 투자한 대가 뼈아프게 치르고 있는 상황

- 코픽스 상승은 기준금리 탓도 있지만 예금 이자율 상승이 직접적 원인

- 미리 예금 규모를 늘려 놓은 자산가들은 또 다른 투자 기회로 엿보고 있어

 

© pixabay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에 도달할 것이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대출자들이내야 하는 이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10여 년 전 금리와 비교해 보면 특별한 수준은 아닐 수 있어도,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전례 없이 가파릅니다. 경기마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이자 내기가 겁이 날 정도입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의 기본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 지표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대출로 집 장만을 한 대다수 직장인들의 한숨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코픽스가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산정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신용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말미에는 부자들의 예금법에 대해 간단히 말해볼게요. 경기를 앞서 보고 미리 대비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무섭게 치솟는 코픽스 코픽스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처럼 꽤 덩치가 큰 대출을 받을 때 마주하게 됩니다. 은행이 대출을 해주기 위해 끌어오는 자금에 대한 비용을 지수화한 건데요. 은행권에서 나름 “우리 이런 기준으로 금리를 산정하고 있어요”라고 제시한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2010년 이전까지는 은행끼리 거래하는 금융상품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가 코픽스 역할을 했습니다. (CD 금리에 대한 조작 의혹 때문에 코픽스가 나왔다고 합니다.)

 

© 이데일리

 

참고로 은행은 정기예금이나 적립식 예금(적금) 등으로 들어오는 예금과 채권(은행채)을 통해 돈을 끌어옵니다. 돈을 받기 때문에 ‘수신’이라고 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빚입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죠. 은행도 돈을 끌어오려면 일정액의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예금자와 채권자(은행채를 산 사람)에게 주는 이자입니다. 쉽게 말해 코픽스는 이 이자비용을 가중치를 고려해 평균을 낸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KB국민은행 등 시중 8개 은행의 수신 비용을 따져 만든 것이죠.

코픽스는 매월 15일에 발표됩니다. 이번 달(8월)처럼 15일이 휴일인 경우에는 하루 늦춰지기도 합니다.

은행들은 이 코픽스가 발표된 다음날 일제히 자신들이 적용할 금리의 범위를 발표합니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이 구간이 내려가고, 코픽스가 올라가면 이 구간이 올라갑니다. 코픽스의 향방에 따라 여러분이 내야 할 이자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죠.

지난 16일 발표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로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을 이번 달(8월) 이후로 받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2.9% 이자를 깔고 그 위에 은행들의 가산금리를 쌓는다는 뜻입니다.

상승 폭은 0.52%포인트에 달합니다. 2010년 1월 이후 신규취급액 기준을 발표한 이후 최대 폭이라고 합니다. 반년 만에 1.26%포인트가 올랐고요.

지난 17일부터 발표된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꽤 높은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국내 최대 가계은행인 KB국민은행은 3.92~5.32%였던 주담대 변동금리를 4.44~5.84%로, 우리은행은 4.79~5.59%에서 5.31%~6.11%로 올렸습니다. 정부에서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금리 상한선이 5%대로 떨어졌지만, 이번 코픽스 인상에 따라 다시금 6%대로 올라갈 것입니다.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린다면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까지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산 장수는 웃고, 부채 장수는 울고 코픽스가 치솟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간단합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빅 스텝(0.5%포인트 이상)으로 높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죠.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 모든 자금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기준금리를 급속히 올리니 다 오를 수밖에 없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코픽스가 오르는 메커니즘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은행이 들여오는 자금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긴 하나,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죠? ‘코픽스는 은행이 유치하는 자금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중평균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같은 은행 수신액 중 규모가 큰 자금의 평균액의 영향력이 크게 계산된 것입니다.

은행의 유치자금 중 가장 큰 규모는 어느 자금일까요? 예상하셨다시피 바로 예금입니다. 은행들이 은행채를 발행해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돈을 끌어온다고 해도 그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10~20% 정도 될까요? 요즘처럼 ‘알아서 예금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는 더 적어질 것입니다.

아래 표는 제가 지난 2021년 3월에 작성했던 표입니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라는 서로 다른 기관에서 발표한 지표를 비교했습니다.

 

© 이데일리

 

순수저축성예금금리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를 합쳐서 가중평균한 것입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공교롭게 이 두 지표 간 금리 차이가 0.01~0.02%포인트 정도입니다. 보통 1bp 정도 나고 크게 나봐야 2bp 정도라는 얘기가 됩니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대출자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그 코픽스는 예금자들이 받는 이자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분들은 코픽스가 오르면 울겠지만, 은행에 예금을 넣어놓은 예금자들은 웃는 것이죠.

이건 거의 부채 장수와 우산 장수의 이야기와도 비슷합니다. 비가 오면 우산 장수는 웃고 부채 장수는 울지만, 날이 쨍쨍하면 부채 장수는 웃고 우산 장수는 울죠. 코픽스라는 지표 하나 두고 대출자와 예금자도 이 같은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전제하면, 돈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조금 범위를 좁히면 경기 추이를 미리 예상하고 자신의 자산 배분을 그때그때 리밸런싱 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강기에 이르면 채권 값이 오르곤 합니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은행들의 예금에 돈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마구 뛸 때 그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죠.

한 예로 지난 2019년 말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때입니다. 미국 장기채 금리와 단기채 금리가 역전됐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채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고, 채권처럼 안전자산이면서 원금손실률이 적은 상품을 찾는 것이죠.

 

주요 채권 금리, 지난해 10월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 금융투자협회

 

은행 예금도 마찬가지. 2019년 하반기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에 돈이 몰렸습니다. 주식 등에서 얻은 수익(차익)을 현금화해서 임시로 넣어 놓았던 것이죠.

부자들 전부가 이렇게 움직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고, 일부 발 빠른 사람들은 움직인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코스피 정점론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던 때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은 자신의 VIP 고객에게 현금화에 대한 조언을 했습니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달러 매입량을 늘렸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 부자들 입장에서 안전자산의 종류는 예금과 채권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금고에 쌓아놓을 수도 있죠.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수요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예금을 유치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적정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예금 유치에 나서면, 예금 이자율 상승에 미력하나마 영향이 있게 됩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더 튀던데 주택담보대출이 코픽스에 영향을 받는다면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은 금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영향을 받습니다. 정기예금보다 단기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이고 금리 상승·하락기에 더 민감합니다. 단기 상품의 금리가 (만기가 짧으니) 장기 상품 금리보다 더 빠르게 뛴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간 차이도 있습니다. 담보의 유무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개인의 신용보다 담보물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중하위 등급 신용자라고 해도 본인 소유의 땅이나 주택 등이 있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는 담보물에 대한 표준화된 가치를 적용하기 더 쉽습니다. 외국보다 말이죠. 코픽스라는 동일한 기준을 같이 적용하고 있으니, 신용대출보다 시중 금리 움직임에 덜 민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용대출은 순수한 내 신용도를 근거로 대출을 내주게 됩니다. 그 신용도 안에는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의 규모도 포함되겠죠. 이를 근거로 봤을 때 중하위권 대출자는 신용대출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받는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합니다.

 

신용점수별 신용대출 금리 © 은행연합회

 

게다가 은행권 신용대출은 CD나 금융채 6개월물 같은 단기채를 추종합니다. 이들 단기채는 기준금리의 적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는 금융상품이죠. 주담대 금리가 ‘욕조의 물을 데우는 것’처럼 움직인다면 신용대출 금리는 ‘세숫대야 물을 데우는 것’처럼 움직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은행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또 하나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금리 위에 은행의 마진과 목표 수익률이 포함된 금리입니다. 이를 가산금리라고 합니다. 업무 원가나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은행의 비용이 늘어나면 같이 커집니다.

가감조정금리도 있습니다. 본점이나 영업점에서 재량껏 떼거나 붙일 수 있는 금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금융위 등에서 “가계 대출을 줄여라”라고 압력을 가하면 은행들은 이 금리를 조절해서 금리를 높이곤 합니다. 고로 ‘나의 신용도’와 ‘금융정책 방향’ 등이 신용대출 금리에 민감하게 반영되는 것입니다. (물론 요새와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이들 요소가 부차적인 게 되어버리지만...)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지금은 빚보다 현금 만약 내가 빚을 내 투자를 했다면, 지금의 금리 상승기만큼 위험한 시기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산 가격은 하락하지만 내가 낼 이자 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자산 가격이 더 하락하기 전에 ‘손절매’ 하고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빚투를 지양하라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빚투는 ‘장기간 버티기’를 힘들게 합니다. 2020년 3월~5월 사이에서 보듯, 시장은 패닉에 빠져도 곧 회복이 됩니다. 그 순간에 차오르는 ‘비용 부담’을 버티지 못하면, 회복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경기 하강기에 현금, 즉 예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여러모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서 이자 수익을 본다던가, 싸게 나온 자산을 염가에 산다던가 등입니다. 다가올 경기 상승기를 대비해 값싸진 우량주를 사 모으는 게 하나의 예가 되겠군요.

만약 달러로 구성된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경기가 안 좋을 때면, 보통 달러값이 비싸지기 마련입니다. 달러를 팔면 보다 많은 원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이는 투자의 또 다른 밑천이 됩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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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