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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 싼게 비지떡?! 上 #1

Summary

- 지주회사 밸류에이션 논쟁 :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을 둘러싼 오해

- 물적 분할은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님

- 사실상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도 인적 분할을 통해 대주주 지분이 증가하는 숫자의 트릭

 

© iStock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 지주회사(Holding Company)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전부 혹은 일부 지배가 가능한 한도까지 보유함으로써, 합병을 하지 않고도 종속회사의 사업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국내 굴지의 LG그룹을 예로 들자.  LG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상사, LG유플러스, LG CNS 등의 자회사 지분을 각각 33%씩 소유하며 경영을 지배한다. 바로 LG가 LG그룹의 지주회사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1997년,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어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였다. 고환율, 고금리에 대규모 실직까지 겹쳐 온 나라가 고통을 겪었다. 재벌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에 따른 대규모 차입 경영과 계열사 간 상호 지급 보증 관행이 IMF 구제 금융을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실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그룹의 어느 한 계열사가 부실에 빠지면 상호 출자와 지급 보증으로 얽혀 있던 다른 계열사들도 덩달아 무너져 연쇄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그룹의 파산이다. 정부는 족벌 경영의 구태를 탈피하기 위한 대기업 지배 구조 개편과 순환 출자를 비롯해 상호 지급보증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지주회사 설립 규정을 법제화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국내 최초 기업이 앞서 소개한 LG이다.

국내 지주회사는 대부분 인적 분할이라는 절차를 거쳐 설립되고 있다. 한 기업을 두 개 이상의 기업으로 쪼개는 행위가 기업 분할이다. 기업 분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인적 분할(spin off)이다. 분할된 기업의 지분을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 전 주식 보유 비율대로 각각 나눠주는 방식이다(그림 1 참고). 다음은 물적 분할(split off)이다. 분할 전 기업의 사업부를 따로 신설 법인으로 떼어 내되 분할된 자회사 지분을 분할 전 기업이 보유하는 방식이다. 인적 분할과 달리 분할 전 기업의 주주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다. 2020년 9월 LG화학은 2차 전지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시켰다. 전기차 배터리 성장기대가 컸던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인적 분할과 달리 2차 전지 사업부 소유권을 가질 수 없게 되자 크게 반발하였다. 당연히 주가는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2차 전지 사업부를 SK온으로 물적 분할했다. 얼마 전에는 POSCO가 철강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여 비상장을 유지하고 투자회사인 POSCO만 상장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물적 분할은 억울하다 한국에서는 물적 분할에 부정적이다. 유망한 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정작 해당 사업을 자회사로 내리면서 투자자들이 직접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억하심정이 지나쳐 왜곡된 기사마저 등장한다. 벤츠로 유명한 다임러 벤츠가 트럭 사업부를 다임러 트럭으로 분할해 독일 증시에 상장시키는데, 물적 분할 방식임에도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지분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개인 투자자들이 더욱 분노했으나, 다임러 벤츠가 택한 방식은 인적 분할이었다. 오히려 분할 과정에서 현물출자 개념으로 35% 지분을 모회사인 다임러 벤츠가 확보하며 일반 주주의 몫을 희석화 했다. 그럼에도 마치 주주 부의 가치를 극대화한 조치로 국내에서 환영받고 있으니 몹시 씁쓸하다.

다임러 벤츠가 현물출자 개념으로 지분을 확보한 이유는 한국처럼 최대 주주가 분할 후 지분을 스와프 할 여건이 안 되어서다. 지분 스와프는 뒷부분에서 다루겠다. 어쨌든 인적 분할이 주주 부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물적 분할이 이를 꼭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인적 분할이 실질적으로 소액 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림 1] 인적 분할을 통한 기업 분할 과정 사례

 

인적 분할로 보는 숫자의 트릭 특정 기업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는 마법이 숨어 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분할에서 야기되는 숫자의 트릭이다.

분할 전 시가총액 100억 원짜리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림 1]처럼 대주주가 30%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회사는 자사주를 20% 들고 있다. 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분을 더 늘리고 싶어졌다. 이때 흔히 활용하는 방법이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다. 분할 전 기업을 50 : 50의 비율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하여 기존 회사는 OO홀딩스로 개명하고 OO자회사를 분할 설립한다. 보통 홀딩스 기업은 기존 법인을 사명 변경 선에서 유지하고 자회사를 새로 만든다.

50 : 50으로 쪼개어졌으니 두 회사의 재무 구조는 각각 자기자본 50억 원, 부채 50억 원으로 동일하다. 분할 전 자사주 20%도 홀딩스 주식과 자회사 주식으로 나뉘게 되는데 분할 목적상 홀딩스가 두 주식 모두를 소유한다. 지주회사이므로 자사주에서 분할된 자회사 주식을 들고 있을 명분에도 부합한다. 그 결과 인적 분할 직후의 지분구조는 대주주가 OO홀딩스 30%, OO자회사 30%를 소유하게 되고, OO홀딩스는 OO홀딩스 자사주 20%(분할된 자사주), OO자회사 신주 20%(자사주에서 분할된 신설 법인 지분)을 가진다.

그러나 대주주의 관심은 경영권을 늘리는 것에 있다고 했다. 대주주는 보유 중인 OO자회사 30%를 OO홀딩스에 넘기고 그 대가로 OO홀딩스 지분을 받는다. 이러한 행위를 지분 스와프라고 한다. 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넘긴다고 가정할 경우 대주주 지분율은 46.15%(30억 원 / 65억 원)가 된다. 또한 OO홀딩스는 대주주의 OO자회사 지분 30%에 분할로 생긴 20%의 지분을 더해 OO자회사 지분 50%를 확보한다.

분할이 없었다면 대주주는 00회사 지분 30%만 보유했다. 그런데 분할로써 OO홀딩스 46.5%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었다. 또한 00회사 자사주 20%의 분할 신주만큼 의결권 부활이 되어 OO홀딩스는 OO자회사 지분을 직접 50% 보유가 가능해졌다. 물론 OO홀딩스는 자사주 20%를 여전히 보유 중이다. 경제적으로 분할 전이나 분할 후나 달라진 바가 없고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기 위해 돈을 더 쓰지도 않았는데 지분이 증가했다! 바로 이 점이 좋게 표현하여 지주사 전환의 마법이고 폄훼하자면 트릭이자 지주회사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쟁의 출발점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정부가 인정하는 지주회사 설립 방법 중의 하나이니 결코 불법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같은 인적 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지 않는다. 자회사로 삼고자 하는 기업을 시장에 공개 매수하여 인수하거나 현금 혹은 지주회사의 주식을 주고 인수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대개 해외 지주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분 100%를 인수하여 비상장 회사로 둔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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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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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