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숲길 품은 노로오름의 여름
사려니숲길을 뛰어넘는 명품 숲길, 숲의 물살을 헤치고 들어가 가로누운 “노로오름”의 품에 안기다
노로오름 정상에서 만난 드넓은 제주 풍광, 한라산 아래로 펼쳐지는 오름 군락이 파도물결처럼 굽이치며 솟아있다. |
거목을 휘감고 있는 덩굴식물들이 세로 숲의 질감을 더한다. 하지만 저렇게 감겨 올라간 식물들로 인해 지지대가 되어주는 나무는 무사할까? 숲은 저들만의 섭리로 생존하고 도태되며 유지되리라 여겨진다. |
여름에는 숲이 우거진 오름이 좋다. 노로오름은 숲이 우거지고 조릿대가 무성한 노루들이 좋아할 만한 오름이다. 노로는 노루의 제주어이다. 예전에 노루가 많이 살았다 하여 이름이 유래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노루 장(獐)자를 써서 장악(獐岳)이라 기록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산행 중에 노루를 만났다. 노로오름에서 노루와 지척에서 눈 맞춤하였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조릿대 지천인 숲에서 노루는 여유로워 보였고 나 또한 유유자적하며 숲길 산책을 즐겼다.
노로오름 산행의 즐거움은 자동차로도 한참을 달려야 하는 숲길에서 이미 시작된다.
소나무숲이 이어지는가 하면 관중과 고사리, 천남성이 빼곡한 숲 위로 활엽수림이 우거져 있다. 태곳적 느낌의 숲길이 5km가 넘도록 이어진다. 사려니숲길이 너무나 알려진 데 반해 아는 이 거의 없는 숲길, 노로오름 또는 한대오름을 가려는 이들만이 간혹 지나는 호젓한 숲길이다. 감추어 두고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길의 느낌. 오름 입구는 바리메 주차장을 지나 700m 직진하여 만나는 세 갈래 길에서 좌측으로 1km 정도 들어가서 우회전하여 1.7km 가다 차량통제용 정낭을 통과하여 조금 더 들어가야 나타난다. 꽤 복잡한 길이어서 정확히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숲길을 차로 스쳐 지나는 것이 아깝다면 바리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따라 들어가 보자. 여름 숲의 싱그러움이 하늘을 가릴 듯하다. 덩굴식물이 소나무 둥치를 타고 올라 초록의 커튼을 드리운다. 이런 숲은 물방울을 머금어 더욱 선연한 녹색으로 빛나는 비가 촉촉하게 내린 뒤가 더 좋다. 또는 옅은 안개가 들어차서 안개숲을 걷는 듯 숲길 걷는 느낌이 신비로운 때도 근사하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시원함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싱그러움으로, 안개에 젖은 날에는 신비로움으로 그렇게 숲길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수림에서는 줄기가 똑바로 자라지 못한다. 햇빛이 비치는 반향으로 휘어지며 이렇듯 기하학적인 숲의 그림을 그린다. 노로오름의 숲은 대부분 조릿대가 숲의 하단부를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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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짐이 빈번한 숲길을 지나 노로오름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에 다다른다. 숲이 경계를 나눈 것도 아닌데 입구를 지나면 조릿대가 갑자기 무성해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흙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일행이 있더라도 벗하여 함께 지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홀로 걸어야 하는 길이다. 경사도는 완만하다. 그리고 지루하다 할 정도로 길다. 처음에는 숲 텐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미끄러지듯이 걷는다. 그런데 그런 숲의 느낌이 하염없다. 건천을 지나고 좌측으로 접어들어 1시간여가 지나니 나도 모르게 언제쯤이나 산정에 닿을까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여름은 이렇게 찬란한데 빨리빨리 삶에 익숙한 도시인은 비슷한 풍경에 안달이 난다. 오름을 오르는 것은 자연을 만나고 여유롭게 느끼는데 있는데 이렇듯 조급증을 느끼다니……. 그러면서 오름을 사랑한다 하니 스스로 멋쩍다. 노로오름은 한껏 여유로움으로 무장하여 걸어야 하는 길이다. 초록 숲에 비쳐드는 햇살에 기꺼워하며 눈을 시원한 녹색으로 샤워하면서 천천히 걷는데 묘미가 있는 오름이다.
1. 조릿대가 지천인 숲이다. 조릿대의 새순을 말려두었다 차로 마시면 해열, 해독, 이뇨작용의 효과가 있어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고 자주마시면 면역력에도 좋다고 한다. 2.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만한 오솔길이다. 사람이 그다지 다니지 않는 길인데도 흙이 폭신폭신하다 못해 가벼워 흙이 패여 나간 곳이 있다. 무늬처럼 뿌리가 드러나 독특하다. 3. 홍노도라지는 5~8월에 백색 또는 연한 자색으로 피는 초롱꽃과 식물이다. 꽃이 도라지 같으므로 홍노도라지라고 한다. 이끼가 낀 수목에 고개를 내민 모습이 앙증맞다. 4. 노로오름에서 노루를 만났다. 호기심 많은 노루는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말똥말똥 시선을 마주치며 한참을 서있었다. 오름이 제집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
약간 경사가 높아졌다 싶을 즈음 두 갈래 길이 나온다. 방향으로는 우측으로 가야 할 것 같아 이 길이다 싶어 꽤 걸었는데 길의 흔적이 깊지 않다. 갈림길로 다시 내려와 리본이 조금 더 많이 달린 좌측 길로 간다. 이 길이 맞다. 두 갈래 길에서 좌측이다. 노로오름은 오름을 잘 아는 사람을 동행해서 가야 하는 코스지 싶다. 입구까지의 숲길이나 오름 안의 길도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헷갈리는 곳이 많다. 들어선 길이 내려가는 듯해 이 길이 아닌가 하였는데 살짝 내려서다 오르는 느낌이 급해진다. 산딸나무, 등수국이 하얗게 꽃을 피워 여름을 얘기한다. 나무에 핀 꽃과 길 위에 떨어진 꽃잎을 지르밟으며 걷다 보니 분화구에 도착한다. 가로누운 노로오름의 품이다. 오름 정상에 가기 위해 분화구 둘레를 따라 우측으로 오른다. 꽤 경사가 있어 숨이 가빠진다. 조릿대숲이 점차 옅어지고 숲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양도 점차 많아진다. 정상이 가깝다는 얘기다. 숲을 빠져나오니 시야를 가리는 키 큰 나무들이 사라진다. 한라산을 타고 내려온 시선은 안테나가 보이는 삼형제오름, 우측으로 한대오름을 지나 산방산까지 닿는다. 숲이 정상 부분만 뚜껑을 열어 자연 전망대를 만들고 있다. 이 부근은 봄에 제주에서 유일하게 금붓꽃이 피는 곳이다. 정상의 삼각점을 찍고 분화구 둘레를 계속 돌아 원점회귀하는 식으로 걸어 내려간다. 좌측으로 묘지가 보이고 이 멀리까지 묘를 쓴 이들의 정성에 대단함을 느끼며 걷는다. 노로오름인데 노루는 어디 있는 걸까? 이때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노루 한 마리가 사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가까이 다가가니 조금 더 멀어질 뿐 빤히 우리를 쳐다본다. 작은 인기척에도 냅다 껑충껑충 뛰어 달아나는 조심성 많은 노루, 지금까지 내가 제주에서 봐왔던 노루의 모습이다. 노로오름에서 만난 노루는 달랐다. 살금살금 다가서는 나의 몸짓이 너무 가깝다 싶은지 그때서야 숲 안으로 총총히 사라진다. 겁보다는 호기심이 강한 노루인가 보다. 노루와 이렇게 오래 눈 맞춤하기는 처음이다. 노로오름답다. 노루를 떠나보내고 조금 더 내려오니 분화구가 시작되는 곳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거리낌 없이 올라왔던 길을 따라 발빠르게 내려간다. 서두른 탓인지 45분 만에 입구에 다다랐다. 처음의 느긋함은 어디로 가고 오름 하나를 다녀왔다는 기록 하나를 더하는 데 급급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더할 수 없이 숲 느낌을 가득 채워주는 노로오름은 마음이 여유로운 이들을 안아주는 품이 넉넉한 오름이다. 시계를 천천히 가게 하고 다녀오면 좋겠다.
찾아가는 방법
제주시에서 평화로(1135번)와 산록도로(1117번)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1100도로(1139번) 쪽 1.2km 웅지리조트 입구에서 바리메 방향으로 진입 ▶ 바리메 주차장에서 700m 직진 세 갈래 길에서 좌측 ▶ 1km 우회전 ▶ 1.7km 차량 통제용 정낭 통과 후 오름 정상까지 1시간 30분 소요
글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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