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하락장이 시작되다 | 나스닥 지수 하락과 달러, 유가와 물가 전망
SUMMARY
-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며 원자재·달러를 제외한 자산이 모두 하락했던 2022년과 닮은 현재
- 달러인덱스의 전고점 돌파 여부와 나스닥 지수가 하락을 이어가는지 확인 필요
- ‘현실부정 반등’ 과정을 거치고 ‘공포 투매’를 앞둔 상황, 반등or이탈에 관심 집중
- 물가를 안정시키고 달러 가치 재고 위해 주식 시장 버블을 터트릴 가능성 고려해야 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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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내러티브가 변했다 현지시간 9월 20일에 마친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는 5.25 ~ 5.50%로 동결되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필요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1년 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간주하며 늦게 대응했다. 유가는 연준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말까지 미국 물가지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투자노트에서 미국의 6월 헤드라인 CPI 지수를 발표하기 전부터 물가는 6월 CPI 저점 이후 하반기 동안 상승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6월 미국 CPI 지수 발표 전에 물가 상승을 예상한 바 있고, 연준도 높은 에너지 가격, 특히 유가 상승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보다는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악화될 우려에 연준은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연준은 기저효과로 인한 물가지수 하락 후에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이번 FOMC에서 연준은 물가 상승을 목격하면서도 금리 인상은 제한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태도로 과거와는 다른 기조를 보였다. 기자회견 중 파월 의장은 'soft landing(연착륙)'이 연준의 기본 전망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암시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최근까지 적절한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으로 상승 랠리를 지속했지만, 이번 FOMC에서의 연착륙 발언 후에는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경향이 도드라지며 안전자산인 금, 달러, 미국채의 가격이 상승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보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반등에 대한 대응 내용이 전무했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준의 대응 전략이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유도하면서 물가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9월 FOMC 이후, 시장은 상반기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이며 움직이고 있다.
Again 2022? 최근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022년 물가가 급증하며 달러 강세 속에서 다양한 자산 가격이 하락했었는데 2023년 10월 현재, 그 시기를 연상시킬 만큼 달러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 최근 10년간 달러 대비 각국의 통화의 가치변화량을 (%)로 나타낸 표. 최근 10년간 모든 통화가 달러 대비 가치가 절하되었다.
위 표는 최근 10년간 각국 통화와 달러의 가치를 비교한 것이다.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한 통화는 붉은색으로 표시돼있다. 거의 모든 통화가 지난 10년간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달러 대비 10년 동안 -99.9998 % 화폐가치가 급락했고 아르헨티나 폐소화와 터키 리라화도 지난 10년간 달러 대비 -98%, -92.6%나 하락했다.
현재의 기축통화 시스템은 기축통화 달러와 준기축통화에 해당되는 엔과 파운드, 유로화 등을 바스켓으로 묶어서 달러인덱스(DXY)를 구성한다. 따라서 선진국 통화에 해당되는 준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등은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최근 10년간 대표적인 안전통화라고 불리던 엔화도 달러 대비 -34%나 하락했고 위기를 겪었던 영국 파운드화도 –24% 그리고 유로화도 달러 대비 -22%나 10년 간 하락했다. 한국의 원화도 마찬가지로 -20%나 하락했고 중국의 위안화도 달러 대비 -16% 하락했다.
'달러 패권이 위협받는다', '페트로 달러가 약화된다' 그리고 '중국이 기축통화국에 도전한다' 이런 말들이 세간에 있었지만 아직 명목화폐 중에서 모든 통화 대비 달러가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걸 '킹달러'라고 부르고 있다.
©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각 자산군의 연간수익률(YTD)와 연평균수익률(CAGR), 그리고 총수익률(Total Return)을 나타낸 표. 2022년은 달러(BIL)와 원자재(DBC)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하락한 해였다.
2022년에 있었던 킹달러 시기에 자산들의 수익률을 리뷰해 보자. 2022년 1월 저점에서 달러인덱스(DXY)는 95.67이었다. DXY는 11월이 고점이었는데 114까지 상승했으며 물가도 2022년 6월까지 계속 오르고 있었다. 물가와 달러 모두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한 원자재(DBC)가 2022년에 19% 올랐고, 달러(BIL)는 1.4% 수익이 났는데 두 가지 자산을 제외한 미국 주식, 미국채, 미국 부동산, 금,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이 폭락했다. 이는 경기침체(recession)이 아니라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 40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인상한 탓이다. 그렇게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사이클로 진입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40년만의 변곡점에서 물가도 오르고 달러도 강하고 모든 자산은 폭락하는 시기를 겪었다.
© 미국 나스닥 100 월봉 그래프와 달러인덱스(DXY, 노란색)을 함께 표기한 그래프. 달러인덱스의 흐름과 미국 나스닥 100 주가지수의 흐름을 유심히 비교해보자.
2022년 킹달러의 상황을 당시 나스닥 100 차트를 비교해 보겠다. 위 그래프에서 나스닥 100(NDX)의 캔들 차트와 달러 인덱스(DXY, 노란색)을 같이 표기했다. 2020년 4월 전에 달러 인덱스는 고점에서 횡보하고 있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가 오고 연준이 양적완화를 하면서 미국에서 유동성을 역대급으로 풀자 2021년 중반까지 달러인덱스가 하락했다. 이때 나스닥 100 지수도 크게 상승했다. 이후 2021년 하반기부터 달러인덱스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물가도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나스닥을 비롯해 모든 자산시장이 랠리를 펼치고 있었는데 그러다 나스닥은 2021년 12월에 고점을 기록했고, 1년 동안 연속해서 내려갔다. 2021년 12월 당시 달러인덱스는 저점에서 상승을 이어오면서 전고점을 돌파하기 전에 고점 아래서 횡보하며 힘을 모으고 있는 시기였다. (첫 번째 옅은 푸른색으로 표기된 구간) 그때부터 나스닥이 고점을 높이지 못하더니 2022년 3월서부터 나스닥 100의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 달러인덱스가 전고점을 돌파했다.(짙은 파란색 부분) 달러인덱스는 코로나19 이후로 양적완화로 하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하면서 고점을 마침내 돌파했다. 이때부터 나스닥 100 지수는 본격적으로 하락했는데 2021년 12월~2022년 2월까지만 해도 단순 조정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달러인데스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킹달러 현상이 더 강해지는 2022년 3월부터는 나스닥도 고점 대비 - 20% 하락하게 되면서 하락장(베어마켓) 확정된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2022년 10월에 고점을 만들었는데, 나스닥 지수는 이때 저점을 형성했다. 이후 달러인덱스가 고점에서 다시 내려오자 나스닥 100도 저점에서 유지하다가 다시 반등을 시도했다. 나스닥 100 지수가 저점에서 반등할 때 달러인덱스가 고점에서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달러인덱스가 저점에서 횡보하는 동안 나스닥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나스닥 지수는 7월 19일에 고점을 찍고 추세선은 9월에 이탈했다. 나스닥 지수가 고점을 찍었을 때 달러인덱스는 저점에서 한 단계 레벨업하게 됐고 23년 10월 현재 전고점을 아직 돌파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다.
만약에 이후에 달러인덱스가 고점을 돌파하고 나스닥 지수가 베어마켓처럼 크게 빠지는 모습이 동시에 일어나게 되면 과거의 킹달러의 시기처럼 나스닥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달러인덱스가 전고점을 돌파하는지 여부와 나스닥 지수가 하락을 이어가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격 하락장을 시작하다 10월 이후 미국 증시는 변동성이 확대됐다.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오며 뉴욕 증시가 하락해서 출발하는 등 여러 가지 뉴스에 민감한 모습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을 파악해 큰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변동성에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CNN 공포탐욕 지수의 1년간 그래프에 추세선과 내러티브를 표기해보았다. 6월 CPI 발표 전후로 시장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공포탐욕 지수의 1년간 흐름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나스닥 지수의 내러티브를 비교해 보면 상반기 상승장의 내러티브는 하락하는 물가지수와 제약적인 기준금리였다. 미국 CPI는 하락하고 있는데 연준은 기준 금리인상을 이어오다가 5%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제약적인 기준 금리가 됐었다.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면서 ‘이제 물가가 잡힐 거다.’ ‘미국 경제 전망이 나쁘지 않고 고용도 좋으니 좀 더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내러티브)로 상승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누차 강조했듯 상승을 이끌던 내러티브가 마지막에 완결되면 피날레(finale)를 달성하게 된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CPI가 하락한다'는 것이었는데, CPI가 결국 6월에 최하점을 찍게 되므로 이때 내러티브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이렇게 상승장의 내러티브가 종료되면 새로운 내러티브와 함께 추세 반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8월부터 실제로 나스닥 지수의 추세가 반전되면서 하락했는데 이번에 나스닥 지수가 하락할 때 내러티브는 무엇일까? 하락장 초반일수록 이번 하락장의 내러티브가 잘 구별이 안 될 것이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하락했었지' 하면서 내러티브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하반기 대처 방법은 뭘까? 10월 기준으로 이번 하락장의 내러티브는 조금 더 분명해졌는데 바로 유가 상승과 역기저효과 때문에 CPI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연준은 기준금리를 거의 끝까지 올려서 더 이상 금리인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10월 7일 기준으로 7.9%까지 치솟았는데 3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최고치다. 상업용에 이어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에 급등하는 중기 장기 미국채 금리도 자산시장의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 올해 3월 미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미국 장기 국채가 크게 하락하면서 SVB가 파산하게 되었는데 그때보다 누적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 Metro Bank라는 은행이 부도 위기를 겨우 넘겼고 Citi bank나 Bank of America 같은 대형은행들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위기설이 있다. 잘못하면 대형 은행의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제한이 있다. 옛날처럼 물가 상승에 맞추어 연준에서 빅스탭, 자이언트 스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물가상승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금리 인상은 끝났다고 봐도 무난하다. 지금 하락장에서의 새로운 내러티브는 이와 같다.
상승하는 CPI, 기준금리 인상의 끝 그럼 다음 내러티브의 피날레는 무엇일까? 과거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물가가 고점까지 오른 후 하락을 시작했을 때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현재 물가가 고점인지 아닌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언제까지 하락할 지가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냥 막연하게 '잠깐 하락했다가 오르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
© 나스닥 100 지수는 하이먼 민스키 버블의 2차상승 - 2차하락 - 현실부정 반등을 마치고 double top(두 개의 고점)을 만든 후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나스닥 100과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10월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현재 나스닥 100 지수는 ‘2차 상승’- ‘2차 하락’ - ‘현실부정 반등’ 과정을 거치고 ‘공포 투매’를 남기고 있으며 2021년 11월과 2023년 7월에 두 개의 고점인 '더블 탑'을 만들면서 강력하게 추세가 전환되는 모습이다. 과거 투자노트에서 나스닥 버블과 하이먼 민스키 모델을 소개한 적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 바란다.(관련링크)
이번 현실부정 반등의 가파른 추세선이 이탈되면 하락 추세로 전환되기 쉽기 때문에 위험한데 지난 9월 25일에 이탈하게 되었고 10월에 조금 반등한 상황이다. 앞으로 변수는 이번에 하락장이 장기 이평선에서 지지하고 반등할지 혹은 이탈할지에 달려있다.
만약 장기 이평선을 이탈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하이먼 민스키 모델의 공포 투매 구간을 재현할 수 있다. 이번에는 연준이 지난 20년 동안 지원해 주었던 장기이평선(5년 평균이동선)에서의 'Fed put'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식시장의 버블을 터뜨려야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주식이나 부동산의 자산 가격 안정화는 평상시에는 중요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달러 가치를 재고해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1순위인 긴급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채 가격으로 인한 미국의 은행 시스템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면 경기침체를 용인하거나 방조하여 물가를 잡고 달러의 가치를 올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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