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제주를 풀어놓는 올레의 종착역
올레21코스(하도~종달 올레)
지미오름은 동쪽 땅 끝으로 360도 어디 한 곳 가릴 데 없이 제주가 펼쳐진다. 시시각각 다른 빛깔로 물드는 종달리 바다 너머로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한아름 안겨온다. |
물질하러 가는 해녀가 바다로 향하는 올레길을 따라 나선다. 섬사람들이 일구어낸 돌담과 밭이 내내 이어지다가 숨을 헐떡이며 오른 지미오름에서 발아래로 펼쳐진 장엄한 풍경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멍하게 만든다. 하도~종달에 이르는 올레 21코스는 제주올레의 스물여섯 번째 길이자 제주 한 바퀴를 잇는 마지막 올레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영등할망께 지냈던 각시당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환해장성을 지나 여름이면 하얀 문주란이 섬 전체를 뒤덮는 토끼섬을 만나게 된다. |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아두었던 별방진에 올라서자 하도 특유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안으로는 식수로 쓰인 물통과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마을 풍경이 내다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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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오름 정상에 서면 천지가 내 것인 것처럼 제주의 동쪽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쪽빛 바다 너머로 우도의 하얀 서빈백사까지 훤히 내다보인다. |
물질하러 떠나는 해녀를 따라 걷는 길
제주 올레가 길을 낸지 5년 2개월 만에 마지막 21코스가 길을 내면서 비로소 제주도 한 바퀴가 완성되었다. 올레의 길고 길었던 대장정을 장식하는 길이니만큼 올레 21코스는 제주의 요모조모한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호오이- 해녀가 물 위에 떠오를 때마다 토해내는 숨비소리가 아득하게 밀려오는 하도 마을은 오늘도 어김없이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을 하러 떠난다. 그 길을 따라 내어진 올레 21코스는 해녀박물관에서 시작이다. 해녀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을 지나면 옛 봉화대가 있었다는 연기동산에 오르게 된다. 나지막하지만 전망이 좋아 한적한 해안 마을과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그 이후로 구불구불 까만 돌담들이 속절없이 이어진다. 바람을 맞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구멍이 숭숭 엉성하게 닿아져 있지만 언뜻 보아도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푸른 이끼들이 끼어 있어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켜왔음을 알 수 있다. 고단한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바다를 나가지 않을 때는 밭일을 하러 해녀들이 걸었을 이 길에는 아직도 제주사람들의 퍽퍽했던 삶이 그대로 서성인다. 검은 줄기로 뻗은 밭담이 그물처럼 얼기설기 이어져 있는 낯물밭길에는 무럭무럭 자라난 당근이 때마침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무색해질 만큼 싱싱한 초록이 시커먼 돌담과 선명한 경계를 띠고 있다. 조금 더 걸으면 마늘밭과 무밭이 전혀 다른 초록으로 색의 마법을 부리고 있어 겨울임에도 가는길마다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1 구름이 유난히도 몽글몽글 피어오른 맑은 날이어서 바다와 이어진 파란 하늘을 저도 모르게 계속 찍게 된다. 2 하도 해수욕장은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는 아담하고 한산한 해변이어서 여유부리기 그만이다. 3 마을 안길로 깊숙이 들어서면 구불구불 이어진 밭담이 끝없이 이어진다. 4 해안길은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줄지어 있는 환해장성을 따라 걷게 된다. 5 올레 화살표는 밭담을 지나 마을 사람들이 걷는 소박한 길로 우리를 이끈다. 6 별방진 안으로는 식수로 쓰였던 물통이 있고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다. |
푸른 바다에 깊게 젖어드는 해안길의 연속
바다색과 감귤색의 리본은 들녘 사이를 가로질러가는 단출한 길로 향하더니 어느새 별방진으로 안내한다. 왜구를 막기 위해 돌로 쌓아 올린 옛 성곽을 복원한 별방진은 마을을 감싸듯 길게 늘어져 있다. 그 위로 올라서면 밖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안으로는 식수로 쓰였던 아담한 물통과 색색의 지붕을 얹은 집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마을 안길을 가로질러 해안도로로 접어들어 석다원 식당에 다다르면 어느새 21코스의 중간지점까지 온 셈이다. 아침부터 올레길을 나섰다면 허기진 배를 채울 때가 어디 없을까 두리번거릴 시간에 이 곳에 도착하게 된다. 무수한 돌탑들이 쌓아 올려진 석다원에는 해녀들이 직접 잡아 올린 해산물로 손칼국수와 파전을 만들어낸다. 걷는 내내 찬바람으로 꽁꽁 얼었던 몸이 뜨끈한 칼국수 국물로 사르르 녹아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떠나는 길은 계속 해안도로로 이어진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돌담은 봉화대로 쓰던 연대인가 싶어 가까이서 보니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에게 제를 올리는 각시당이다. 해녀들과 어부들의 무사 안녕과 풍요로운 해산물을 기원하는 영등맞이 굿이 매년 음력 2월 13일마다 이 자리에서 치러진다. 조금 더 걸어가면 해안가에서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 토끼섬이 보인다. 여름이면 하얀 문주란 꽃이 온 섬을 뒤덮어 흰 토끼처럼 보인다는 토끼섬은 썰물 때면 섬으로 이어지는 검은 현무암들이 돌다리처럼 드러나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가는 길마다 펼쳐지는 해안절경으로 지루할 틈없이 걷다보면 하도해수욕장에 이른다. 수심도 낮고 아담한 규모라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알맞은 하도해수욕장은 차디찬 겨울이 찾아와 적막하기만 하다. 소나무 숲 사이로 놓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겨울 철새들의 쉼터인 하도철새도래지가 보인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는 갈대숲에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내 걸어왔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한숨을 돌린다. 얼길설기 엉성하게 쌓아놓은 밭담이 바둑판처럼 한없이 이어져 있는 길 끝에서 지미봉이 이리 오너라 손짓을 한다. |
긴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풀어놓은 지미오름
지미봉으로 향하는 길은 밭길로 이어져 있다. 두 갈래, 세 갈래로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밭담은 한 평 무덤을 장방형으로 에워싼 산담이 되기도 한다. 돌담 안에서 살다가 돌담 안으로 돌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지미봉을 오르는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초반 길이 다소 가팔라 체력이 걱정된다면 우회하여 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하지만 지미봉 정상에서 만나는 장대한 제주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힘이 부쳐도 한번쯤은 올라가봄직하다. 숨을 헐떡이며 오른 지미봉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제주의 풍경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멍하게 만든다. 하도마을에서 시작했던 올레 21코스의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풀어 놓아진 풍경이 줄줄이 진한 감동으로 안겨온다. 천지가 다 내것인 것처럼 우도와 성산 일출봉이 떠 있는 동쪽 바다가 한아름 안기고 밭과 과수원, 돌담, 갈대밭, 그리고 무덤들이 이어지며, 아득히 한라산을 등진 삼백예순 여 개의 오름들을 하나 둘 세어보다가 지미봉에 와서 마침내 그 헤아림이 멈춘다. 매혹적인 제주 풍경을 뒤로 한채, 지미봉을 내려와 종달 마을에 이르면 올레길도 막바지에 다다른다. 제주 목사가 부임해서 제주도 순시를 마치는 마지막 고을이었다는 종달 마을을 둘러보다가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종달 바닷가에서 기나긴 여로의 행보가 마무리된다. 가지런히 널어 꼬들꼬들 말라가는 한치들에 붉은 노을빛이 드리운다. 올레 21코스는 10,7km 정도의 거리에 4시간 정도면 다 거닐 수 있다. 지미오름은 제외하고는 오르막이 없어 초보올레꾼이 걸어도 무리가 없는 길이다. 온전한 제주의 풍경을 가는 길마다 툭툭 풀어놓은 올레 21코스는 길고 긴 올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올레의 종착역이다.Olle 21 Course
해녀박물관 ▶ 연대동산 ▶ 별방진 ▶ 해안도로(석다원) ▶ 토끼섬 ▶ 하도해수욕장 ▶ 지미봉오르는길 ▶ 지미봉 정상 ▶ 종달바당 (총10.7km – 4시간)
에디터 / 이강인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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