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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속도 조절 들어간 연준... 한숨 돌렸지만

Summary

-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호재가 있었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

- 양호한 실업률 등의 지표는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근거로 작용

- 금리인상 효과와 무관한 공급망 혼란 등은 여전히 리스크

-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물가를 잡을지 연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됨

 

© iStock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한숨 돌렸지만 "휴~." 시장은 한숨 돌린듯한 분위기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치솟던 물가상승률은 고개를 숙였고, 실업률 등 고용 지표는 양호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목표한 수치 밑선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죠.

지난달 31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 방침을 재확인해 시장에 안도감을 줬습니다.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아니라 빅스텝(0.5%p)이나 베이비스텝(0.25%p) 정도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힌트를 준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나, 한고비 넘겼다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도 장기채와 단기채 모두에서 떨어졌습니다. 지난 11월 4.2%대까지 찍었던 미 장기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이달 초 3.5%대로 하락했습니다. 최근 10년 기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11월 정점을 찍고 내려온 분위기입니다.

 

 최근 1년 기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추이 ©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늘 마음을 졸이며 살펴봐야 했던 환율은 어떨까요? 지난달 31일 기준 1달러당 1300원 밑선으로 떨어졌습니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입물가 하락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이 붙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아직은 안심하기 이릅니다. 지금 시장은 호재에 목말라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 조절하겠다'가 물론 호재일 수는 있지만, 연준은 여전히 '경기를 다소 죽여도 인플레이션은 잡겠다'라는 입장입니다.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파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이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질의에 답변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주목하고 있는 물가지수로 '상품', '주택 서비스', '주택 제외 서비스 인플레이션' 등을 언급했습니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만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라는 평가도 했습니다. 시장은 ‘일부 긍정적인 변화’라는 단어에 주목했지만,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몇 달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가 상승이 멈춘다고 해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의 뜻을 굽힌 게 아닙니다.

 

 (단위 : %) © 미국 노동통계청

 

더욱이 연준이 주목하는 노동시장 지표는 ‘여전히 괜찮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치솟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재고해 볼 터인데,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속도와 비교해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노동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미국 내 실업률은 3.7%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새롭게 일할 사람을 찾는 일자리 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수'와 비교해 400만 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업자 1명당 공석 일자리 수가 1.7개 수준이니, 구직자들도 일자리를 구하는데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됩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리인상 타이밍을 실기했다'라는 평가를 일부 받았지만, '실업률 4% 이하로 갔을 때 금리를 올린다'라는 기준에 따라 움직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실업률이 낮아진다'라는 필립스 곡선 명제 아래, 인플레이션 리스크에도 경기 회복에 방점을 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연준은 상당 기간(길면 내년 하반기까지)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만한 여유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펼친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도 다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보는듯합니다.

 

간단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원인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시장에 풀린 통화량 때문에 발생됐다고는 하지만, 이 한 가지만 놓고 지금의 상황을 재단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생긴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죠.

예컨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등으로 생산과 운반에 차질이 생겨 일부 공급망의 기능이 떨어졌고, 달러 강세에 따라 각국의 환율이 상승해 물가 상승이 유발됐다는 것입니다.

공급망만 놓고 봤을 때는 중국의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2010년대 이후 중국 내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고, 외국기업에 호혜적이었던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줄었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 심화로 중국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또한 늘었습니다.

 

중국 제조업 임금 (단위 : 위안) © iStock

 

여기에 베이징과 상하이 등 도시 간의 물류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과 소비활동, 물류 시스템이 셧다운 된 것도 중국 내 생산 비용을 높였습니다. 지금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조하며 공공연하게 민간인들의 거주지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산유국인 러시아가 유럽 최대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망 불안은 더 커졌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7월 호 '나라경제'(KDI 발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물가 상승을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되고 국제 원유 수요가 많아지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제한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박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2022년 각국 중앙은행들(특히 연준) 사이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라는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금리인상 효과,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9월 2일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은 총수요가 아닌 공급망의 교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요가 늘어나서 생긴 인플레이션은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 인플레이션과 거리가 있다는 뜻입니다.(관련기사)

예를 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미국에 사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만 높아질 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10월 16일 영국 유력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교란과 기업들의 가격 책정을 2022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관련링크)

이 같은 일련의 공급망 혼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통화량을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물가 상승이 계속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화정책보다는 공급망을 늘릴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금리인상에 대한 연준의 입장은 단호할 전망입니다. 이미 1980년대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산유국인 이란에서 정치체제가 뒤엎어지는 혁명이 일어났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습니다. 당시 인플레이션도 공급 불안 요인이 컸지만, 볼커 연준 의장은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그 결과 높다랗게 유지되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은 경기침체를 혹독하게 겪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신흥국이었던 한국은 1980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죠. 남미 등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도 통화 가치 폭락에 따른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습니다.

 

당분간 인플레 걱정은 계속된다 결론적으로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지만, 인플레이션은 이와 무관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한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며, 중국 내 공급망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거나 동결까지 한다면, 이것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미국 내 경제전문가들도 금리인상 속도 등이 ‘웅크리고 있던 투자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연준의 속도 조절론만으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는 적지 않은 호재가 있었죠. 만약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호재가 돼 자산 가격 상승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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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