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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CO 플로우 차트 : 주식투자할 때 기업의 사업모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下 #1"

Summary

- POSCO를 중심으로 보는 분기 이익과 주가의 연관성

- 이익으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추정치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음

- 다만, 이익 예측을 통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변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

- 2007년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POSCO 상황

 

© iStock

 

내가 산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려면? 단언컨대 주식을 투자할 때 손해를 보려는 투자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누가 손실을 보려고 투자하겠습니까? 대박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금리 이상을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가 올라야 하니 결국 오를 주식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많고 많은 주식 중에 하필 내가 매수한 주식만 왜 이다지 못 오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게 주식입니다.

반갑게도 재무관리와 투자론은 투자자들에게 교과서다운 정답을 알려줍니다. 이익이 주가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고 말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이익보다 현금흐름이 주가를 예측하는데 더 유용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익이나 현금흐름만으로 주가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하고 평범해서인지 선뜩 믿기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이익이나 현금흐름 모두 기업이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라는 점에서, 주가를 예측하려면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고 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POSCO 플로우 차트 上'에서 POSCO의 본업인 제철업을 간략히 이해했습니다. ‘원료 구매 - 제조 생산 - 제품 판매’의 플로우 차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추정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사항들을 짚었습니다.

 

POSCO 분기 이익과 주가의 연관성 우리가 미래 이익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주식 투자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까요? 조사 방법과 표본에 따라 결과가 다르긴 합니다. 일반화에 한계가 있겠지만 POSCO에 한하여 분기 이익과 주가의 연관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데이터는 2010년부터 2021년 8월까지의 분기 말 주가와 실적을 사용했습니다. 두 가지 경우로 나눠 조사했습니다. 첫째, 영업이익이 곧바로 주가에 반영된다는 가정하에 t분기 말 주가와 t분기 영업이익과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둘째,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여 t분기 말 주가와 t+1분기 영업이익을 분석했습니다. 전술한 분기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상의 연결이익과 별도 재무제표 상의 별도 이익을 각각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익과 주가의 상관성을 동행-연결, 동행-별도, 선행-연결, 선행-별도의 4가지로 구분하여 조사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POSCO 주가에 가장 영향을 미친 변수는 다음 분기의 별도 영업이익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2021년 8월 POSCO 주가가 POSCO 철강사업의 2021년 4분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이 경우의 주가 설명력(조정 R-Square)이 40%에 달합니다. 하나의 변수로 추정한 회귀분석 모델에서 이 정도로 설명력이 높은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다음 분기의 영업이익이라 하더라도 연결 영업이익은 주가 설명력이 29%로 크게 하락합니다. 즉 별도 영업이익에 비해 주가에 덜 영향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연결 영업이익 성격상 여러 자회사 실적까지 반영되어야 하니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 해석됩니다.

당 분기에 발표된 영업이익들도 어느 정도 주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기의 별도 영업이익이 당기말 주가 변동의 36%를 설명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다음 분기의 별도 영업이익이 설명하는 40%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 설명하진 않았으나 당기 주가와 t+2분기의 영업이익의 상관성은 t+1분기의 결과에 비해 낮았습니다. 예측 기간이 길어질수록 예측 오류로 인해 주가 반응이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4개로 조합된 회귀분석 모형 모두 95% 신뢰구간에서 유효했습니다. 4가지 방법 모두, 이익이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이 타당하다는 뜻입니다.

 

[그림 1] POSCO 분기 이익의 주가 설명력

© 데이터가이드 가공

 

요약하자면 제가 분석한 사례로 한정시킬 때, 이번 분기 POSCO 주가 흐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변수는 바로 다음 분기의 영업이익입니다. 그 중에서도 POSCO의 본업인 제철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별도 영업이익이 중요합니다. 다음 분기 이상(t+2분기)의 영업이익들도 상관성이 있지만 그 영향이 덜합니다. 이제 주가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를 파악했으니 주식 투자의 성공 확률이 많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틀리기 위해서 이익을 추정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주가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성공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쉽지 않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유는 이익 예측이 쉽지도 않거니와 추정의 정확성이 아주 높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례를 들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2021년 2분기 POSCO 연결 영업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추정 분포입니다. 2Q21 POSCO의 실제 연결 영업이익이 2.2조 원입니다. 별도 영업이익은 1.6조 원이었고요. 21년 초만 해도 2분기 연결 영업이익 기대치가 9,300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위축된 수요가 경제 재개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인상됐습니다. 그러면서 연중 POSCO 예상 이익이 꾸준히 상향되었습니다. 2021년 3월 말 기대치가 1.3조 원까지 올랐습니다. 2분기에 들어서도 원가를 꾸준하게 전가한 결과 2분기 컨센서스(평균 추정 이익)가 지속적으로 상향되어 마침내 2조 원까지 상향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2분기 실제 연결 영업이익은 2.2조 원. 실제 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다는 의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습니다. 그림 상의 노란 점들이 추정 당시의 2Q21 예상치들입니다. 우리가 정답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추정치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틀렸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림 2] 2Q21 POSCO 연결 영업이익의 애널리스트 추정치 변화

© 데이터가이드 가공, 당사 PMS

 

역설적으로 우리는 어쩌면 틀리기 위해서 이익을 추정하는 걸지 모릅니다. 다음 분기 혹은 6개월 뒤, 1년 뒤 실적을 근사하게 추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비록 틀릴지라도 현재 업황을 참고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이익이 틀렸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수정하여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이익 수정에 반영할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투자 성패를 가를 시금석이기 때문입니다. 이익을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변수를 발견하기 위해 이익을 추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플로우 차트의 유용성을 알 수 있습니다. 플로우 차트를 작성할 때 이익 추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로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POSCO가 2007년에 비해 현재 가장 크게 달라진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본업인 조강 생산능력이 증가했습니다. 2021년 POSCO 국내 조강 생산능력은 4,165만 톤입니다. 2007년에는 3,100만 톤에 불과했습니다. 15년 동안 국내 캐파가 34% 늘었습니다. 여기에 해외 연결 자회사의 조강 생산능력 465만 톤을 더하면 4,600만 톤을 상회합니다.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겠지요? 국내 유일의 고로사였던 POSCO에 경쟁사가 생겼습니다. 바로 현대제철입니다. 제철 분야에서 40년 이상 유지하던 독점 구조가 깨졌습니다. 100% 가동하던 공장이 현대제철이 시장에 진입한 다음에는 가동률이 90%를 갓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생겨 수익성이 낮아졌습니다. 2020년 가동률은 86%였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당시였던 87%보다도 낮습니다. 2020년 사상 최악의 영업 성적이 당연해 보입니다.

둘째, 원가 단에서 구성비가 변했습니다. 재료비가 6%p 늘어나 69%로 늘었습니다. 반면 경비는 그만큼 감소하여 25%로 낮아졌습니다. 인건비 비중은 6%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절대 금액으로는 72%가 늘어나 1인당 인건비가 9,80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추가 확충된 인력에 생산인력의 직급이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질 테니 인건비 지출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생산 규모가 커진 만큼 감가상각비도 증가했습니다. 2007년 감가상각비가 17,000억 원이었는데요. 2020년에는 23,000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와 같은 고정비가 늘어났으니 동일한 가동률과 제품 스프레드에서 과거보다 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제품 믹스가 바뀌었습니다. 열연, 냉연, 후판 같은 기본 그레이드의 비중이 낮아졌고 스테인리스, 도금강판 등이 늘었습니다. 열연, 냉연 내에서도 고부가가치 비중이 커졌습니다. 아무래도 내수 독점이 깨지고 중국의 공급과잉 탓에 낮아진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전략에서 자연스럽게 믹스가 바뀐 결과입니다.

넷째, 자회사들의 이익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제철사업 이외로 사업을 확대한 결과 자회사 매출이 늘어났고 영업 이익 역시 점증했습니다. 2010년 이전에는 POSCO의 연결 영업 이익에서 연결 자회사들의 영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했습니다. 2011년 이후로는 철강 시황이 둔화되고 자회사가 성장하여 공헌 이익이 전체 이익의 26%를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이익 규모 역시 괄목상대합니다. 과거 6천억 원대에 불과했던 자회사 영업 이익이 2021년 2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한편 무리한 투자로 2007년 7천억 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이 2014년 22조 원까지 치솟아 결국 부실 자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요. 2015년 이후 내실 경영에 매진하여 작년 말 그룹 순차입금이 5조 원 미만으로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수년간 각고의 구조조정 끝에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에 숨통을 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무분별한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자회사 이익 공헌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이 합리적이겠습니다.

 

[그림 3] POSCO 자회사의 연결 영업 이익 비중

© 데이터가이드 가공

 

자회사 중에서는 2차 전지에 주목 POSCO는 철강을 제외한 자회사를 무역, E&C, 에너지, 신성장, ICT의 5가지 사업 부문으로 분류합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무역부문에 속합니다. 주로 철강 제품 등을 유통하고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주 업무입니다. E&C에는 포스코건설이 있습니다. 연간 영업 이익 3~4천억 원 정도의 국내 시공 능력 평가 4~5위 건설사입니다. 신성장은 소재 기업들로 포진되어 있습니다. 내화물, 생석회, 2차 전지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과 철강 부원료인 알루미늄 탈산제와 페로망간을 생산하는 포스코엠텍이 있습니다. 에너지 사업 부문인 LNG 복합발전과 LNG 터미널 운영 및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포스코에너지가 담당 중입니다. POSCO 그룹의 IT 아웃소싱과 스마트 팩토리, 공장 자동화 등을 주업으로 하는 포스코ICT가 ICT 사업 부문을 영위합니다.

이중 친환경, 탈탄소 기조에 부합하는 회사가 포스코케미칼입니다. 2차 전지 수요가 확산되며 동사 주가가 최근 4년 동안 10배가량 올랐습니다. POSCO 시가 총액이 24.1조 원인데요. 포스코케미칼 시총이 8.8조 원입니다. POSCO는 포스코케미칼 지분을 59.7% 들고 있습니다. 자회사 가치를 30% 할인해도 포스코케미칼의 가치가 3.7조 원에 달합니다. POSCO의 이익과 조강 생산능력, 글로벌 철강업체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하면 포스코케미칼 가치가 덜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2차 전지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POSCO 주가에서 동사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더 반영될 거라 예상됩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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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