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떨어진 시장, 하지만 시장은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SUMMARY
-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연기, 가격 부진, 주식 시장 활성화 등으로 가라앉은 가상자산 시장
- 하지만 ETF 승인 마감일은 2024년 3월이며, 최근 그레이스케일이 GBTC 전환 관련해 SEC에 승소하는 등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
- 국내에서도 토큰증권과 관련해 정부와 증권사, 은행들의 컨소시엄 구축 중
- 올해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세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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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상자산 시장 어떻냐면...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인 코리아블록체인위크(이하 KBW2023)이 한창이다.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블록체인계 유명 인사들이 다수 참가했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예년보다 낮아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의 지지부진한 흐름 때문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주요 거래소의 거래량도 최근 감소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이 연기되고, 오랜 가격 부진에 따른 투자자들의 관심도 하락이 원인이다. 그 사이 전기차 배터리, 초전도체 등이 주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면서 상대적인 관심도 더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점검해 봤다.
비트코인 현물 ETF 언제 출시돼요?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단 소식에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지난 몇 년간 수차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무산됐지만, 블랙록이 새롭게 등장한 만큼 비트코인 가격도 이를 반영해 상승했다. 하지만 SEC는 지난 이번 달 초,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에 대한 검토를 오는 10월로 일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장은 다시 실망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연기지만, 지난 몇 년간 연기 이후 거절당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실망한 것이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는 생각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 검토 시작 후 240일까지 연기가 가능한 만큼, SEC의 결정은 내년 3월까지 미뤄질 가능성은 이미 제기됐었다. 블랙록이 신청한 ETF를 기준으로 한다면 내년 3/15이 최종 데드라인이다. 따라서 지금의 연기가 승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사례를 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예년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SEC는 지난달 말, 워싱턴 DC 항소법원에서 GBTC(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를 현물 ETF로 전환 거부한 것에 대한 재검토 명령을 받았다. 재판에 따르면, 그레이스케일이 제안한 상품이 이미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P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그레이 스케일의 입장에 동의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SEC는 그레이스케일의 신청 거부 사유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SEC의 재검토를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이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그레이스케일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인정됐고, 이는 향후 비트코인 현물 ETF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은 커진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연기 소식에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이드라인이 생기려면 일단 필요한 것은 지난 몇 년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육성을 위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및 제도화에 대한 논의는 여러 차례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없었다. 과세도, 기관투자자의 참여도, 상품의 개발도 제도화가 없었기에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커지는 시장에 비해 법제화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이를 악용한 프로젝트가 많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훼손시키기도 했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토큰증권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라인은 나왔지만 아직 시작되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논의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앞두고 잠시 소강상태다. 그만큼 세계 금융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 그리고 ETF가 가져다줄 파급력 때문이다. 규제화 및 법제화를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취급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증권인지 상품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은 계속됐었다. 최근에는 증권 취급을 받던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뉴욕법원은 유니스왑(Uniswap)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기각하면서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증권성 여부, 기초자산(Underlying asset, 거래대상이 되는 특정상품) 등에 대한 해석이 선행돼야 제도 마련이 원활한데 아직 이런 규정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과에 따라 그 해석에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규제 및 제도화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여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금융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토큰증권도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미 발표됐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준비 중이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협조와 증권사 및 은행들의 자발적인 컨소시엄 구축으로 점점 토큰증권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떠나간 투자자들의 관심은 언제 돌아올까?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가 감소한 사이 국내외 주식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국내에서는 에코프로 등으로 대표되는 전기차 배터리, 최근의 초전도체, 그리고 비만치료제 등의 헬스케어 섹터가 돌아가며 주목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지부진한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과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굳이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당장 갖기에는 시장 상황은 경계심리가 높다.
그러나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가 되는 시점에서는 다시 가상자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아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이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블룸버그의 서베이에 따르면, 승인 가능성은 7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ARK Investment)는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까지 신청을 했다. 그레이스케일이 최근 SEC를 상대로 한 법정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더 많은 암호화폐 ETF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만약에 내년 초에 승인된다면 봇물처럼 가상자산 ETF가 승인될 가능성도 높다. 국내의 토큰증권 시장도 내년에 개막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금은 숨죽이며 SEC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예년보다 높아진 가능성과 기대감을 갖고 시장은 내년 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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