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미운털 단단히 박혔다
SUMMARY
10월만 되면 카카오는 괴롭습니다. 2014년 10월, 2022년 10월에 이어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는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에 이어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도 모자라 정권의 표적이 됐습니다. 창업자로 카카오에 영향력이 큰 김범수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는 구속의 기로에 있습니다. 핵심 계열사로 키운 카카오뱅크도 자칫 계열 분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습니다.
카카오 CI
대통령이 직격한 카카오 지난 2021년 7월 15만 원을 넘었던 주가는 올해 11월 1일 3만 7,600원을 기록했습니다. 4만 원대를 곧 회복했지만, 카카오에 대한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카카오 주가가 연중 바닥을 쳤던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에서 미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습니다. 택시 기사의 하소연을 인용하며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독과점 행위 중 아주 부도덕한 행태이기에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 원수가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지목하면서 죄악시한 것이죠. 특정 타깃을 범죄 집단화하는 대통령의 검찰식 발언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카카오에는 위협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롭게 대통령의 발언 전날(10월31일)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부정 의혹이 터졌습니다. 3,000억 원대 규모입니다. 어쩌면 대통령은 이를 보고 카카오모빌리티를 범죄기업집단으로 봤을지도 모릅니다. 검찰과 대통령 발언에 아구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앞선 10월 23일에는 김범수 센터장이 금감원에 출석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앞두고 주가 조종을 했고 그 배후에 김 센터장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카카오 내에서 절대적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억지 조사'는 아닌 듯합니다.
더 큰 일은 카카오 법인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벌금형 등인데요. 김 센터장이 구속되거나 피의자 신분이 돼 재판받는 것도 치명적인데 카카오 법인까지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검찰 시절 윤 대통령의 지휘를 받던 이복현 금감원장도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터라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법인이 금융사의 대주주로 있을 수 없다는 법 조항이 있어 카카오그룹에서 카카오뱅크가 빠져나오게 되는 경우마저 우려됩니다.
작금의 상황은 2014년 10월 '다음 카카오' 시절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당시 카카오는 수년 동안 수사 기관의 감청 영장을 근거로 과거 메시지 기록을 넘겨왔던 사실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가가 내 대화 내용을 볼 수 있다'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용자 이탈이 있었던 것이죠. 이때 해외에 서버를 뒀던 텔레그램이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게 됩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2022년 10월에도 카카오는 엄청 욕을 먹었습니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비난을 들었던 것인데요.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에서 일어난 화재가 원인이었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2014년 10월 상황도, 2022년 10월 상황도 억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0~11월 상황은 마냥 카카오가 억울하다고만 보기 힘듭니다. 원인 제공은 카카오가 했다고 보는 편이 더 맞기 때문입니다. 정권 차원의 미운털까지 박혔으니, 올겨울 카카오는 험난한 시기를 보낼 것 같습니다.
SM엔터를 굳이 인수해야 했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카카오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BTS 소속사 하이브와의 대결 끝에 인수에 성공한 SM엔터테인먼트 얘기입니다. 최근, 이 사달이 날 것을 예상했다면 SM엔터 인수에 발을 뺐을지도 모릅니다.
메신저 기업인 카카오가 K팝 가수를 거느린 SM엔터를 왜 인수했어야 했을까요? CJ ENM CEO 출신 김성수 카카오 의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본원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선택입니다. '웹툰이나 소설 등 카카오 플랫폼 안에 태울 수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최근 카카오의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소니가 1989년 컬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하는 등 기술 기업이 문화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 체질까지 바꿔가며 무리하게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카카오의 엔터화인 것이죠. 이런 카카오의 엔터화는 그동안 카카오가 부단히도 노력해 왔던 계열사 축소를 무위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며 카카오의 계열사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카카오는 이를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한 예로 카카오 계열사는 2019년 84개였고 2020년에는 105개가 됐습니다. 이때도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줄기는커녕 더 늘었습니다. 2023년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144개입니다. 이 중 카카오 내 엔터 사업을 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숫자가 44개입니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 12개, 매니지먼트사에 13개 됩니다.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M 자회사가 흡수되면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 ‘2023년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 중 일부
문제는 '늘어난 계열사들이 제 밥값을 하느냐'입니다. 엔터산업은 전형적인 투자 대비 소득이 불분명한 분야입니다. 투자금은 고정적으로 대규모로 들어가지만,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갈리는 것이죠. CJ ENM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매출 규모와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CJ ENM의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304억에 달합니다. 당기순손실은 1,000억 원이 넘습니다.
실제 지난 2분기 카카오의 영업비용은 1조 9,29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1,1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34% 감소했습니다. 카카오의 올해 순이익 예상치는 4,080억 원 정도입니다. 2022년 1조 630억 원 대비 절반도 안 됩니다. 2021년 1조 6,450억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입니다.
자회사라도 괜찮았다면 SM 편입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는 당장 나올 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40개에 이르는 계열사는 부담입니다. 가뜩이나 '문어발' 눈총을 받고 있던 차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죠.
엔터 외 다른 계열사가 밥값을 좀 해준다면 좀 나을 것 같은데, 동생들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블록체인 사업은 성과 없이 끝나는 분위기이고 AI는 아직 돈을 벌지 못합니다. 카카오페이 등 핵심 계열사는 여전히 적자 상태입니다. 카카오톡에서 매출을 많이 벌어온다고 한들 동생들이 다 까먹고 있는 것이죠.
지난해 기준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406억 원 ▲카카오스타일 518억원 ▲카카오페이 455억 원 ▲카카오브레인 301억 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285억 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38억 원 ▲카카오헬스케어 85억 원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카카오엔터는 '차라리 났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카카오가 욕을 먹는 또 다른 이유 카카오가 욕을 먹는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계열사가 많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바로 쪼개기 상장입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이죠.
이는 주주 가치 측면에서 논란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적은 연결로 잡으면서 상장은 별도로 하는 셈이니까요. 카카오 주식을 소유한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가치의 훼손이 됩니다. 예컨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별도로 상장한다면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의 기회를 그만큼 잃는 셈입니다.
쪼개기 상장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와 먹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입니다. 2021년 10월 카카오페이 당시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보유 주식 전략을 매도했습니다. 코스피 상장 한 달 만에 벌어진 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각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 현금을 쥘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남궁훈 전 대표가 올해 상반기에만 96억 원 가량의 스톡옵션을 행사했습니다. 지난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스톡옵션만큼은 잊지 않았던 것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CEO가 수십억 원 연봉을 받고 수백억 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CEO들의 스톡옵션 논란은 카카오 이미지에는 좋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그들의 능력과 노력 이상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모빌리티의 부정 회계 의혹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업 가치를 높일수록 경영진이 얻게 되는 이득의 규모도 커지니까요.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를 고깝게 본다면 이 같은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결국 택시 기사들과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해 주면서 만든 것인데 경영진이 부당하게 자기 몫 이상을 챙겨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정치적 이유도 있을 듯 카카오는 보수정권 때 두드러지게 수난을 당한 듯합니다. 2014년 10월은 박근혜 정권 때,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은 모두 윤석열 정부 때입니다. 국회 과학방송기술통신위원회 같은 상임위원회 내 보수정당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포털 사이트 '다음'에 눈엣가시가 끼어있습니다.
이 같은 시각은 지난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때 두드러졌습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다음 사이트 내 한중전 응원을 문제 삼은 것인데요, 중국 승리를 염원하는 비율이 이상하게 높게 나타났던 것이죠. 한 국내 네티즌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장난을 친 것으로 대충 결론이 났지만, 박 의원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죠.
정권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다음을 '한 번 손 봐야겠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 배열도 자신들이 보기에 편파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여기에 김범수 센터장과 현 윤석열 대통령 측과 '혹시 모를' 사감도 작용하지 않았나 의심해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학력·경력 부풀리기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기재한 부분이었습니다. 김 여사의 협회 근무 기간은 2002년 3월 1일부터 2005년 3월 31일까지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 게임산업협회 회장은 김범수 센터장이었습니다. 당시 YTN 기자의 질문에 김 센터장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여사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고 사과까지 해야 했습니다.
카카오는 어떻게 될까 정권의 미운털이 박혀 있다고 해도 카카오는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나름의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이미지 쇄신에 나서려고 할 것입니다.
카카오에 대한 벌금형도 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설령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어도 카카오는 항고할 것이고 3심까지 갈 것입니다. 재판 기간을 늘려 잡다 보면 다음 정권에서 3심 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죠. 그때는 결과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최악의 결과까지 나와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가 결별하는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우리가 카카오에 물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주주가치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카카오의 행보는 주주가치 수호라는 측면과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카카오가 가진 본원 경쟁력과 상관성이 떨어지는 엔터 쪽에 대한 무리한 집중은 카카오 수익성 개선에 부담을 줍니다.
쪼개기 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의 훼손으로 직결됩니다. 이 부분은 국회가 나서 규제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조
- 문어발 확장 논란에도 카카오 계열사 144개로 늘었다 (한국뉴스투데이, 2023년 10월 23일)
- 카카오 계열사수 105개로 '국내 2위'…재벌 뺨때리는 무한확장 (머니투데이, 2021년 4월 15일)
- 그룹 4곳 시총 반토막 났는데…또 쪼개기 상장, 카카오 주주 분노 [팩플] (중앙일보 2022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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