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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이라는 내러티브가 흔들린다?

Summary

-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기대받았지만 큰 역할을 다하지 못한 비트코인

- 그럼에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앓는 국가들 사이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중

-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본질에 주목할 필요성

 

© iStock

 

비트코인=인플레이션 대안’ 무색해졌지만 글로벌 자산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피델리티(Fidelity)가 기관 고객 대상의 이더리움 거래 지원 계획을 밝혔고,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글(Google)은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의 제휴를 통해 2023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가상자산 결제를 시작한다. 이처럼 산업 내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계속해서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격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기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많아지고, 실제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동안 자산 시장 상승을 이끌어왔던 유동성 공급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현재가 어렵고, 향후 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기업이든 개인이든 혹시나 닥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유보하지 이를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되던 비트코인의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통받는 국가들은 늘었는데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졌고, ‘비트코인=인플레이션의 대안’이라는 내러티브도 무색해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비트코인은 못 잃어 인플레이션은 이제 누구나 아는 문제가 됐다.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돈을 풀기보다 유동성을 축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상한 현상들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및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50조 원+a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강원 레고랜드 관련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의 디폴트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의 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긴급 유동성 투입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앞서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득세율을 인하(20%→19%)하는 등 연간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 정책을 발표한 후 역풍을 맞아 철회한 바 있다. 중국 인민은행도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를 통해 시중에 50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히 뭔가 이상해 보인다. 인플레이션으로 여러 분야에서 경고음이 울리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 상황에서 어떤 모습일까? 최근 영국에선 비트코인 거래량이 예전보다 증가했다. 파운드화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비단 영국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과거 터키의 정정 불안으로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을 때 비트코인 수요는 역시나 급증했었다. 브라질 핀테크 은행 누뱅크(Nubank)의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180만 명을 돌파했다. 전월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이며, 6월 말에 서비스를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급기야 인플레를 넘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보유가 전년대비 40%가량 급증했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고, 달러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일종의 달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테더(USDT)는 브라질 ATM에서 다음 달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이 기존 내러티브와 달리 인플레이션 하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비트코인을 찾는 국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또한 이런 과정에서 달러 역할을 일부 대체하면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정도가 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데뷔 중일지도 몰라 물론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역시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의 대안이다”라는 내러티브가 성립하기까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사는 방법도 너무 어렵고,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글로벌 공조도 선행돼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상승하지 않는 가격을 보면서 인플레이션의 대안이라는 비트코인 내러티브가 무너졌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본질에 주목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데뷔를 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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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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