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시장’뿐 아니라 ‘지역 부동산’까지 살리는 이유
SUMMARY
- 부동산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활약한 백종원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시장 방문객은 늘어나는 중
- 재래시장 활성화는 지역 재생과 부동산 개발로 이어져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릴 실마리가 됨
- 시장 활성화 이후의 지역 변화에 더 주목할 필요
© 더본코리아 홈페이지
백종원 ‘시장’ 만들기, 정치인 되나? 백종원이 연예인은 아니다. 요식업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 CEO다. 그럼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면서 연예인을 능가하는 입담과 요리 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나 ‘골목식당’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힘과 용기 준 덕분인지 일반 시민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업가 이미지가 강하다. 약간 능글맞은 사투리를 투척하며 맛있는 요리를 보여주는 게 그의 특기다. ‘(설탕을 더)느유?’ ‘됐쥬?’ ‘맛있겠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백종원은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충남 예산이 그의 고향이다. 그런 그가 요즘 예산시장이라도 나올 모양인지 예산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다름 아닌 예산 재래시장을 살려야겠다는 게 그의 예산 출현의 진짜 목적이고 이유다. 그렇다. 이름하여 ‘예산 (재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예산시장의 평소 방문객이 100~200명이었다는데 ‘예산 재래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벌써 1만 명, 1월29일경 4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로써 역시 ‘백종원 브랜드’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인터넷 포털에 ‘백종원 예산시장’이라고 검색하면 다녀간 인플루언서들의 블로그 등이 넘친다. 대부분 음식이 맛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재밌다’는 블로거들도 많다. 시작하자마자 입심 좋은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이 늘고 있으며 ‘댓글러’들에게 호평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듯싶다. 장사 잘 되는 ‘맛집’들이 그렇게 알려지듯 벌써부터 다른 지자체가 ‘예산’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군 입대를 앞둔 ‘BTS’의 ‘진’도 다녀갔다고 하니 ‘예산시장’은 이미 BTS급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 네이버와 줌에서 ‘백종원 예산시장’검색 화면 캡처 이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백종원을 보며 의심 아닌 의심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 제목이 ‘백종원 시장이 되다’였기 때문이다. 그래 백종원이 이제는 ‘시장(市長)’이 되려나 보다로 읽혔던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의도한 작명법일 게 뻔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네이밍(naming)이다. 백종원이 되고 싶고 만들고 싶었던 것은 ‘시장(mayor)’이 아니라 ‘시장(市場)’이었던 것이다. 우스개 비유지만 충남 예산은 ‘市級(시급)’ 도시가 아니라 군급(郡級) 도시다. 따라서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했다면 ‘시장(市長)’이 아니라 ‘군수(郡守)’여야 맞다.
참고
예산군은 동쪽은 공주시, 서쪽은 홍성군과 서산시, 남쪽은 청양군, 북쪽은 당진시·아산시와 접하며 예산읍이 지역 중심 역할을 한다.
백종원 손대자 사람 바글바글…"벌써 1만명" 되살아난 예산시장 © 머니투데이(2023.01.19).
벌써 1만명 왔슈” 백종원이 예산시장도 살렸다 © 경향신문(2023.01.19)
그렇다면 왜 백종원은 고향의 재래시장을 살리고 싶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고향의 다른 곳,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은 금방 풀린다. 백종원 대표는 <맛남의 광장>,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지역으로 촬영을 다니며 지역 특산물이나 잘 안 팔리는 농수산물을 이용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지역 사람들과 나누거나 지역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왔다. 때문에 지역(지방) 소멸의 심각성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터다. 그러다 고향 예산 재래시장이 죽고 있다고 하니 당연히 살리고 싶었고 아마도 실패하더라도 자기 고향이니 지역 분들이 품어줄 것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이번 프로젝트를 실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죽어가는 지방을 심폐소생 백종원이 살리고자 하는 게 오직 재래시장일까? 당연히 아니다. 시장이라는 곳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장을 보거나 먹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소비하는 ‘장소’다. 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고 ‘돈’을 지불하는 곳이다. 물건을 사면서 돈을 지불하면 시장 상인은 수입이 생기고 수익이 늘면 그곳에 물건을 대주는 유통이 함께 돌아간다. 당연히 지역 생산자들 역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이 만드는 나비효과인 셈이다. 결국 백종원이 살리는 것은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예산 재래시장이라는 지역 경제의 한 축이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기가 보다 커지면 예산읍 나아가 예산군과 주변으로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게 된다. 바로 활기를 잃어가던 시골 재래시장의 재생(re-generation)이자 재활성화(Re-vitalization)를 시키는데 기여한다는 뜻이다.
지역에 생기가 돌면 주변 상권이 같이 살아나면서 방문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방의 모든 지자체가 고민하는 것이지만 이게 바로 ‘관광사업’, ‘관광산업’이다. 자기 지역 사람들이 먼저 반응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다녀가기 시작하면서 하루로 끝나는 방문이나 관광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이 이뤄지면 소위 잠자리로서의 숙박시설도 필요로 하게 된다.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하면 지역의 재생이나 개발을 통한 발전 속도는 더욱 높아지곤 한다. 우리가 1960~70년대 맞았던 ‘도시화(urbanization)’ 열풍과 같이 사람들이 모이고 모인 먹을 공간, 잘 공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상가와 집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도시공간이 외연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스러졌던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 ‘재생’을 경험하게 됨과 동시에 필요한 것을 다시 만들어 채우는 ‘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지역에 다시 인구가 늘고 시설이 채워지는 ‘재도시화(re-urbanization)’가 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작게 말하면 ‘지역 재생과 부동산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고, 크게 말하면 지역이 재도시화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나비효과로서의 파급효과를 담보하기 위해 백종원은 예산에 호텔을 건립한다고까지 호언장담했다. 시장에서 번 돈, 소비자들이 쓰는 돈으로 자기 이름의 호텔(더본호텔)을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본인의 사업과 ’돈을 걸겠다‘는 약속이다. 예산시장이 장사 안 되면 예산에 있는 호텔도 망하기 십상이다. 예산시장을 살리기로 한 이상 제대로 지역 시장과 지방 도시를 살펴보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백종원이 ‘부동산 디벨로퍼’인 이유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백종원이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현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 CEO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디벨로퍼라고 불리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아니 이미 부동산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 주고 있다고도 평가 가능하다.
부동산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있다. ‘토지 확보’, ‘사업 기획’, ‘사업 자금 조달’이다. 사업 추진 절차에 따라 각각의 요소들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토지 확보’는 부동산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오죽하면 디벨로퍼들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고 질문하면 첫째도 입지(location)요, 둘째도 입지(location)라고 답할 정도다. 토지 가격이 높더라도 그 토지 성격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 비싼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의 위치는 충남 예산 재래시장이다. 입지로 보면 나쁜 입지요 위치다. 그러나 이미 입지를 정해 놓고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것이니 예산 재래시장 장옥 내 공간이라는 것은 백종원 대표가 선택의 여지없이 정해 놓은 ‘토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기 없는 지역(토지)의 사업 리스크를 ‘백종원’이라는 브랜드로 상쇄시켜야 하는 어려움으로서의 ‘위험(risk)’이 존재하는 사업인 셈이다. 정확히 백종원씨가 확보한 토지로서의 재료는 예산 재래시장 전체가 아니라 신규로 문을 연 5개의 점포다. 나머지 공간은 7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레트로(retro) 한 분위기로 공간을 연출하는 데 아이디어를 준 정도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시장 장옥 내 새롭게 문을 연 다섯 개 점포를 학교 법인에서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백종원 대표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2012년부터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개인이 매입해 문을 열어 장사가 잘 된다면 점포의 임대료를 올려 쫓겨나가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피할 목적으로 점포를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종원 대표의 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론적으로 백종원 대표의 예견은 정확했다. 개장 이후 1주일 만에 1만 명, 1개월 되기도 전에 4만 명이 이곳을 찾으면서 대박이 났다. 점포 주인이라면 다음 번 점포 계약 연장 시 임대료를 올려 받을 게 뻔했다. 하지만 백종원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 법인에서 장사가 잘 되더라도 점포 임대료를 높여 받지 않겠다고 디자인해 수익용 부동산을 매입했기 때문에 장사하는 분들이 쫓겨날 이유가 없게 됐다. 그 점포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백종원씨가 부분 참여해 맛있게 만든 메뉴의 레시피를 지키려는 초심을 갖고 성실하게 장사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사업기획’인데, 백종원 자신의 예능 프로그램 경험과 자신의 요식업 프랜차이즈 경험을 녹여내 장옥 공간 계획에서부터 5개 점포의 메뉴 선정과 레시피까지 사업적으로 기획했다. 그러니 오히려 실패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상품)사업기획은 완벽했을 것이다. 이 또한 짧은 기간 내 많은 방문객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사업 자금 조달’이다.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다. 예산시장 프로젝트와 관련해 예산군은 빠른 시간 내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시장 공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 자체를 백종원씨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자금 조달 관련해서도 백종원 대표 회사에서 ‘선투입’ 했다고 한다. 물론 사후 지급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부동산 프로젝트로 이해했을 때 모든 사업에 있을 수 있는 인허가 리스크나 분양 리스크 등 각종 리스크를 백종원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헷징(hedging)’했거나 ‘백종원 버프(buff)’ 효과를 톡톡히 누린 프로젝트라고 요약정리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백종원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project coordinator)의 역할을 넘어 마스터 플래너(master planner) 역할까지 동시에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예산군의 실험, 통할까? 지난 2021년 10월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한 곳은 전국에서 89곳이나 된다. 이번 시장 살리기를 하게 된 ‘예산군’ 역시 예외 없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인구가 빠져나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소멸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경고장’이다.
'인구감소 심각' 89곳 첫 지정…행정·재정지원 팔 걷는다(종합) © 뉴시스(2021.10.18).
그러니 백종원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에 쏠린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그 과정과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일단은 ‘백종원 매직(magic)’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시장 하나 활성화된다고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때문에 시장 활성화 그 이후에 더 주목해야 한다. 시장에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지역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이곳 예산에 쏠려 있다.
그래서 백종원의 이번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성공해야 한다. 인구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많은 다른 지자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반면교사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시도가 성공했다고 죽어가는 지방에서 모두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킬 수도 없고 시도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성공하는 과정, 변해가는 과정의 선순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백종원 대표가 앞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헌신이 좋은 성과로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로서의 그의 ‘선한 영향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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