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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직면한 삶을 보여주는 ‘지표’ -ft. 브이로그 ‘자취남’-

SUMMARY

- 내밀한 사생활일 수 있는 내 집을 속속들이 소개하는 유튜브 '자취남' 채널 유명세

- ‘자취남’ 소개 사례 대부분 1인 가구로 2030의 주거 종합보고서 성격을 지님

- 집이 보여주는 MZ세대의 직면한 ‘삶’...현재를 살지만 미래를 지향

 

© istock

 

내 또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또래나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가. 특히, 직장 생활을 시작해 본가에서 벗어나 ‘독립’한 20·30세대라면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싶다는 의도보다는, 내가 선택한 ‘나혼삶’(나 혼자 사는 삶)의 거주 형태나 삶의 방식이 또래들과 비슷하거나 다른지 알고 싶어 하는 심리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형태든 독립을 위해 꼭 필요한 ‘거처’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콘텐츠, 특히 유튜브 영상들이 있다. 그중 약 1년 전, 부동산과 관련된 유튜브를 보다가 알고리즘이 추천해 ‘자취남’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구독자나 조회수가 많지 않으면 영상을 그냥 한번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취남’도 그랬다. 그렇게 스치듯 봤던 ‘자취남’이 어느 순간 신문 지면을 통해 언급되기도 하고, 구독하지 않아도 계속 유튜브 추천 영상에 올라왔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자취남 유튜브는 어떤 곳? 채널명이 자취'남’이라고 해서 남자들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자취 독립’한 사람들이 남녀 구분 없이 등장한다. 이 영상을 보면서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출연자(대체로 2030 취업자 또는 이직 준비자)들이 본인의 집, 집 안에서의 생활, 인테리어를 꾸민 생각(결정)이나 삶의 방식에 대해 있는 그대로 스스럼없이 소개한다는 점이다. 허락 없이 남의 집을 훔쳐본다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 텐데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분들은 자발적으로 본인의 거처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현재 ‘자취남’ 채널의 구독자 수는 61.8만 명이다. 유명 유튜버가 되었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독립한 20·30세대가 주택이라는 공간에 살면서 어떻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지 부동산적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파악하기에 ‘자취남’의 내용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자취남’이 소개한 내용을 소재로 사용할 뿐,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평가나 지적이 목적이 아님을 밝힌다. 유튜브에서 최근 몇 사례들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들의 ‘집’과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민감한 가격 정보도 솔직하게 ‘자취남’을 통해 소개되는 집들은 현재 거주하는 출연자가 ‘돈’을 지불하고 마련한 ‘공간’이다. 이러한 개인의 주거 공간에 반영된 취향을 소개하는 것이 자취남의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관찰 예능과 흡사한 구성이다.

자취남에 출연한 주인공들이 받는 공통적인 질문들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 그다음에는 거주하고 있는 ‘곳’을 선택한 이유를 묻고 답한다. 짧은 2개의 질문이지만 자취남 운영자가 답변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기에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출연자의 가치 판단 기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그 후, 운영자는 거주하는 주택의 매매 또는 임차(전세, 월세, 보증금) 여부와 거주 공간의 규모 등에 대해 묻는다. 이 과정을 통해 출연자의 지불 부담 능력과 같은 경제 상황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이 질문을 통해 해당 거주지와 주택의 유형, 규모 그리고 매매 금액 또는 보증 금액의 히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다. 영상을 보는 이들도 ‘그 지역, 그 집’을 선택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거주 공간 내부에 대해 살펴본다. 이는 집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현관에서 시작해 전지적 인터뷰어(interviewer) 시점으로 진행된다. 카메라의 시선이 거주 내부 공간을 향할 때 평면도가 오버랩 된다. 방이 몇 개, 거실 위치와 크기, 기타 공간 등이 대충 그려지는데 이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거주자의 내부 공간 구획과 활용에 대한 의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소품 정보부터 냉장고 속까지 현관 이후부터는 속도감 있게 내부 공간 곳곳을 소개한다. 이때 소개하는 인테리어 제품에서 집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언급되는 인테리어 제품의 상품명과 금액 등도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시청자들은 이때 상품명이나 가격뿐 아니라 집주인의 인테리어 감각이나 ‘설치(위치) 의도’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추가로 냉장고도 열어본다. 여기서 ‘홈밥’을 위한 가정 간편식이나 요즘 ‘편스토랑(편의점+레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Restaurant Meal Replacement) 등이 소개되기도 한다. 어떤 집 주인은 외국풍의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하고, 아예 밥을 해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과장 없이 음식을 잘 하지 않는 이유를 편하게 이야기한다. 이때 시청자들 역시 자신의 냉장고와 비교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음식에 대한 개인적 세계관을 엿보게 된다.

 

자취남에서 발견한 세대 특성 개인적 취향은 거주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집을 구할 때, 집의 위치와 유형을 고려하는 것에서부터 반영된다. 직장을 다닐 경우 요즘의 경향인 워라밸을 반영하듯 직장과 가까운 곳, 교통수단 연결이 좋은 곳을 고르는 특징이 있다. 주택 유형을 고르는 영역으로 넘어가면 보다 구체적인 취향이 보인다. 최근 전세 사기 등에 대한 걱정으로 전세보증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빌라, 다세대가 아닌 아파트를 선택했다거나, 오히려 아파트는 자신에게 맞지 않아 빌라를 선택했다는 케이스도 있다.

이런 각자의 기준들을 충족하는 곳, 선호하는 주택 유형은 현실적으로 본인들의 자산규모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가격대’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출연자들이 그것을 과장하거나 숨기지도 않는다는 점이 공감되어 꾸준히 구독자가 유입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집값이 한참 오르던 2021년경 ‘패닉바잉(공황구매)’이나 ‘영끌’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 20·30세대이며 이들이 자취남의 열혈 구독자이거나 출연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에 대한 자산 가치와 공간 활용 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세대라는 ‘세대 특성’, ‘시대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읽힌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MZ세대에게 집이란 영상의 마지막에는 꼭 이 질문이 들어간다. “마지막 한마디?”가 그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집(공간)’에 대한 개인적 또는 철학적 관점이 보인다. 집은 ‘이래야’ 한다거나 집은 나에게 ‘이런’ 의미라는 답변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집은 삶의 보석 상자여야 한다.”, “나의 보석상자를 봐주시러 와(구경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식이다.

최근 123만 회 조회수를 기록한 1인 가구, 특히 남자의 로망을 보여준 ‘석촌 빌라 매매’는 마지막 한마디에 이렇게 답변한다. “집을 자신의 취향을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 집안은 어차피 나의 공간이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취향을 찾아가다 보면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남는다. 그래야 나이 먹었을 때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도 찾아가는 중이다”

 

© 자취남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집으로 드러난 20·30의 삶 ‘자취남’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대체로 유쾌하다. 자신의 거주 공간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자기 생각 역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자기 삶의 일부를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집의 위치나 가격 등 경제적 가치를 무시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구애받지 않는다. 출연자들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충분히 보인다. 거주하고 있는 집을 소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출연자들은 본인들이 ‘직면한 삶의 지표’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성세대와는 집에 대한 생각이 아주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는 20·30세대, MZ세대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듣고 보기에 충분하다.

자취남 영상은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정부(지원 및 마련) 정책에 그리고 마케터(공급자, 인테리어 업체, 상품 기획 등)들의 판매전략 등에 참고하기 좋아 보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집에 대한 아카이브(archive)도 될 수 있어 흥미롭다. 집이 그 사람을 만들기(정의 내려지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집(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뀔 수도 있다. 그건 영향력이다. 어떤 삶을 지향할 것인지 묻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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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
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