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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앱 전성시대’ 에이블리의 가능성

Summary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E-커머스, O2O… 네트워크를 이용한 유통·마케팅 트렌드 변화는 정말 빠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저렴하고, 개인 취향에 맞추기까지 하니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시장을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수익구조와 타깃 소비자 등이 저마다 다르니 비교하기 힘이 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패션 앱’입니다.

 

© unsplash

 

| 패션 앱 A부터 Z까지

지금은 패션 앱 전성시대! Opensurvey의 ‘MZ 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MZ 세대는 온라인 오픈마켓이나 오프라인 아웃렛, 백화점 대신 쇼핑몰 모음 서비스인 패션 앱을 통해 의류를 구입합니다. 2021년 거래액만 봐도 무신사는 2조 원이 넘고, 지그재그도 1조 원을 넘기는 등 소비자들의 패션 앱을 통한 구매량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패션 앱 운영사들이 명품, 뷰티, 스포츠 등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으나, 아직 확장 전략의 성패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분석합니다.

 

© Opensurvey ‘MZ 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2.4

 

보고서의 분석 대상인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이라고 불립니다. 버티컬 플랫폼이란 ‘뷰티면 뷰티, 세대면 세대 등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뜻합니다. 버티컬 패션 앱 경쟁이 심화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M&A도 활발합니다. 거래액 순위 1위인 무신사는 2021년 ㈜스타일쉐어와 29CM이라는 여성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3,000억 원을 주고 인수했습니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던 크로키닷컴은 카카오와 합병했으며, 신세계 SSG닷컴은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을 2,7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주인이 되었습니다.

네이버 역시 여성 패션 플랫폼 브랜디에 1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대기업, 스타트업 할 것 없이 모두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를 엿보자면 Z세대 패션 앱 ㈜스타일쉐어는 2020년 기준 자산총계 625억 원, 매출액 40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 W컨셉을 운영하는 ㈜더블유컨셉코리아는 2021년 자산총계 569억 원, 매출액 1,013억 원을,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구, 크로키닷컴㈜)은 1,304억 원의 자산규모에 652억 원 매출, -37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오픈마켓의 틈새 제대로 노렸다 버티컬 플랫폼과 경쟁하는 온라인 의류 구매 채널로는 넓게 보면 ‘온라인 쇼핑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사이트로, ‘E-커머스(E-commerce)’라고도 합니다. 쇼핑몰 운영자와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개인사업자와 브랜드 공식 쇼핑몰, 명품, 중고거래 쇼핑몰 등으로 구별됩니다.

온라인 쇼핑몰도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용어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원하는 가치와 재화를 거래할 수 있는 매개체 환경’을 뜻합니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로 플랫폼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온라인 상거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누구나 판매자와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네이버 쇼핑이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가장 고른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오픈마켓은 서비스 운영사가 거래에 관여하지 않고 플랫폼만 제공하는 ‘중개자’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오픈마켓의 수익모델은 거래가 발생하면 플랫폼을 사용한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입니다. 그래서 보통 대기업에, 회원 수가 많고, 이용자가 포괄적인 편이라 특정 타깃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매출 규모는 공룡급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MZ 세대 등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타깃에 집중한 패션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니치 마켓으로 등장했습니다.

 

© DART 쿠팡 2021 연결감사보고서

 

다수의 소비자와 판매자를 플랫폼 안에 모아 둔 오픈마켓의 매출액을 확인해 볼까요? 쿠팡의 경우 2021년 매출액 약 20조 원을 넘겼습니다. 물론 -1.1조 원의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쇼핑의 경우 네이버의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커머스’ 수익이 약 1.4조 원입니다.

 

| 에이블리의 차별화 포인트

매출액보다 중요한 것 있었으니… 버티컬 패션 앱의 선두 주자인 ㈜무신사의 2021년 매출액은 4,667억 원입니다. 쿠팡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래도 네이버 쇼핑과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성장세가 높은 것은 또 다른 가능성입니다. 패션 앱의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매출액보다는 ‘거래액’을 기준으로 삼거나 ‘앱’ 다운로드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성장성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 Dighty (Android, 약 3천만 유저 기반 데이터)

 

2021년 앱 다운로드 증감률을 통해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브랜디, 하이버 등 패션 앱이 향후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가늠해 봅니다. 남성 고객이 많은 무신사는 여성 타깃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여성 패션 앱인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는 패션 외 화장품, 스포츠 브랜드 등으로 다양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는 특히 가장 발 빠르게 변신을 꾀하는 앱 중 하나입니다. 배우 김태리를 모델로 기용하며 광고 캠페인과 브랜딩에 집중했고, 뷰티·라이프 등 전 영역으로의 확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언론에 난 에이블리 활동 사항을 보면 에이블리 입점사가 2만 5천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투자금을 통해 AI 취향 추천 서비스 고도화, 동대문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 글로벌 진출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 머니투데이 2022.1.19

 

개인화 서비스 반응 오기 시작했다 에이블리에 다른 패션 앱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머신러닝 개인화 서비스’입니다. 에이블리는 개인 취향에 맞춘 아이템 추천이 있으며, 개인 셀러(판매자)가 다른 곳에 없는 ‘신상’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추천해 줍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왓챠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강석훈 대표는 “머신러닝 기술이 반복학습을 통해 ‘터치’ 몇 번만으로도 선호하는 스타일을 알아낼 수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왓챠의 개인화 알고리즘을 에이블리 패션 앱에 적용했다고 하는데, 개인화 서비스가 최종 구매 결정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패션 앱은 구매자들의 후기와 추천을 통해 판매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Opensurvey 2022.4 MZ 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그러나 Opensurvey ‘MZ 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패션 앱 브랜드별 만족도에서 에이블리는‘내 취향의 상품’, ‘볼거리/콘텐츠 다양성’에서 유의미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에이블리가 소비자의 입맛에 최적화된 저렴한 상품을 추려 준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에이블리의 재무적 특징

그럼에도 패션 앱의 전반적인 트렌드와 외부 평가를 종합해 볼 때, 에이블리의 실질적인 매출액이 커질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패션 앱의 수익과 이익이 큰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이블리의 객관적인 상황을 재무제표를 통해 검토해 보겠습니다.

 

지속적인 투자 필요한 재무 상태 에이블리의 FY2021 기준 자산총계는 689억 원인데, 거의 대부분 자산이 493억 원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입니다. 투자를 받았던 자금을 아직 사용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부채 711억 원 대부분은 미지급금 538억 원이고요.

자본 쪽은 결손금이 크게 난 상황입니다. 결손금은 적자의 누적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 결손금 530억 원 → 2021년 1,252억 원으로 단 1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거슬러 보면 그간 당기 순손실이 최근 3개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큰 규모의 결손에도 불구하고 자본총계는 -22억 원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자본잉여금 즉 투자로 조달된 자금이 1,184억 원이고, 2021년 꽤 많은 자금이 에이블리로 흘러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당기 순손실의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됩니다.

 

재무제표 읽는 남자 작성

 

외부 자금이 아닌 자생적인 자본조달이 되려면, 매출과 이익이 발생해야 합니다. 물론 패션 앱 플랫폼의 가입자 수 증가도 필수이고요. 에이블리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 934억 원인데 상품과 서비스로 매출액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상품 매출액 609억 원은 직접 팔 때 나오고, 플랫폼 이용 수수료는 325억 원입니다. 에이블리는 편집숍으로 직접 판매를 더 많이 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비용 쪽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판매관리비 1,241억 원입니다. 에이블리 직원 급여는 101억 원 밖에 안되고, 2021년 지급수수료 604억 원, 광고선전비 380억 원이 발생했습니다.

 

거창한 포부에도 걱정 되는 이유 최근 에이블리 대표가 삼프로TV 인터뷰에서 밝힌 향후 계획은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에이블리는 오픈마켓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함께 모으는 플랫폼이지만, 셀러(판매자)가 팬덤을 이루고, 디자인만 만들면 제작, 생산, 유통 단계를 에이블리가 다 처리해 주는 풀필먼트 설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성수동에 1,000짜리 6층 센터가 이미 재고로 가득 찼고, 에이블리가 위탁판매자로써 셀러(판매자)가 대박이 날 수 있도록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 unsplash

 

에이블리가 포부로 삼고 있는 소비자 맞춤 AI 추천과 셀러(판매자) 대상 물류관리, 고객상담, 판매 마케팅 풀필먼트. 에이블리는 사명에 포함된 ‘able’ 뜻을 구현하고 싶어 합니다. 셀러(판매자)는 커머스를, 유저(소비자)는 쉽고 재미있는 쇼핑이 가능한 패션 앱을 지향합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패션 앱도 옷 파는 플랫폼에 불과합니다. AI와 풀필먼트 등 혁신적인 기술이 접목된다고 해도 결국에는 ‘패션’이라는 근본적인 시장 본질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패션의 소비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 → 온라인 → 모바일로 옮겨 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패션시장이 모바일 즉 패션 앱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이블리도 스타트업답게 높은 성장률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투자자를 모으고, 소비자에게 에이블리의 미래를 스토리텔링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블리에 추가되는 아이템이 많아질수록 차별화된 ‘버티컬 패션 앱’이 아니라 오픈마켓과 유사한 서비스가 될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음식 배달 앱 띵동의 운영사인 ㈜허니비즈가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강남구, 서초구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펫숍, 마트, 푸드박스로 아이템을 확장하고 지역까지 전국화했지만 공격적인 경영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직접 에이블리 패션 앱에 가입을 해봤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 중심의 패션 앱 플랫폼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첫 화면에 ‘365일 배송비 무료’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매년 높게 책정된 광고비는 제가 주요 타깃이 아니라서 보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매체에 집행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항목은 지급수수료입니다. 일시적인 판매관리비로 들어가지만 앞으로도 유지될 고정비가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패션 입점 브랜드(셀러)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재고관리나 반품 그리고 배송을 에이블리가 직접 다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매출액이 316억 원 → 526억 원 → 934억 원 추이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비용(판관비)이 281억 원 → 526억 원 → 1,241억 원 순으로 늘어야 합니다. 에이블리의 미지급금이 538억 원이던데, 2021년 기준 기말의 현금이 493억 원입니다. 이런 비용 지출 추세라면 곧 자금이 모자랄 것입니다. 에이블리 거래액 7,000억 원이 1조 원 이상으로 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장성이 폭발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재무 상황이 더 어려운 쪽으로 흐르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추가 자금조달을 위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고 일을 벌이는 것은 모험이 될 수 있습니다. 임직원 인건비가 적습니다. 새롭게 하는 건 다 외주로 돌린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도 패션 앱 전성시대? 패션 앱은 기본적으로 E-커머스의 마지막 남은 플랫폼 사업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버티컬 패션 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션’이라는 동질감에 많은 유입사(플랫폼 가입자)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트렌드이자, 금방 솟았다 사그라지는 유행입니다. 이용자를 묶어둘 방안이 단지 쿠폰과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라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는 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 상기 내용은 FY21~16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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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現) 회계 전문 도서 저자 ‘재무제표 읽는 남자 이승환’ 저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 뽀개기』 /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재무제표 읽는 남자입니다. 투자하기 위해서, 기업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챙겨 봐야 할 재무제표. 읽기만 해도 도움이 되는 재무제표 유용함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