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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 上 #1

Summary

- 주식 투자 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평정심

- 데이터를 볼 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

- 그러나 개별 종목에는 변수가 많으므로 확증편향의 오류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앞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의 차이’ 편에서 기관투자자가 수익률에서 결코 개인투자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해야 할 시기를 알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06년~2007년의 적립식 펀드, 2011년 자문형 랩, 2018년~2019년 사모헤지펀드가 열풍이었지만 초창기 가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의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자에 대해 불신이 커졌습니다. 이 여파로 SNS, 유튜브에 넘쳐나는 정보로 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이 마침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는 주식 투자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평정심을 꼽습니다. 증시는 언제나 탐욕과 공포가 함께 하는 곳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하염없이 상승할 것이라 여기고 반대로 빠지면 끝 모르게 빠지리라 두려워합니다. 그리하여 고점에 사서 바닥 부근에서 팔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전문가라 자처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이러한 우를 자주 범합니다.

아래 그림은 기관투자자들이 프로페셔널하지 않게 시세에 흥분하는 장면을 풍자하는 카툰입니다. 비이성적인 시장을 익살스럽게 그려내 제가 자주 인용하는 만화입니다. 자세히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왼쪽 상단에서 시장을 폭락으로 이끈 계기를 제공하는 전화 통화자와 패닉에 빠진 투자자의 작별 인사에서 오도된 매수 열풍을 뒤늦게 감지한 하단의 맨 오른편 사람이 동일인입니다. 탐욕과 공포가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와 다를 바 없는 증시 속성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일상

출처 : The Economist, 구글 이미지

 

절대 주식 하면 안 되는 시기 시세 앞에 장사 없다고 합니다. 경제적 이해가 첨예하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매일 요동치는 주가를 보면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투자에 성공하는 이들이 흔치 않을 겁니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 인세로 벌어들인 막대한 금액을 광산주에 올인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의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10월은 주식을 투자하기에 특히 위험하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인생에서 투기를 하지 말아야 할 때가 두 번 있다. 한 번은 여유 있을 때, 또 한 번은 여유 없을 때다."

 

그의 견해에 따르자면 1년이 13월이 아닌 이상 주식을 투자할 시기는 단 하루도 없습니다. 주식 시장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전 재산을 주식으로 날린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 같습니다. 그런데 주식 투자가 정말 위험한 건지 궁금합니다.

 

투자 기간에 따른 수익률 차이 저는 주식 투자를 시간 싸움이자 인내에 대한 보상이라 비유합니다. 명목가치 기준으로 세계 경제는 우상향으로 성장합니다. KOSPI가 100으로 시작했던 1980년 우리나라 GDP가 40조 원이었습니다. IMF를 겪은 1997년에는 540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무려 1,920조 원으로 성장하였습니다. 40년간 47배 올랐습니다.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KOSPI 역시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 지수입니다. 100에서 3,000까지 상승했으니 29배 올랐습니다.  40년간 경제가 47배, 비록 GDP 성장에 미치진 못하지만 주가는 29배 커졌습니다. 만일 투자 시기만 잘 조율할 수 있다면 수익률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접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식을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시점인지 아니면 곧 하락할 테니 매도할 시점인지 궁금해합니다. 1968년 이후로 2020년까지 S&P 500에 투자했을 때의 성과가 아래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만일 1년만 투자했다면 운이 억수로 좋은 투자자는 최고 53%의 수익을 달성했을 겁니다. 운이 정말 없는 최악의 투자자는 투자 시점으로부터 1년 만에 -45% 손실을 입습니다. 그런데 53년 동안 딱 1년만 투자했다면 평균적으로 10.5%의 이익이 났을 겁니다.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이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투자 시점을 골라내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만일 투자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우선 최대 수익률이 많이 줄어들었네요. 운 좋은 투자자는 연평균 30%의 성과를 달성합니다. 반대로 가장 좋지 못한 성과를 보인 투자자는 매년 17%가량씩 손실을 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3년을 보유했다면 매년 9%의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투자 기간을 늘렸더니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반면 투자의 위험, 즉 최악의 손실 또한 크게 줄었습니다.

이제 투자 기간을 20년으로 늘려 보겠습니다. 매년 기대되는 최고 수익률은 14% 대로 낮아지고 평균 수익률도 7.6%로 줄었습니다. 투자 기간이 1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자 연간 기대했던 최고 수익률이 53%에서 14%로 매우 낮아졌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10.5%에서 7.6%로 단지 3%p가 감소했습니다. 놀라운 건 최악의 경우입니다. 20년을 투자했다면 언제 투자했는지 상관없이 2.8%의 수익이 보장되었습니다. 아무리 최악이더라도 근 3%가량 수익이 난다는 겁니다. 1% 전후의 초저금리 시대에서 3%의 수익에 배당금까지 20년 동안 얻을 수 있다면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투자 기간에 따른 투자 성과의 변화

주) 미국은 1968 년 ~ 2020 년, 한국은 1980년 ~ 2020 년 기준

 

'존버'는 승리합니다 혹자는 세계 1등 국가이자 전 세계를 석권하는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이니까 가능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KOSPI는 어떨까요? 1년 투자한다면 확실히 미국보다 위험합니다. 운 좋은 경우라면 1년 만에 시장이 2배 오른 적도 있지만 시장 폭락 직전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1년 만에 원금의 60%가 날아간 적도 있습니다. 1년 보유 시 기대 수익률은 미국보다 절반 낮은 5.2%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투자 기간을 늘리자 KOSPI는 기대 수익률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20년을 투자한다면 평균 수익률이 1년 기대 수익률보다 1%p 높아진 매년 6.3%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도 연평균 0.7% 수익이 보장됩니다. 배당을 감안하면 최소한 지금 시중 금리에 비해 나쁘지 않습니다. KOSPI가 매년 1~2%가량의 배당 수익을 주었으니 배당을 합친 total return은 근 3%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식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인내에 대한 보상입니다. 내가 아무리 투자 시점을 잘못 잡았다고 해도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길어지면 최소한 1% 전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배당까지 감안하면 물론 실제 성과는 그 이상이겠고요. 그렇다면 투자자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지금이 고점이냐, 저점이냐를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투자 시기가 아예 중요치 않다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투자 시점이 투자의 성패를 100% 가르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위 그림에서 우리는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투자 시점을 분할하는 매월, 매 분기 적립하여 투자하는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식에서 장기 투자는 바람직하고 권장할 투자 방법입니다. 인덱스 펀드나 인덱스 ETF를 산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개별 종목을 투자한다면 문제가 조금 달라집니다.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한 기업에 한정해야 합니다. 대우그룹, 쌍용자동차, 한진해운처럼 부도나 기업 회생에 들어간 회사에 장기 투자했다면 쪽박 찼을 확률이 거의 100%일 겁니다. 아울러 파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20년 전 주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도 상당히 많습니다.

대개 주식 투자 경험이 얼마이든 간에 많은 투자자들은 스스로 주식을 잘한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사실 데이 트레이딩 자질이 탁월하거나 기업의 변화 내지 수년간의 사업 흐름을 그릴 줄 아는 전문가를 제외하면 특정 기업을 투자할 때 성공할 확률은 예상보다 훨씬 낮습니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KOSPI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총 345개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경제 규모가 커지고 지수가 1,000에서 3,000으로 2배 올랐다고 이들 생존 기업들이 모두 오른 것도 아닙니다. 104개 기업은 주가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마이너스 기업 중 절반 이상은 -90% 이상 손실, 즉 원금이 10% 도 남지 못했습니다. 345개 기업이 거둔 평균 수익률은 9배 정도입니다. 90년에 1만 원씩 345개 기업에 총 345만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평가액은 3,450만 원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345개 기업에서 평균 9배 이상을 거둔 종목들은 85개에 불과합니다. 확률로는 25%입니다. 만일 무작위로 10개 찍어 투자했다면 2~3개 정도만이 9배 이상 올랐고 나머지는 그 이하라는 거죠. 지수가 2배 올랐는데 345개 기업에서 2배 이상 오른 기업 역시 절반 이하입니다.

 

1990년 이후 345개 기업의 주가 상승 분포

 

성공한 투자자가 간과하는 것 내가 시장 혹은 살아남은 우량한 생존 기업들의 평균보다 잘할 확률은 그림에서 보듯 상당히 낮습니다. 일전에 주식 투자에서 50% 이상만 맞춰도 잘하는 거라고 말씀드렸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승률이 60~70%라면 주식의 고수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수준입니다. 통계적 수치를 보시고 여러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정말 주식이 어려운 거구나'라고 느낀 분들이 있을 것이고 '그래도 남보단 내가 낫겠지. 내 해당 사항이 아니야'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과거에 비해 투자 준비가 잘 되어 있고 부화뇌동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기관 투자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을 실력을 갖춘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여전히 투자에 유의해야 할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듯 설령 주식 투자 경험이 많고 그간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더라도 주식에 대해 늘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시길 바랍니다.

성공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confirmation bias'입니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성공에 대한 확증 편향이 강화됩니다. 어느 때부터 스스로를 올마이티 하다고 착각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내가 다 안다고 자신하는 자만에서 오는 실수를 독으로 돌려주는 것이 증권시장이니까요. 조지 소로스는 판단의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틀린 판단을 적합한 타이밍에 적절히 수정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늘 예측 오류를 지닌 투자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은퇴와 동학 개미, 소로스] 편에서 투자자의 오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주식에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언제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으로부터 투자 성과가 엄청나게 차이 날 수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모를 때야말로 보이지 않는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을 때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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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