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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증시 스테이지는? 후반전의 시작 下 #3

Summary

- 금리 인상이 호재라면, 증시에서 발을 빼야 하는 진짜 시기는?

- 아직 증시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

-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주식 : 전통 제조 기업 중 실적이 빠르게 복구되는 주식

 

© iStock

 

긴장해야 할 시기는 따로 있다 그렇다면 주가는 언제 빠질까요? 교과서에 답이 있습니다. 경기가 정점을 찍은 다음에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합니다. 우리가 증시에서 발을 빼야 하는 시기는 금리가 오를 때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경기가 둔화될 걸 염려하여 금리를 어쩔 수 없이 내릴 때입니다. 버블 붐이 터질 부스트 시기이고 신데렐라가 파티를 빠져나와야 할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릴 시간입니다. [그림 6]은 다우 지수 백년 차트입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국면은 음영 처리되어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잠시 쉬어야 할 시기는 언제나 디플레이션 공포를 느꼈던 정책 금리가 인하되는 경기 침체기였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림 6] 다우지수 백년 로그 차트와 경기 침체 국면 © 구글 이미지

 

100년이 너무 길다고요? 미국 중앙은행이 엄청난 유동성을 퍼부었던 2010년대를 따로 떼어내 보겠습니다. 2010년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중 금리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여 금리가 하락할 때 증시가 충격을 받고 기조적으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중 금리 레벨과 상관없이 금리가 경기를 우려하여 빠질 때야말로 투자자들이 긴장모드로 전환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반대로 시장의 구원투수인 중앙은행이 급격한 경기 둔화 내지 금융 시장 급락에 대응하여 정책 금리를 충분히 낮춘 이후에는 위험 자산 투자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그림 7] S&P 500(보라색)과 미국 10년물 국채(연두색)

 

정리하자면 금리와 증시는 장기로 보면 동행합니다. 경기와 실적이 연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종 국지적으로 특정한 짧은 국면에서는 금리와 주가가 발작적으로 마찰하기도 합니다. 금리가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다가 처음 오르는 시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중앙은행이 기대보다 빨리 유동성을 회수할 거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나빠진 경제 지표에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리는 매크로 지표입니다. 상승과 하락의 추세가 이어질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와 상관없이 금리 레벨이 낮아지는 것은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금년 1분기 증시의 정점을 확인한 걸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경기가 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 흐름은 언제나 후행하여 뒤늦게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또한 기업 실적이 지금 기대치에 비해 덜 나올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그러나 현재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보면 증시가 정점을 지났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금리와 예상 이익 기준에서 주가가 오를 여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드갭 저점까지 꽤 여유가 있다 일드갭은 주식의 기대 수익률에서 채권 금리를 뺀 값입니다.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클 때 일드갭이 (+)입니다. 이만큼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의미입니다. 저금리가 정착되어 한국과 미국의 일드갭이 2천년 이후로 (+) 영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너스 일드갭이 되어야만 주식이 비싸다고 하기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 평균 일드 갭에 비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로 판단하는 게 더 적절합니다.

현재 KOSPI 일드갭이 +5% 초반이에요. 평균 일드갭 보다 낮은 수치라 과거에 비해 주식이 비싸졌습니다. 그러나 과거 시장이 급락했던 2002년과 2008년의 일드갭 저점까지 아직 여유가 많습니다. 2021년 KOSPI 기업 예상 순이익이 142조 원입니다. 연초 예상은 135조 원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익 추정이 상향 조정 중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지금보다 30bp 올라도 현재 기업 이익이 유지되면 일드갭 저점까지 가정할 경우 산술적으로 KOSPI 4,0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140조 원 이상의 실적이 유지되는 한 3,600~3,800 정도까지 KOSPI가 상승하리라 전망합니다.

미국 S&P 500은 KOSPI보다 더 낫습니다. 경기 변동을 감안한 미국 케이스 쉴러 지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일드갭이 아직도 평균 일드갭보다 높습니다. 당연히 증시가 피크를 쳤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이 피크라면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경기가 망가져야 하는데 현재 이런 가정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8] KOSPI(좌)와 케이프 쉴러 기준 S&P 500(우) 일드갭 추이

 

유동성을 감안한 증시 상황 앞서 1971년부터 50년간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에 무지막지하게 통화와 재정을 풀었고요. 시장이 버블이라거나 과도하게 올랐다고 보는 분들은 2000년 테크 버블 당시보다 미국 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경고합니다. 맞습니다. 이미 작년 말에 GDP 대비 S&P 500이나 나스닥 시가총액 비율이 테크 버블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만큼 주식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돈을 감안하면 증시 시가 총액은 당시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M2라는 유동성 지표 대비 S&P 500이나 나스닥 시가총액 비율 모두 당시에 비해 한참 낮습니다. KOSPI도 비슷합니다. M2 기준 시가총액 비중이 2007년이나 2010년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유동성이 풀린 걸 감안하면 자산 버블이 아직 이어갈 룸이 남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시각으로는 레이 달리오의 말대로 'Cash is trash'입니다. 자산을 사지 않고 남겨둔 현금은 투자 수익과 이자를 주지 않는 쓰레기에 불과하니 현금으로 자산을 사라는 거죠. 과연 현금이 쓰레기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이 버블 정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증시가 빠질 거니까 현금을 늘리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림 9] 미국 GDP 대비 시가총액(좌), 미국 M2 대비 시가총액(중), 한국 GDP, M2 대비 시가총액(우)

© 하이투자증권

 

앞으로 유망한 주식은? 금리가 올랐다고 증시가 빠진다는 논리에 동의를 안 하지만 어쨌든 금리가 오른 사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작년처럼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매우 높은 이커머스, 플랫폼, 클라우드, 테크, 신재생 관련 기술,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성장주들은 올해도 무차별하게 시장보다 엄청나게 오르지 못할 상황입니다. 금리 상승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끌어내린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혹은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의 증가 속도가 예년에 비해 둔화되는 기업들은 성장주 대열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Upstart Holdings'처럼 20년보다 21년에 매출액 성장 속도가 더 높은 기업만이 고 멀티플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컸던 전통 제조 기업 중 실적이 빠르게 복구되는 주식으로 무게 중심이 더욱 가속화되리라 전망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꿈꾸는 미래 기술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나 관련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성장주로 재평가되리라 기대합니다. 글로벌 테마 최대 화두 중 하나가 ESG입니다. 지속 가능한 경영에서 이산화탄소 이슈가 다시 불거져 친환경 이슈가 뜨겁습니다. 화학 회사 중에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소 유통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꽤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과 미래 수소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다면 피크 사이클에 준하는 주가 모멘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거래비용이 오르면 농부의 경작 면적당 이익이 커집니다. 'Neutrien' 전망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이 +10~+20 $ 상승할 경우 미국 농부들의 현금 마진이 에이커당 50 $ 늘어납니다. 바이오디젤이나 바이오 플라스틱도 식물 수요를 늘립니다. 때마침 칼리, 질소 비료 가격이 10년 평균 가격보다 30%가량 낮으니 비료 가격만 올라도 실적이 증가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첨단 기업을 애써 찾지 않아도 탄소중립의 진정한 수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농업, 비료회사입니다. 'Neutrien'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음극재를 제외한 모든 2차 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스미토모 화학, IoT와 클라우드,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하는 히타치, 수소 사업에 적극적인 독일의 린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강자 바스프 등 전통 기업들도 미래 기술을 현실화시켜줄 매개체들입니다. 유동성이 실적과 성장성을 만날 때 주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줄기로 시장을 이해한다면 드림을 꿈꾸는 성장주의 일방적 득세는 금리가 오르면서 일단락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아래의 오른편 그림처럼 성장주 스타일이 2010년 이후로 근 10년 동안 가치주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세였습니다. 그러나 금리 레벨이 오른 만큼 성장성이 떨어지거나 둔화되는 비싼 주식들은 성장주 대열에서 탈락할 것입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진한 실적과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 중에 보유 기술로 미래 먹거리를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주, 성장주로 인식되어 실적 장세의 주도주로 부상하리라 믿습니다.

 

[그림 10] 실적 장세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좌), MSCI ACWI 기준 가치주 대비 성장주 상대성과(우)

© 하이투자증권, BCA 리서치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그림 6]에서 보듯 코로나19 직전까지 미국 경제는 20세기 이후로 가장 길게 확장하였습니다. 누구나 피크 아웃 이후의 침체를 걱정했습니다. 천만다행인지 코로나19가 경제 침체와 위기를 압축해 주었습니다. 올해는 경제가 다시 성장하는 첫해입니다. 제비 한 마리 먼저 왔다고 봄이 오지 않습니다. 제로 그림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에게 처음 금리가 오르면 생경하고 이내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 걱정거리를 던집니다. 그렇지만 완만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는 한 유동성이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실적에 반응할 시기로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지금이 그럴 때입니다. 언젠가 대세 하락 시기가 올 텐데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섣부른 short position은 매우 위험합니다. 미국 10년 국채가 2%를 뛰어넘고, 기업 실적이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할 때까지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0.5%p 가량 금리가 오른 부담을 2~3 개월간 소화했습니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금리가 횡보한다면 하반기 달러 약세가 미국 이외 지역의 강세를 이끌지 모르겠습니다. 2분기에 KOSPI가 3,270을 넘어 3,300을 넘는 신고가 돌파 시도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증시가 "I'm still hungry"라 얘기하는 듯합니다.

이제 스테이지에 얽힌 얘기를 마쳤습니다. 다음에는 기업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되는 'flow chart'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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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