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레이션, 알면 좋은 채권 지표
채권 거래에 있어 알아야 할 개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기간을 뜻하는 이 단어는 흔히 ‘평균적으로 투자금이 회수되는 기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채권 발행부터 원리금이 모두 상환되는 기간인 ‘만기’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듀레이션은 내가 보유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점’까지가 맞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기간이 짧을 수록 좋기에 보통은 ‘짧은 듀레이션’의 채권을 선호합니다.
이 듀레이션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격의 향방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 ‘계속 보유할 만한 것인가’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혹자는 이 듀레이션을 주식투자에 있어 필수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에 빗대기도 합니다.
|듀레이션은 무엇인가?
듀레이션은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데 이용됩니다. 채권 가격이 얼마만큼 오르내리는지, 즉 금리에 얼마나 민감한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듀레이션이 길 수록 금리 변동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듀레이션이 길 수록 민감하다’고 봅니다. 채권 가격 변동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인데 장기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듀레이션이 길면서 생기는 채권 가격 변동성 리스크가 금리에 담긴 것이죠.
이는 풀과 바람의 비유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길게 자란 풀(듀레이션이 큰 채권)이 금리 변동이라는 바람에 더 많이 흔들리고 짧게 자란 풀이 바람에 덜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또 듀레이션은 표면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짧아집니다. 이자를 많이 받을 수록 투자금 회수 기간이 짧아진다는 얘기입니다. 표면 이자율이 3%인 A채권과 표면 이자율이 6%인 B채권이 있다면 (신용도와 남은 만기가 같다는 전제 하에) B채권의 듀레이션이 더 짧아집니다. 빠른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B채권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전문 채권 투자자들은 이 점을 고려해 금리 상승기와 하락기에 듀레이션을 주요한 지표로 삼습니다. 만약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듀레이션이 긴 채권으로 채권 자산 구성을 꾸미려고 할 것입니다. 금리에 민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채권 가격 상승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갑니다. 채권 가격 하락 여파를 덜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듀레이션이 긴 채권일 수록 가격 하락 충격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가격 변동 폭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가격 변동 리스크다 높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처럼 듀레이션은 채권 자산 구성 내 금리 리스크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듀레이션은 채권 발행자의 신용 리스크, 인플레이션, 유동성 리스크 등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투자자가 따로 챙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예컨대 금리가 높은 아르헨티나·브라질 국채의 듀레이션은 금리가 낮은 미국·일본 국채보다 듀레이션이 짧습니다. 이것만 보면 분명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환율 변동성이 높은 편입니다. 국제 금리 변동에도 취약합니다. 자칫 큰 환차손을 볼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이 짧다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듀레이션 계산하기
듀레이션 계산은 복잡해 보입니다. PER 계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설명도 복잡합니다. ‘채권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이자)을 각각 발생한 기간을 가중해 현재 가치의 채권 가격으로 나눈 것입니다.’ 아래 수식은 채권전문 투자 사이트에서 발췌한 것인데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 본드웹(bondweb.edaily.co.kr)
복잡한 등식보다 아래 삽화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첫 그림은 할인채일 때 만기와 듀레이션의 모습입니다. 할인채는 만기 때 원금을 받는 채권입니다. 원금이 100이라면, 처음 빌려줄 때는 90만 주고, 만기 때 100을 받는 것이죠. 이 할인채는 만기 때 현금흐름(투자금+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듀레이션과 만기가 일치합니다.
보통의 채권, 그러니까 이표채일때 모습입니다. 현금흐름이 만기 때 크게 생기기 때문에 보통은 만기에서 가까운 시점에 듀레이션이 형성됩니다. 시소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후 이자가 지급되게 되면 이때 다시 듀레이션이 설정됩니다. 이자 지급과 상환 기간에 따라 듀레이션이 점차 만기일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결국 듀레이션이 만기일에 수렴하게 됩니다. 이는 중간에 채권을 매입했을 때 ‘투자금 회수 기간’을 계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컨대 10년만기 채권이지만 만기까지 5년 남은 채권을 시장에서 샀을 때 등입니다. 매입 당시 채권 가격과 수익률을 통해 듀레이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류의 채권 듀레이션을 통해 채권의 가치 또한 측정할 수 있죠.
듀레이션으로 채권 가격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채권의 듀레이션을 계산하고 이후 금리가 변화했을 때 산출되는 가격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수식을 보면 방정식에 가깝지만 듀레이션을 가운데 두고 금리와 채권이 시소처럼 움직인다고 연상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때 측정되는 채권 가격은 예측치일뿐 정확한 시장 가격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실제 금리와 가격은 볼록한 형태의 곡선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 본드웹(bondweb.edaily.co.kr)
|금리 꿀팁! : 듀레이션 활용법
만약 금리가 하락할 것(채권 가격 상승)으로 예상된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듀레이션이 긴 채권 비중을 높여갑니다. 만기가 많이 남은 장기채 등입니다. 듀레이션이 길다는 것은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 됩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만기가 남은 기존 장기채의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할 것(채권 가격 하락)으로 예상되면 채권 투자자들은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 비중을 높여갑니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장기채, 만기가 짧은 단기채 등입니다. 보유한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2023년 이후 시장 금리 하락을 예상한다면 미리 우량 장기채 비중을 늘려 놓으세요. 금리 하락기 때 가격 상승의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에도 허점은 있습니다. 채권의 리스크를 담고 있지 않는 점입니다. 채권의 신용등급, 발행처의 재무 안정성 등이 무시되는 것이죠. 단순 채권 투자자라면 듀레이션보다는 신용등급과 금리, 만기를 우선해서 보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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