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생기는 일 (레고랜드 PF ABCP 채무불이행 사태)
Summary
- 국가 수준의 최상위 신용등급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불이행 사태 발생
- A등급 이상의 회사는 부도 가능성이 낮은 편이나 레고랜드 사태는 신뢰를 깬 이례적인 상황
- 채권 시장의 극심한 자금 경색으로 AAA등급 이하 회사의 연쇄 부도 가능성 점화
- 공공기관 신용등급 체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지난주 월요일 아침,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건설회사(시공사)에서 연 이자율 10% 이상의 고금리 단기 자금 대출 의뢰가 들어왔다. 이 건설사는 자신들이 매입확약을 제공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모집이 되지 않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해당 건설회사는 기존 여의도에 있는 대부분 증권사와 거래 이력이 있고, 이들이 책임준공을 확약하면 사업 안정성을 인정해 주어 큰 이견 없이 투자를 진행할 만큼의 신용도를 보유한 회사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한 회사만의 상황이 아닌 듯하다. 장기 신용 A+등급 회사는 단기 자금 50억 원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자 신용도가 더 낮고 규모가 작은 회사에 조달을 요청하고 있다. 몇 개월 전과 비교하면 이런 모습은 다소 낯설다.
이러한 조달(채권) 시장의 자금 경색 현상은, 얼마 전에 있었던, 레고랜드의 시행사이자 공공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PF ABCP 채무불이행에 기인한다. 금번 글을 통해 신용등급 체계와 지방 공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향후 개선되어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신용등급 체계와 등급별 부도율
① 국가에 준하는 회사만 AAA등급 신용평가는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기 전 전문가 집단(신용평가회사)이 투자자에게 채권의 매입, 보유, 처분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은 채권을 발행하고자 하는 회사 및 해당 채권의 만기까지 원리금의 상환 가능성을 등급으로 체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무보증회사채,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에서 신용등급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레고랜드 PF ABCP는 자산유동화증권에 해당한다.
구분 |
2021.01.01 |
2022.01.01 |
2022.11.03 |
비고 |
AAA등급 |
73 (15.6%) |
74 (14.8%) |
72 (14.5%) |
투자등급 |
AA+등급 |
43 (9.2%) |
44 (8.8%) |
45 (9.1%) |
|
AA등급 |
51 (10.9%) |
61 (12.2%) |
59 (11.9%) |
|
AA-등급 |
68 (14.5%) |
75 (15.0%) |
80 (16.1%) |
|
A+등급 |
51 (10.9%) |
63 (12.6%) |
59 (11.9%) |
|
A등급 |
51 (10.9%) |
50 (10.0%) |
58 (11.7%) |
|
A-등급 |
35 (7.5%) |
34 (6.8%) |
38 (7.6%) |
|
BBB+등급 |
16 (3.4%) |
15 (3.0%) |
16 (3.2%) |
|
BBB등급 |
17 (3.6%) |
26 (5.2%) |
20 (4.0%) |
|
BBB-등급 |
7 (1.5%) |
7 (1.4%) |
5 (1.0%) |
|
BB+등급 |
9 (1.9%) |
7 (1.4%) |
5 (1.0%) |
투기등급 |
BB등급 |
12 (2.6%) |
12 (2.4%) |
12 (2.4%) |
|
BB-등급 |
16 (3.4%) |
10 (2.0%) |
10 (2.0%) |
|
B+등급 |
5 (1.1%) |
8 (1.6%) |
4 (0.8%) |
|
B등급 |
6 (1.3%) |
7 (1.4%) |
6 (1.2%) |
|
B-등급 |
6 (1.3%) |
3 (0.6%) |
5 (1.0%) |
|
CCC등급 |
2 (0.4%) |
3 (0.6%) |
1 (0.2%) |
|
CC등급 |
1 (0.2%) |
1 (0.2%) |
1 (0.2%) |
|
C등급 |
0 |
0 |
1 (0.2%) |
|
투자등급 |
412 (87.8%) |
449 (89.8%) |
452 (90.9%) |
- |
투기등급 |
57 (12.2%) |
51 (10.2%) |
45 (9.1%) |
|
전체 |
469 |
500 |
497 |
회사채 신용등급 분포도 © 한국신용평가
구분 |
2021.01.01 |
2022.01.01 |
2022.11.03 |
비고 |
A1 |
164 (60.5%) |
175 (59.3%) |
161 (56.9%) |
투자등급 |
A2+ |
28 (10.3%) |
35 (11.9%) |
40 (14.1%) |
|
A2 |
26 (9.6%) |
27 (9.2%) |
29 (10.2%) |
|
A2- |
22 (8.1%) |
22 (7.5%) |
22 (7.8%) |
|
A3+ |
14 (5.2%) |
9 (3.1%) |
11 (3.9%) |
|
A3 |
13 (4.8%) |
24 (8.1%) |
18 (6.4%) |
|
A3- |
3 (1.1%) |
3 (1.0%) |
2 (0.7%) |
|
B+ |
0 |
0 |
0 |
투기등급 |
B |
0 |
0 |
0 |
|
B- |
1 (0.4%) |
0 |
0 |
|
C |
0 |
0 |
0 |
|
투자등급 |
270 (99.6%) |
295 (100.0%) |
283 (100.0%) |
- |
투기등급 |
1 (0.4%) |
0 |
0 |
|
전체 |
271 |
295 |
283 |
기업어음 신용등급 분포도 © 한국신용평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은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회사에 등급이 부여되진 않는다. 기업이 신용등급을 받으면 신용평가사에서는 이를 공개한다. 이에 재무 상태가 안 좋거나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는 회사는 공모 채권 시장이 아니라 사모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신용평가사는 회사채(장기) BBB- 이상, 기업어음(단기) A3- 이상을 투자 등급으로 정하고 있으며, 그보다 낮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용등급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등급 자체를 부여받지 않기 때문에, 전체 등급을 부여받은 회사의 90% 이상이 투자 등급에 분포되어 있다.
반면 회사채 AAA등급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회사 중에서도, 14.5%만 해당된다. 일반 기업은 AAA등급을 부여받기가 어렵다. 시중은행이나 국가와 유사한 수준의 신용도를 보유하였다고 판단하는 공공기관만 AAA등급을 부여받는다. 레고랜드 PF ABCP의 매입확약을 제공한 강원중도개발공사나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② A등급 이상 회사의 낮은 부도율 금융투자업 규정 제8-19조의 9 제3항 2호에 따르면, 부도는 원리금의 적기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기업회생절차, 파산절차의 개시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년간 회사채 등급을 부여받은 회사의 누적 부도율을 공시하고 있다. 해당 표는 아래와 같다.
구분 |
1년 |
2년 |
3년 |
4년 |
5년 |
10년 |
15년 |
20년 |
21년 |
23년 |
AAA등급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AA등급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0.00% |
1.50% |
1.50% |
1.50% |
A등급 |
0.05% |
0.15% |
0.31% |
0.49% |
0.73% |
1.41% |
1.41% |
1.96% |
1.96% |
1.96% |
BBB등급 |
0.34% |
1.03% |
1.73% |
2.26% |
2.72% |
4.29% |
6.53% |
7.14% |
7.14% |
7.14% |
BB등급 |
4.55% |
7.65% |
9.56% |
10.58% |
11.17% |
13.88% |
14.81% |
14.81% |
14.81% |
14.81% |
B등급 이하 |
7.97% |
10.78% |
12.39% |
12.79% |
13.21% |
14.34% |
14.62% |
14.62% |
14.62% |
14.62% |
전체 |
1.03% |
1.68% |
2.17% |
2.46% |
2.72% |
3.70% |
4.53% |
4.97% |
4.97% |
4.97% |
신용등급별 누적 부도율(11월 3일 기준) © 한국신용평가
부도율은 단기일수록 확률이 낮아지고 장기일수록 확률이 높아진다. 단기 1년 이내로 보면, 전체 등급을 부여받은 회사의 1.0%만이 부도 상태가 되었으며, 투기 등급인 BB~B등급 이하에서도 4.5%~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군 시공사가 부여받는 A~AA등급의 1년 이내 부도율은 0.0~0.05%다. 부도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셈이다. 이를 최장기간인 23년으로 쭉 늘어서 보아도 1.5~2.0%에 그친다. A등급 이상의 부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공기업이 부여받는 회사채 AAA등급의 부도율은 23년간 누적 0%에 수렴하고 있다. 다수의 회사에서 장기간 부도 사례가 없었단 것이다. 그렇기에 AAA등급은 채무 이행에 대한 채권자와 채무자 간 신뢰가 매우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신뢰 수준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은 평가 자격을 보유한 전문 기관에서 엄중하게 부여하는 사안이다.
|레고랜드가 쏘아 올린 작은 공
① AAA등급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배신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때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분양이나 운영수익 등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 거래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금융기관은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바탕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 대출에 참여한다.
하지만 공공적인 성격의 사업은 사업성이 열위하기 때문에 기존 대출 기관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며 대출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해당 PF대출 채권이 만기에 상환이 어려울 경우, 공공기관이 대신 상환을 이행하는 매입확약을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AAA등급에 준하는 공공기관이 매입확약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시중 금융기관은 해당 PF대출 채권을 무위험 채권과 동등하게 보아 대출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금번 레고랜드도 공공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PF대출 채권에 매입확약을 제공하였고, 그 결과 기업어음 중 최상위 등급인 A1등급을 부여받아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9월 28일 채무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주주로서 강원도가 동사의 회생 절차 진행을 발표했다. 채권자인 BNK투자증권은 매입확약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이행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판단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했다.
양측 간 이야기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대출 채권의 만기일까지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상환 또는 연장 확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통상적으로 대출약정서상 채무자의 회생 또는 파산은 당연(즉시)기한이익 상실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적절한 대응으로 판단된다.
물론 그 이후 강원도가 조속한 시일 내 채무 상환 계획을 발표했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 기한이익상실
: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이다. 즉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만기 이전에라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 매일경제
② 채권시장에 발생한 자금 경색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공기관은 국가에 준하는 AAA신용등급을 부여받는다. AAA등급은 지난 23년간 단 한 번도 부도 사례가 없었다. 그만큼 해당 등급은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단단한 신뢰가 있는 경우에만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번 레고랜드 사태를 통해 오랫동안 이어져온 약속이 깨졌다. 국내 신용등급 체계 내 최상위에 속하는 회사에서 부도가 났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 신용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사태로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증권사와 건설사다. 증권사와 건설사는 부동산 PF를 진행할 때 자기 자본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신용도를 이용하여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다. 이는 3개월~1년 이내의 단기 자금으로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환 또는 차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건설회사는 기존 단기 자금을 대환 하기 위해 자금을 모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신용등급 회사의 채권마저도 회수가 어려운데, A~AA등급인 건설회사 및 증권사의 채권이 소화될 리가 없었다. 이러한 자금 경색 현상으로 건설회사와 증권사의 부도 가능성이 점화됐다.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자금 경색 현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결론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 금번 레고랜드 사태를 통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와 준하는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것의 리스크가 발견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정권이 바뀌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크게 바뀌게 때문에, 이전 정권에서의 사업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 및 공기업에 신용등급을 부여할 때는, 중앙정부의 관리와 지원에 근거하고 사업성, 사업의 공공성 등을 면밀히 살펴 차별화된 신용등급 체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자체가 국가를 대신하는 만큼, 국가의 신뢰도를 고려한 의사결정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약속한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등의 비상식적인 대응도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신용이란, 한 번 깨지면 대가가 큰 법이다. 아무리 다음 번에 잘하려고 해도 신용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한 번을 깨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약속이 지켜져 왔을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은 언제나 그래왔듯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게 자본 시장이 갖는 자생력이자 힘이다. 다만 이렇게 고통스럽고 지난한 시간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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