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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 下 : 언제 주식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나? #2

Summary

- 인구 구조를 중심으로 보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스테이지 변화

- 각국의 스테이지를 파악하는 데는 성장 엔진의 축을 이루는 30~50대 인구가 중요

- 한국 증시에만 연연하지 않고 좋은 스테이지에 있는 지역, 국가 등으로 분산 투자를 해야 할 시기

 

© pixabay

 

피델리티 펀드 매니저였던 유끼는 스테이지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을 일러줬습니다. 어찌 보면 직관적이고 상식적인 답이기도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인구 구조만으로도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합니다. 뭔가 더 근거를 찾고 싶다면 각 나라의 금융 자산 규모, 장기 물가와 금리 수준, 실업률, 가처분 소득 정도만 분석해도 충분합니다. 감을 잡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언젠가는 올 일이었던 위기 먼저 미국입니다. 좋은 스테이지가 형성되기 위해서 인구의 성장 엔진이 필요합니다. 30~50대의 연령대가 성장 엔진입니다. 이 연령대가 인구 구조상 소득이 가장 높습니다. 당연히 유아, 청소년, 고령층 등 사회적 부양이 필요한 세대에 대한 부담이 경감됩니다. 이들이 많아야 소비로 내수를 진작시킴과 동시에 노령화를 대비한 투자와 저축 수요가 늘어납니다. 보통 한 세대를 대략 20~25년이라 간주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성장하여 2세를 출산할 수 있는 연령이 이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장엔진이 형성될 경우 스테이지가 20년 가량 유지되는 현상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미국은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생산 능력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다행히도 이를 소비해 줄 성장 엔진이 50년대에 본격적으로 태동하였습니다. 그런데 6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베이비 붐이 출현하고 노령화가 진전되어 성장 엔진이 10대 전후로 주저앉아 버립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이 없었어도 경기가 활력을 잃게 되었을 공산이 매우 높았던 것입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드디어 1980년대에 들어서며 취업에 나섭니다. 취직한 지 20년가량 지난 2005년 무렵 성장엔진이 50세 이상으로 올라 재차 인구의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때마침 서브 프라임발 금융 위기가 출현하였죠.

 

[그림 5] 미국의 인구 피라미드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는 어땠을까요? 일본은 제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입니다. 파병된 남자들 상당수가 희생되었습니다. 그 결과 1960년대까지 생산활동에 종사할 성인 남자들이 태부족하였고 양육해야 할 청소년들이 많았습니다. 생산 기반이 고도화되지 못한 G/B 시대가 전후 20여 년 지속되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마침내 생산활동에 투입될 인구 계층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했고 80년 대에 그 꽃을 피웠습니다. 버블이 터진 1990년대에는 성장 엔진이 노쇠하면서 양육 부담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89년 말에 터진 버블이 없었어도 제조업 기반의 경제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그림 6]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

 

성장 엔진 세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구 구조를 활용한 이러한 분석이 너무 도식적이라 여겨지진 않나요? 30~50대 인구가 중요한 이유를 명확히 보여줄 근거를 얼마 전에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꼭 정리하고 싶었던 통계치였는데 우연찮게 자료를 읽다가 발견하여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그림 7]의 왼쪽 그림은 미국인 0세부터 100세까지 연령별 소득과 소비 규모를 보여 줍니다. 그림에서 보듯 주로 40~50대가 소득의 정점은 이룹니다. 대략 인당 60,000 $을 버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반면 이들의 소비 규모는 연간 40,000 $~50,000 $에 그칩니다. 인당 1만 $~2만 $ 정도 저축을 한다는 것이죠. 좀 더 넓게 보면 소득이 소비를 상회하는 계층은 30대에서 60대 초반까지입니다. 이처럼 소득이 소비를 상회하는 인구수가 두드러지게 많아야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가 쌓인다는 사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당연하게도 30대에서 50대까지의 성장 엔진이 두드러져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생산성이 높은 이들 계층이 경기가 침체한 국면이라면 일자리를 못 찾는 실업 상태일 겁니다. [그림 7] 오른쪽에서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의 상관성을 알 수 있습니다. 실업률이 4~5% 정도를 유지하는 선에서는 인플레이션 부담이 없습니다. 따라서 성장 엔진의 축을 이루는 이들의 실업률이 4~5% 정도인 사이클에서 경기가 활력을 띠고 물가마저 낮으니 소비하고 남은 소득이 쌓여 금융 자산을 소비할 여력이 증가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림 7] 미국 연령별 소득과 소비금액, 실업률 vs 물가

자료원 : BCA 리서치

 

이처럼 G/G와 M/V 시기에는 가계의 금융 자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지난 회에서 피델리티가 IMF 당시 한국의 가계 금융 자산을 전망한 수치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림 8]은 2000년에 제가 유끼 세미나에서 들었던 수치를 정리했던 자료입니다. 당시 400조 원이 안 되는 한국의 금융 자산이 낙관적으로 2005년 1,002조 원, 2015년에 2,700조 원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실제 금융 자산은 2005년 1,166조 원, 2015년 3,182조 원이었습니다. 놀라운 전망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IMF 때 한국에 물밀듯이 들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림 8] IMF 당시 미국 피델리티가 추정한 한국의 금융 자산 전망치

 

작아도 너무 작은 한국 무대 그렇다면 우리 한국은 어떤 스테이지일까요? 우리나라는 남북이 군사 충돌하는 민족의 참사를 겪었습니다. 바로 6.25 전쟁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생긴 산업 기반마저도 초토화되었고 성인 남자들 상당수가 노동력을 잃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서야 영유아 연령대에서 엔진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크려면 대략 20년 이상이 걸립니다. 저환율, 저물가, 저유가라는 3저 호황 당시인 1980년대 말 KOSPI가 1,000에 도달했으나 스테이지가 좋았던 탓이 아닙니다. 여전히 G/B 시대였고 거품이 끝나자 1990년대 초반 이내 원금을 잃고 오히려 일부를 더 갚아야 하는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증시는 온통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국은 1995년이 지나면서 G/G 시대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초반에 G/G 시대가 마감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그림 9]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

 

우리나라 상장 기업이 벌어들이는 당기 순이익 규모는 전 세계 기업 이익에서 2% 남짓에 불과합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지만 그 비중이 대단히 미미합니다. 우리의 스테이지가 M/T로 들어서고 그나마 순이익 성장마저도 다른 나라 기업에 미치지 못한다면 구태여 한국 증시에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요? 답이 안 나오는 시장에서 골머리 싸매고 좋은 스테이지의 기업을 발굴하려는 노력보다 스테이지가 좋은 국가에서 답을 찾는 게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일 겁니다. 지수 3,000 시대에 코스피, 코스닥 상장 기업의 시총이 대략 2,500조 원에 달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말 현재 가계 금융자산이 무려 4,325조 원입니다. 매년 평균적으로 250조 원 남짓 금융자산이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금융 자산이 쌓이는 속도에 비해 한국 증시가 너무 적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에 고래를 키울 수 없습니다. 넓디넓은 대양으로 고래를 내보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미국 증시가 호황이어서가 해외 투자를 해야 하는 게 아니고 금융 자산을 안전하게 배분하여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스테이지에 있는 지역, 국가, 미시적으로는 기업에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번 글로벌 호황이 마무리되어 글로벌 증시가 제대로 조정 받을 때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아마 그때가 되면 코스피 기업의 수익성이 해외 기업보다 낮아져 자연스레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스테이지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말씀드린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질문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가 더 흐른다면 M/V 다음 단계는 없나요?'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인구 피라미드에 대한 전망도 궁금할 사안입니다. 본문에 첨부한 2010년 인구 전망치는 2005년에 추정된 유엔 센서스 자료에 근거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인구 전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제가 2005년 당시에 주목했던 투자 유망한 국가와 투자해서는 안 될 국가의 실제 퍼포먼스가 어땠을까요? 인구 구조 이외에도 우리가 점검할 핵심 거시지표(소득, 물가, 금리, 금융 자산 등)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음 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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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
오몽
소개글
現) K투자자문㈜ 운용본부 現) 운용업계 20년 이상 종사 (K 투자자문사 본부장) 합리적 소수의 역발상 투자를 지향합니다. 운용업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개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한 기업과 자신의 부가 같이 성장하는 건전한 투자 관행이 정착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