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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리세션, 그리고 Checkmate: 세계경제 종말론 & 디커플링의 서막

 

최근의 인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를 오래 전부터 경고해온 Lyn Alden이 6월 뉴스레터를 작성. 한자리에서 끝내기 어려운 엄청 긴 글인데, 눈앞이 깜깜해지고 한숨부터 나오는 암울한 전망. 그렇지만 대체로 동의할 수 밖에 없기에 개인적 의견을 더해 정리해보기로 함. 정리한 글 조차도 장문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미리 양해를 구함.

6월 뉴스레터를 세가지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인플레이션, 리세션, 그리고 checkmate.

|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죽음, 세금, 그리고 부채사이클

​지난 수 년간 MMT의 시대에 살고 있던 우리지만, 다시 한번 큰 부채 사이클을 돌아볼 필요가 있음. 부채를 화폐화하며 부채라는 개념을 자체를 지워버리는 이 MMT가 한계 상황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2008년의 은행 시스템 붕괴 및 코로나 이벤트, 정부 부채부담이라는 포인트로 봤을 때, 현 시점은 흔히 회자되는 1970년대보다는 1940년대와 비슷(대공황, 세계2차대전 등).

“history doesn’t repeat but it does rhyme”라는 말처럼, 1920~1940년대 일련의 사건들은 2000~2020대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 1920년부터 쌓인 버블이 1929년 대공황으로 무너지고, 2000년대 닷컴버블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무너졌는데, 두 사례는 지난 세기 가장 큰 금융위기였으며, 두 경우 모두, 연준이 기준금리를 0%까지 인하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본원통화 확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진 않았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간 인프라 증설, 원자재 과잉 공급, 횡보하는 수요가 겹치며 그 결과는 반대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미적지근한(stagnant) 경기가 이어지는 동안 민간부채가 공공부채로 이전되고(정부 지원), 과잉공급은 부족으로 반전되며, 포퓰리즘 득세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는 이때, 광의통화 확장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시작.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지만 악화된 정부재정이 연쇄부도를 막지 못하며 자산붕괴와 또 다른 경기침체가 발생.

이것이 바로 Ray Dalio가 말하는 장기 부채 사이클.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에서도 1940년대와 마찬가지로 높은 부채부담이 공통적으로 나타남.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도를 용인하던가, 아니면 money printing으로 통화가치 절하시켜 상대적으로 부채부담을 줄이는 것인데, 이때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됨.

차이점이 있다면,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재정 정책은 산업생산 시설과 참전군인들의 대학 교육으로 투입됐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생산성 증가로 이어짐. 반면, 이번에는 가계부실과 고용안정으로 들어가고 생산성 증가에는 미미한 효과를 보임. 결국 광범위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 및 정책입안자들의 생산성 강화 유도가 중요한데, 이것이 달성되지 않으면 고통은 지속 될 수 밖에 없음.

 

| 연준의 딜레마: 인플레이션 vs 실업률

현재 수요 대비 공급 인프라 부족으로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 지금은 과거 중국과의 노동생산성 확장 같은 disinflationary force가 없음. 유가파동의 1970년 대와 달리 현재의 높은 GDP 대비 부채부담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능.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제금융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 최근 긴축모드에도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

 

 

연준은 물가와 실업률이라는 상반된 목표로 타겟하는 dual mandate 임무를 띄고 있음. YoY 8.6%의 인플레이션은 40년만에 최고치고 3.6%의 실업률은 약 50년내 최저치. 현재로선 긴축을 통해 고용을 다소 희생하고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두 지표 모두 후행적인 지표라는 것.

연준은 연말 4.1%의 실업률을 예견하고 있는데, 사실 아주 정교한 통화정책으로 딱 0.5%만 올린다는 것은 전례가 없음. 후행적인 지표를 타겟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잡다 결국 경기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 벗어나기 힘든 인플레이션-경기침체의 회전문

현재의 상황을 두고 경기침체에 들어섰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돌입했다고 볼 수 있음. 여러 경제 지표를 실시간 반영하여 매주 업데이트되는 애틀란타 연준 GDPNow는 이미 궤도를 벗어나 미국 2분기 성장률를 0%로 전망. 반면, 민간설문업체인 Bluechip Survey의 조사 결과에서는 여전히 2~4%대의 성장을 예상하며 경기침체가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

 

 

특히 소비 쪽 심리가 상당히 안 좋음. 임금상승률은 6.1%나 상승했지만, 8%가 넘는 인플레이션 고려하면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줄었으며, 모기지대출 이자 급등으로 고정 지출 부담이 엄청나게 상승.

연준은 에너지나 상품을 돈처럼 찍어낼 수는 없고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도구만이 있을 뿐인데, 현재 수요 조절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법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그 도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고용 또는 신용시장의 붕괴의 여파가 인플레이션보다 커질 때만 멈출 수 있음.

 

미국 소비자심리 지수

 

미국 모기지대출 이자 부담 급등

 

이번 인플레이션 상황의 문제는 국가부채 수준이 사상 최고치로 부채 청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경기부진을 견딜 수 있는 룸이 매우 작다는 것. 1970년대 Paul Volker가 기준금리를 약 20%까지 인상했을 때와 다른 점은 당시 민간+공공부채를 포괄하는 total debt to GDP가 160%였다면 지금은 370%에 달함.

미국이 긴축을 통해 강달러를 유발하고 있는데, 강달러는 통상 글로벌 저성장, 기업실적 약화, 미국채의 해외수요 약화 등 갖가지 문제를 일으킴. 이는 약소국 경제의 붕괴 및 다른 강대국의 상황에도 악영향을 주고 이러한 미국 외 국가들의 추락의 여파에 대하여 미국은 결국 재정지출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적자폭은 더욱 심화.

또한, 당시 통화 확장이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이뤄진 것과 달리 지금은 정부의 재정지출에 기인한 것으로 수요 감축 효과도 훨씬 작을 가능성이 높음. 애초에 현재 인플레이션은 과잉수요가 아닌 공급부족에 의한 것인 것도 문제.

당시에는 그나마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었던 유가가 석유파동이라는 지정학적 원인으로 촉발 되었는데, 결국 지정학적 솔루션으로 글로벌 공급량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음. 지금의 고유가가 진짜 문제인 이유는 미진한 시설투자에 있음. 지난 수년에 걸쳐 석유 시추, 정유, 송유관, LNG터미널 등에 대한 개발 지연뿐만 아니라 기존에 돌아가던 원자력발전 마저 중지시키고 있던 상황. 이러한 종류의 인프라 부족은 자본집약적 투자가 수 년간 이뤄져야 메울 수 있는 공백.

 

글로벌 원유 시추 rig count 추이

 

| 유가, 인플레이션, 리세션

현재 유가는 110달러 안팎에서 넘나드는 중.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까지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도 그 수준. 게다가, 에너지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자국봉쇄 로 등유 및 휘발유 사용이 수년 내 최저치. 에너지 세계 최대 수요의 두 국가가 타이트한 수급 완화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유가는 110달러라는 것.

이 말은 수요감축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더라도, 인프라 등 공급망 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축 종료와 함께 인플레이션은 결국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

 

 

이번 싸이클에서 유가가 120+달러 까지 상승했는데, 긴축과 수요감축으로 가령 70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경기부양책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150달러 까지 상승할 수 있음. 이 과정이 반복되며 유가는 지그재그로 상승하게 됨.

인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풀어야 될 문제는 에너지뿐만이 아님. 중국의 인구는 이미 하락하고 있어 더 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과 그로 인한 disinflationary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 미중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미국의 글로벌 지정학적 grip이 후퇴하면서, 미국 동맹국과 그 외 국가 체제간의 양분화가 일어나는 중. 즉, 탈세계화 흐름 아래 에너지를 비롯한 공급망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운 공급망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함.

 

 

| 다가오는 세번째 체크 메이트

체스에서는 이기는 쪽이 상대방을 연쇄적인 ‘체크메이트’ 상황에 몰아넣는 수를 두기 시작. 상대방은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면 결국 파이널 체크메이트를 당할 수 밖에 없음.

1990년 대 미국 경제는 소련붕괴 이후 절대강자 지위로서 베이비부머의 생산성을 바탕으로 태평성대를 구현했는데 동시에 버블의 징조도 싹트기 시작. 닷컴버블 이후 저금리 기조는 서브프라임 위기의 단초가 되며 미국 경제는 2008년 첫번째 체크메이트를 당하게 됨.

유례없는 통화확장 정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데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크게 증대시키는 한편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 미중 갈등도 이 시점에서 부각.

 

 

두번째 체크메이트는 2019년으로 사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이상기류가 감지. 크레딧 시장이 얼어붙고, 레포(REPO) 금리가 치솟는 등 은행간 단기금리 시장이 꼬이기 시작. 연준은 수십억달러의 레포를 매입하며 안정시켜야 했고, 기준금리 인상도 멈춰야 했음. 그 이후에는 잘 알다시피 코로나 대응으로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

다음 체크메이트는 아마도 수요파괴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될 것으로 예상.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한 미국의 대응 카드는 매우 제한적. 앞서 설명했듯이, 훨씬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공급 인프라는 그 시기까지 구축되어 있지 않기에, 인플레이션은 또 다시 문제가 될 것. 추가 재정지출은 이미 높은 국가 부채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연준은 남아있지도 않은 정책수단을 소진하며 경기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음.

일본의 경우, 사실상 막장에 이른 상황으로 이번이 파이널 체크메이트일지도 모름.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나라가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BoJ는 일본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여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고수 중(10년 국채금리 0.25% 이하로 제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침체 뿐만 아니라 GDP 대비 250%에 달하는 정부부채의 이자부담이 크게 증가. 현재도 이미 정부지출의 25%를 이자를 내는데 사용하고 있는데, 0.25%인 국채 금리가 단 25bp 상승에도 신규 부채에 대해서는 이자를 두배로 내야 하는 것. 긴축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덤. 그 결과가 24년만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엔화 약세. 엔화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음. 아직 구체적으로 보이는 건 없으나 이런 엔화의 급락이 또 다른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

 

6월 24일 현재 134.7…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국은 경제 및 재정상황은 일본 수준은 아니라는 것. 몇 발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총알은 있는 상태이며, 체스 게임과 달리 시간차를 두고 동맹국과 시간차 팀플 대응이 가능. 소위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응 방책이 남은 것인데, 그 동안 공급 인프라의 확보 등 인플레이션 원인의 해소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의미가 있음.

 

| 암호화폐 시장의 Implication: 비트코인의 디커플링

암호화폐 시장 역시 글로벌 경기 및 유동성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음.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다른 증시와 마찬가지로 또는 더욱 심한 부진을 겪을 수 밖에 없음. 특히, Web3의 경우 밸류에이션에 미확정적 미래가치가 투영된다는 맥락에서 나스닥 흐름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음.

 

비트코인 vs 주식인덱스 상관관계 추이

 

다만, 비트코인은 조금 다른 흐름의 전개를 기대해볼 수도 있음. 비트코인은 기술기반 레토릭 외에도 지정학적 의미가 크게 작용함. 미국의 글로벌 패권 후퇴로 달러 공백의 대체재로서 주목 받을 경우, 기존 위험자산 군과 드라마틱한 그리고 우호적인 디커플링이 나타날 수 있음. 왜 이더륨이 아닌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자산이냐 한다면, 엘살바도르 얘기를 제외하더라도 현재로선 전쟁이 났을 때 사람들 머릿속에는 비트코인이 제일 떠오르기 때문.

 

탈출하는 난민들 주머니엔 종이지갑이…

 

현재 상황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비트코인에 반영되긴 힘들기에 가시적인 미래에 유의미한 반등을 나타내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임. 다만, 오히려 글로벌 경제가 막장으로 치닫고 미국이 파이널 체크메이트를 당할 때 기회가 생길 수 있음. 결국 비트코인은 죽어야 살 수 있다는 잿더미 부활 네러티브를 가진 다는 것. (물론, 예상치 못한 다른 이유가 트리거가 될 수도 있음)

비트코이너에게는 장기 존버도 중요한 덕목이지만, 섣부른 베팅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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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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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비스타랩스 이사 前)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前) 한화자산운용 Credit Strategiest 前) 두나무투자일임 Early-stage의 암호자산에 투자하는 Crypto VC 매니저입니다. 대표적 전통자산 채권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눈앞에 다가온 블록체인 혁명을 이야기합니다. (https://t.me/vista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