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과 미국 부동산 시장 동향
| 국내 부동산 시장 동향
주식 시장은 전반적인 상승·하락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비록 개별 종목들의 등락은 각기 다르지만,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만으로도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부동산 시장의 동향은 주식 시장만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 등 각종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전체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지만, 지역마다 혹은 단지마다 편차가 심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에 차이는 있었지만, 전국의 거의 모든 곳에서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상승폭도 커서 2배 이상 오른 곳도 많았습니다. 마치 코스닥의 개별 종목이 상승하듯 집값이 상승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전문기관들은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먼저, 한국은행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에 따른 공급 증가 기대 등으로 부동산 가격은 이미 하락으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주택 가격 전망은 정부의 규제 완화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한국부동산원도 비슷한 시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분석한 5월 넷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습니다. 서울은 전체적으로는 3주째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용산·강남·서초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성북구는 올해 들어 누적 하락률이 0.71%입니다.
수도권은 인천이 지난주 0.05% 하락했고, 경기도는 0.02%에서 0.03%으로 하락 폭이 더 커졌습니다. 따라서 한국부동산원은 강남과 서초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을 약세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요? 이유는 바로 '금리 인상'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 시 되는 상황이라 주택 구입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는 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높아지고 있어 단기 주택 거래량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1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주택시장은 전국적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매매 및 전세 시장 하방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지적으로는 공급 여건에 따라 임대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매우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KDI도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KDI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실거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올해 2월에 2021년 10월 대비 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DI가 제시한 하락 이유 역시 금리 인상입니다. KDI는 올해는 금리 상승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국적으로 매매 및 전세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KDI는 상승 요인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 입주 물량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전세 가격과 매매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 올 상반기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서울은 지난해보다 30.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도도 전년 대비 물량이 줄었습니다.
결국 KDI는 당분간 주택 매매가격이 전세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2020년부터 매매가격 상승률과 전세 가격 상승률의 방향 및 변동 폭이 과거에 비해 동조화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기관들의 예상을 정리하면, 올해 국내 부동산 가격은 금리 인상 때문에 서울의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 미국 부동산 시장 동향
얼마 전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신규 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6.6%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며, 주택 판매 수치도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미국 역시 중앙은행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대출, 즉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3.1%였던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 금리는 지난주 5.25%로 급등했습니다.
미국 주택 판매에서 신규 주택 판매는 주택 판매 시장 동향의 선행 지표로 해석되는데, 전문가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예정이어서 주택 판매 감소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도 기존 주택 판매가 최근 3개월 연속 줄었고, 특히 4월 판매는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주택 판매가 줄고 5월 중순에는 모기지 신청도 급감한 것으로 보이므로 주택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이라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신규 주택 판매 가격의 중간값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6% 오른 가격입니다. 주택의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S&P는 이러한 주택 가격의 급등세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모기지 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이는 곧바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연준은 긴축 정책을 통해서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담보 증권(MBS)도 줄일 예정입니다. 이것 역시 모기지 금리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소비자물가의 3분의 1이 주거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금리 상승으로 집을 사고 싶어도 여력이 없어 살 수 없는 시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수요가 줄어 집값은 하락할 것입니다.
최근 비관론자들은 주식 시장 및 암호화폐 시장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 주장합니다. 지금 미국 집값은 표면적으로는 버티고 있으나 속으로는 버블 붕괴가 이미 진행 중일 것이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논외로 하더라도, 만약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된다면 이는 결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미국에서 버블이 붕괴하면 그 여파가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이제 유동성 파티는 끝나고 각종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미국의 부동산 시장도 하락 전망이 우세합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급격한 하락보다는 점진적인 하락이 바람직하지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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