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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또다시 암흑기를 맞이할까?

SUMMARY

- 황금기와 암흑기를 반복해온 인공지능 역사

- ChatGPT, 알파고 등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의 기대도 커져가는 중

- 하지만 투자 대비 효용성이 낮아 기업들이 AI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

- 새로운 형태의 기술 진보가 없다면 AI 미래를 마냥 장밋빛으로 보기엔 어려움

 

© istock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혁신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새 세상’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기대가 높아지는 정도보다 늦곤 합니다.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익숙해지고 그다음에는 실망으로 바뀝니다. 점차 감각이 무뎌지는 ‘한계 효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1950년대 컴퓨터가 상용화된 이후 인공지능(AI)의 역사는 이런 기대와 실망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딥러닝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낸 작금의 AI 기술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요? 연구실에서 나와 대학으로, 기업으로 퍼져나간 AI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의 도전, 결과는? 아마존은 AI 스피커 '에코'를 2014년에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AI 스피커 혹은 스마트 스피커로 불립니다. 에코 안에는 ‘알렉사’라고 하는 AI가 내장돼 있었습니다. 아마존의 대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에서 이 알렉사가 구동됩니다.

똘똘한 알렉사는 사람들에게 신기한 존재였고 아마존에는 신성장 기대주였습니다. 에코를 집안에 들여놓은 미국인들은 찰떡같이 알아듣는 이 스피커에 매료됐습니다. ‘컴퓨터에 접속하지 않고도 말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니!’

 

© Amazon echo

 

에코는 여러 에피소드를 낳기도 합니다. 여섯 살짜리 꼬마가 아빠 모르게 쿠키를 주문하고, 가정 폭력 상황에서 알렉사가 911에 신고를 하기도 했죠. 음성 인식 기기가 우리 일상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에피소드였습니다.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더 많은 물건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사길 원했습니다. 나름 음성 인식을 통해 화자의 말을 구별하고 아마존에 계정이 등록된 목소리만 골라 주문받는다는 콘셉트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콘셉트를 믿고 에코를 샀습니다.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2016년 출시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 기업은 물론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에서도 AI 스피커를 출시했습니다. 2016년은 그야말로 AI 스피커의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들 스피커는 각각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결돼 집안의 가전을 제어하거나 조명을 껐다 켤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 판매된 스마트 기기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가상 비서까지 합쳐 약 80억 개에 이릅니다.

아마존 에코 출시 이후 8년이 지난 2022년은 어땠을까요? 기대와 다릅니다. 알렉사 사업부 관련 손실은 1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실적에 심각할 정도에 부담을 줬고 작년 말 아마존은 수천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습니다. 구글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규모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돈이 기대만큼 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과 구글은 ‘AI 스피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싼값에 기기를 뿌리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아마존은 자사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건수가 늘기를 바랐고, 구글은 유튜브 뮤직 등 자사 서비스의 유료 가입자 유치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물건을 사는 대신 그날 날씨를 확인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의 간단한 작업만 했습니다.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AI 스피커를 향해 "쟤 왜 저래?"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알파고보다 화제였지만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선도한 기업으로 IBM이 있습니다. 구글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 기술력을 과시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로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은 사례입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보다 더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IBM은 야심 차게 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전시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왓슨 프로젝트는 2011년 빛을 발합니다. 미국 ABC 방송의 전통 있는 퀴즈쇼에서 우승하면서 그 이름을 다시 한번 알렸죠. 퀴즈계 인간 최강자를 이기면서 AI의 가능성을 보인 것입니다.

 

©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한 AI 왓슨(가운데)

 

IBM은 이 인공지능으로 돈을 벌 계획을 짭니다. 의료, 법률, 금융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영역에 왓슨을 조력자로 투입하기로 한 계획입니다. 퀴즈쇼에서 지식의 양과 깊이를 자랑했던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IBM은 2013년 왓슨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도 제시하는 의료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년 뒤 IBM은 2014년 왓슨 헬스케어 사업부를 발족합니다. 2015~2016년에는 방대한 규모의 의료 데이터와 분석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2015년 IBM의 연간 보고서를 보면 IBM은 왓슨 관련 사업에만 15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의료 영상 데이터 획득을 위해 관련 회사 인수에만 40억 달러 넘게 투자했습니다.

왓슨의 의료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듯싶었습니다. 2016년 76세 뇌암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치료 계획까지 세우는 데 10분이 걸리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인간 의사보다 신속하면서 정확한 진단이었죠. IBM은 100억 달러 규모로 왓슨 관련 사업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 IBM

 

장밋빛 전망은 채 10년이 못 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왓슨 헬스케어의 2021년 매출은 1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훌륭한 성과나 그간 투자한 돈과 시간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습니다. 2023년 들어 왓슨은 IBM 헬스 사업 일부를 사모펀드인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헬스케어 사업 관련 데이터와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의사보다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던 왓슨 헬스케어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요? 먼저는 현실의 장벽을 들 수 있습니다. 의료 데이터는 그 범위가 넓고 데이터 양도 방대합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널린 대화와 달리 의료 데이터는 지극히 개인 정보에 해당합니다. 정부 규제 등을 피할 수 없고,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설사 데이터를 확보해도 진단 오류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낮은 확률이라도 오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진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하는데, AI에게 법적 판단을 물을 수 있을까요? 현실 법체계는 여전히 미진합니다.

게다가 AI 연구·개발 트렌드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IBM은 간과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 기관 연구소나 대학, 대기업에서 AI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비싼 비용’을 들여 ‘연구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일반 기업이 이를 넘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AI 관련 오픈소스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작은 스타트업도 AI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처럼 값비싼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시행착오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주요 기업들이 텐서플로우, 파이토치 등 다양한 AI 개발 프레임워크를 공개하고 쓸 수 있게 한 덕분입니다. 대기업 IBM이나 군소 스타트업이나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게 된 셈이죠.

 

1950년대에도 이미 AI는 있었다 1950년대 미국은 소련의 우주·과학 기술에 충격을 받습니다.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1957년 띄웠는데, 미국 우주·과학계는 경악합니다. 이를 두고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합니다. 소련의 로켓과 인공위성 기술이 예상치를 뛰어넘자 미국의 자존심도 상처받았죠.

이때 빛을 본 AI 분야가 있습니다. 자동번역입니다. 미국 과학기술자들은 바로바로 러시아어 논문을 보길 원했습니다. 그때 나왔던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자동번역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 충분했죠. 처음에는 컴퓨터의 빠른 연산 능력을 활용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러시아 단어를 각각의 영어 단어로 바꿔주면 된다고 봤던 것이죠. 미국은 자동번역 연구를 지원했고 약 2000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단어만 바꿔준다고 해서 논문을 이해하는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올바른 번역을 위해서는 논문 주제를 먼저 이해했어야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966년 취소됐습니다. 이때 나온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당시의 절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과학 논문의 기계 번역은 불가능했으며 조만간 가능하리란 전망도 없다."

사실 1950~1970년대는 인공지능에 있어 첫 번째 황금기였습니다. 컴퓨터라는 신문물이 등장하고 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기술이 발전합니다. 과학자들이 몇 날 며칠이 걸려 계산해야 했던 식을 컴퓨터는 수 분 내에 해냈습니다. 이를 본 과학자들이 느꼈을 경외감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의 황금기와 암흑기

태동기

1943~1956년

인공적인 두뇌 가능성 논의,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학문으로 인정

첫번째 황금기

1956~1974년

컴퓨터에 대한 낙관론 확산

인간의 뇌신경을 묘사한 '퍼셉트론' 제시

첫번째 암흑기

1974~1980년

인공지능 연구 성과 미진 → 투자 지원 축소

규칙기반(If-then)모델한계봉착

발전기

1980~1987년

컴퓨팅 기술의 고도화, 전문가시스템 활용 본격화

두번째 암흑기

1987~1993년

전문가시스템 한계 봉착,

인공신경망연구도 따라서 정체

안정기

1993~2011년

검색엔진의 고도화, 빅데이터 분석 기술 향상

빅데이터 분석 통한 기계학습진화

부흥기

2011~ 현재

딥러닝 통한 인공신경망 기술 고도화

알파고, ChatGPT 등장으로 인공지능 관심 증대

 

이런 기대감은 곧 깨졌고 인공지능 연구는 암흑기에 접어듭니다. 인공신경망 등에 대한 이론도 이때 정립됐지만, 국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게 됩니다. 2000년대 이후가 되기까지 인공신경망은 소수의 공학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익숙해진 인공지능, 새로운 암흑기로?  2010년대 이후 딥러닝이 AI에 주류로 자리 잡고 오픈소스 문화 확대로 AI 서비스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습니다. ChatGPT는 이 같은 발전의 상징입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AI에 대한 기대는 점점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어느샌가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AI가 워낙에 일상이 되다 보니 ‘현재의 AI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한동안 정체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일어나 기존 판을 뒤엎기 전까지는 말이죠. 예컨대 진공관 컴퓨터 이후 트랜지스터 컴퓨터가 등장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무어의 법칙이 나옵니다. 트랜지스터 집적 기술의 발전 속도를 나타낸 것인데 ‘반도체에 직접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1~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무어의 법칙은 최근 들어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기술적인 한계와 함께 비용적인 문제에 이른 것입니다. 트랜지스터를 좁은 CPU 공간에 넣는 게 기술적으로 힘들어졌고 경제적으로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같은 새로운 기술적 진보가 있지 않다면 기술의 진보도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최근의 딥러닝 기술과 인공신경망 기술은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한계도 명확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연산 작용에 엄청난 에너지를 씁니다. 정부가 아닌 기업이 그 비용을 계속 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앞서 왓슨과 아마존이 야심 차게 진행했던 AI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비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더 이상 AI 투자가 미래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맥락에서 ‘실망’입니다. 딥러닝 이후 새로운 형태의 기술적 진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쩌면 AI는 정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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