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의 여행에 대하여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차들. 방콕의 무시무시한 교통 체증. |
당 떨어질 땐 새콤달콤한 과일 주스. |
방콕 실시간 여행기. 그렇다. 나는 지금 방콕의 한 콘도에 앉아 오늘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전쟁 같았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세탁기에 둘둘 말아 넣었다. 세탁기가 놓인 발코니 문이 잠시 열린 틈을 타 무시무시한 나방이 방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집안을 들들 뒤져봐도 살충제는 보이지 않아 급한 마음에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내 딴엔 최선을 다해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둘렀다. 그러나 빛을 따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나방을 때려잡는 건 역부족이었나 보다. 결국 나방과의 사투를 잠시 뒤로하고 일단 써야 할 글부터 쓰기로 했다.
오늘은 방콕여행 첫날이었다. 남들은 3주간의 방콕여행을 무작정 부러워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가이드북 여행작가의 여행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것과 약간 다르다. 책, 쓰고 나면 끝일까? 정반대다. 끝없는 일의 시작이다. 가이드북은 1년에 한 번씩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개정판을 출간해야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안쓰러운 운명을 타고난 책과 함께 저자도 덩달아 고달파진다. 책 개정 차 떠나온 여행은 여느 여행과 사뭇 다르다. 여행에 일이 보태져 있다. 넋 놓고 맘 편히 놀기만 할 순 없는 상황인 것. 첫날부터 꽤 부산하게 방콕 시내를 헤집고 다녔다. 태국에 마사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컴퓨터 앞에 앉는 대신 침대 위에 픽 쓰러져 잠이 들었겠지.
오랜만에 책을 들춰봤다. 작년에 나온 책이라 나름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가 담뿍 담겼는데, 이중 분명 사라진 곳 혹은 이사 간 곳이 있을 터. 그것을 매의 눈으로 골라내고 대체할 만한 스팟을 찾아내는 게 이번 여행의 숙제다. 엄선하고 엄선하여 고른 식당, 카페도 종종 자취를 감추곤 한다. 새 건물이 들어서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있고 주인장에게 다른 꿈이 생겼을 수도 있다. 생각만큼 장사가 안 돼서 시원하게 말아먹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책은 살아있는 세상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발 빠르게 정보를 알아차리고 얼른 책에 반영하는 게 작가의 몫이다.
6월의 방콕은 아주 덥다. 10분만 걸어도 땀범벅이 되고 만다. 낮에는 35도까지 기온이 치솟는다. 최저 기온이라고 해봤자 27도, 28도쯤이라 낮밤 가리지 않고 언제나 덥다. 게다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비가 내린다. 화창하고 맑다가 갑자기 시커먼 비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빗줄기를 쏟아낸다. 한낮에 거세게 쏟아지는 열대 스콜은 강렬한 햇빛에 지친 사람들에게 숨 쉴 틈을 주는데, 눅눅하고 습한 냄새를 남기고 떠난다. 이 시기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에 치이다 결국 이때 취재를 오고 말았다. 뭐 어쩌겠는가. 할 일은 해야 하니 기후적 악조건 따위, 꿋꿋하게 견디는 수밖에.
내친김에 여행작가의 고충 몇 가지 더 토로하자면, 가끔 쥐꼬리만큼도 관심 없는 여행지를 구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할 때가 있다. 입맛에 영 안 맞는 음식임에도 그 지방의 명물인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때때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도 열심히 걷는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거주하는 게 아닌 이상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다녀야 할 곳은 끝도 없으니까. 아주 멀리서 띄엄띄엄 보면 여행작가라는 직업, 꿀처럼 달게만 느껴진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떠있기 위해 물속에서 끊임없이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갑작스러운 더위에 엿가락처럼 축 늘어진 몸뚱이가 되어, 일러바치듯 미주알고주알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어쨌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땀 흘리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개정을 핑계 삼아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방콕을 드나들게 되었다는 점도 내겐 큰 즐거움. 비록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고단하지만 '내일은 어디 갈까?' 생각하며 다시 미소 띤 얼굴이 된다. 이 맛에 여행작가 하는 거겠지!
오늘 점심은 향신료 팍팍 넣은 현지식으로!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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