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작은 가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도, 요란한 장식도 없다.
소박한 간판만이 ‘나는 여기에 있어요’ 하고
수줍게 이야기하는 가게들이 제주에 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으로
여행에 통통 튀는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제주의 달콤함을 파는 가게 – 냠냠제주
신촌리 골목에 제주의 특별한 달콤함을 파는 가게가 있다. 이름도 귀여운 냠냠제주는 제주살이 10년차 전주여자와 제주여자가 함께 꾸려가는 제주농산물 마멀레이드 가게다. 7평 남짓한 매장에는 작은 병에 담긴 다양한 종류의 마멀레이드가 가득하고 그 옆에는 정성 들여 마멀레이드를 만들어 내는 주방이 있다.
원래 마멀레이드라는 이름은 오렌지류의 잼에 쓰는 이름이지만 냠냠제주에서 마멀레이드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잼과는 달리 과육이 씹히는 형태로 만들기 때문에 잼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름일 뿐이다. 어느 날, 제주에서 당근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어 버려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당근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다 잼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냠냠제주 최초의 잼이 탄생하게 됐다. 귤이 남아돈다는 말을 듣고서는 귤잼을, 양파가 많이 생긴 날에는 양파로 잼을 만들었다. 이 잼들로 플리마켓에 나갔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가게를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은 귤, 땡귤, 당근, 밤호박, 키위, 고추, 하귤, 양파까지 총 8종류의 마멀레이드를 판매한다. 제철 농산물로만 만들기 때문에 늘 모든 제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제주 농산물을 잘게 썰어서 유기농 설탕을 놓고 타지 않도록 섬세하게 불 조절 하고 저어가면서 졸인다. 다 완성하고 나면 처음 양의 4분의 1정도로 줄어버린다. 대량생산의 경우에는 인공적인 재료를 넣어 일부러 빨리 굳게 하기도 하는데 냠냠제주에서는 재료의 진한 맛을 위해 정직하게 졸이는 방법으로 만든다. 가장 인기가 많은 마멀레이드는 달콤하면서도 양파의 향기가 남는 양파마멀레이드. 계란프라이와 함께 토스트로 먹거나 피자, 고르곤졸라 등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잼은 제주의 농산물을 듬뿍 사용한 데다가 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재료들로 놀라움과 재미주는 제주여행기념품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앞으로도 제주의 새로운 농산물을 가지고 늘 신제품을 고민하여 내놓을 것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작지만 정겨운 냠냠제주의 내부모습 |
제철 제주 농산물로 만든 잼을 병에 담아 판매한다. |
맛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냠냠제주의 잼들. 다양한 잼은 시식도 가능하다. |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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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제주 : 주 소 제주시 조천읍 신촌9길 8 / 연 락 처 064-784-5507 / 영업시간 10:00 ~ 17:00
그 자체로 그림이 되는 곳 – 그림상점 지구방문자
한적한 조천 마을길을 달리다 내비게이션은 이곳이라고 가리키는데 지구방문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길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자. 청록색 대문 옆 지구방문자라고 적힌 나무우편함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겉으로만 봐선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마당 한편에 동백나무와 텃밭, 디귿자로 마당을 둘러 싼 3채의 조그마한 집이 있고 낯은 조금 가리지만 착한 강아지 도노가 왈왈 짖으며 반겨줄 것이다. 조금은 찾기 힘든 곳이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한, 비밀아지트 같은 지구방문자만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지구방문자는 강준석, 류주영 작가의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그림상점, 말하자면 개인 갤러리인 셈이다. 그런데도 갤러리가 아닌 그림상점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했으면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지구방문자는 어떤 의미로 붙은 이름일까. 두 사람의 작품 중 개성과 이면에 대한 생각을 지구를 방문한 이방인이라는 주제로 그린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가게를 시작하고 꾸려가는 느낌과 비슷하게 느껴져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만 봐도 지구방문자가 그림을 판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그림을 통한 새로운 만남을 더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 채의 집 중 왼쪽은 두 작가의 작업실, 오른쪽은 생활공간, 가운데가 그림상점이다. 제주의 옛날 집을 손수 하나하나 고쳐서 만든 독특하면서도 정성 들인 인테리어와 구석구석 숨어있는 공간까지 매력이 넘친다. 초록 식물들도 참 많은데 그 옆에 걸린 크고 작은 그림의 색감과 주제가 식물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큰길에서 살짝 들어간 위치, 마당, 개성만점의 인테리어, 식물과 두 사람의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이 작은 공간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되고 있다.
옛집의 흔적과 식물, 그림이 묘하게 어울리는 지구방문자 내부 |
두 작가의 그림은 식물과 잘 어울린다. |
이 우편함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찾아가도록 하자 |
그림상점 지구방문자 : 주 소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59-2 / 연 락 처 010-2340-3572 / 영업시간 12: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추억소환소 – 여름문구사
5년 전, 느긋하게 제주 곳곳을 돌아보는 여행을 계획한 한 여자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려면 일을 해야 했고 세화에서 첫 직장을 구하며 착착 계획을 실현해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친구도 생기고 지금의 남편도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잠시 다른 동네에서 살기도 했지만 늘 세화로 돌아오고 싶었던 그녀에게 세화 길 한편에 ‘임대’를 내건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농약과 씨앗 등을 팔던 오래된 종묘사로 주인아주머니가 가게를 접으면서 내놓은 것이었다. 왠지 그곳이 마음에 들어 일단 계약부터 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자신의 취향이 듬뿍 담긴 물건들을 팔기로 결심했다. 2015년 8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제주가 가장 활기차고 예쁜 계절에서 이름을 따와 여름문구사가 문을 열었다.
문구사를 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오래된 문방구들을 직접 뒤지고 뒤져 발굴하듯 물건을 사 모았다. 그 덕분에 여름문구사에 들어오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물씬 떠오른다. 테이프사탕이나 아폴로같은 군것질거리는 어른과 어린이 가릴 것 없는 인기 상품이다. 여름문구사에 주로 들여오는 물건에 대한 물음에 “음…. 제 취향대로 들여와요. 귀엽고 쓸데없는 것, 쓸데없지만 귀여운 것. 엄마들이 보면 한숨 쉴만한 것들이죠.”라는 대답을 들려준다. 문구사에서 눈에 빛을 내며 이것저것 들춰 보다 보면 동심으로 돌아감을 느낀다. 여름문구사에서는 그 외에도 캐릭터 상품과 세화의 작가들이 만든 그림엽서와 포스터, 스테인글라스, 엄마상회라는 세화의 오래된 포목점에서 만드는 에코백, 제주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칠이 다 벗겨진 종묘사 간판도 섀시문, 내부인테리어는 원래 있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낡았지만 정겨운 느낌이 여름문구사와 제법 잘 어울린다. “크기가 작다지만 가끔 저는 이곳이 크게 느껴져요. 물건으로 가득 채워 알찬 가게로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워요.” 여름문구사를 찾아주는 손님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면 해서일 것이다. 그런 마음은 작은 것 하나도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손길에서도 느껴진다. 손님들이 잠시라도 이 포장지를 간직해 두었다가 여름문구사를 추억해줬으면 한다는 주인이 있는 한 여름문구사는 언제까지나 다정한 곳으로 남을 것이다.
내부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아 옛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
동네꼬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 / 다양한 문구류, 캐릭터상품 외에 제주기념품도 판매한다 |
여름문구사 : 주소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구좌로 77 /연 락 처 010-2600-9447 / 영업시간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에디터 / 김지은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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