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주말, 하지만 일요일만 되면 서글픈 마음이 든다?
일요일 저녁 시간을 장식하던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곡은 많은 사람의 기분을 가라앉게 했다. 마치 자기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먹이를 줄 것이라 생각하고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어떤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기만 해도 ‘월요병’에 시달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요일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조금 더 쉬고 싶어서 느끼는 아쉬운 마음과는 달리 일요일만 되면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아 공허하고 서글픈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Ron Marasco, Brian Shuff의 저서 ‘슬픔의 위안’에서는 일요 신경증(Sunday neurosis)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정신의학자인 Viktor E. Frankl은 일요 신경증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일에 지나치게 열정을 바친 나머지 주말이면 우울해지는 증상을 일컫는 말로,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가벼운 일요 신경증을 앓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응용 경제학 저널 Journal of Applied Economic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은 직원일수록 일요 신경증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독일인 34,000명을 대상으로 16년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관계 없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주중에 비해 주말에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고 한다. 이러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대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왜 이러한 일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다양한 추측 중 하나는 바쁜 일상에 편안함을 느끼던 사람들이 주말 동안 일상이 느슨해지면 이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끼며, 특히 주말이 끝난 이후 해야 할 작업이 남아있는 경우엔 더욱 불편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요일을 걱정으로만 보내는 사람들은 떨어진 의욕, 공허함,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과 음료를 섭취하고 쇼핑을 통해 과다 지출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런 보상 반응은 단기적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불쾌함과 더욱 깊어진 공허함을 느끼게 만든다.
만일 일요 신경증을 자주 경험한다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헛되지 않은 일요일을 보내기 위해 작업 목록을 짜는 걸 추천한다. 물론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던 업무와는 다른 것이며, 쉴 틈도 없이 빽빽한 일정이 아닌 느슨하고 여유 있는 스케줄 표를 만들어야 한다. 상실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쉽게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할 수 있는 청소, 세탁, 요리, 화초 가꾸기 등을 시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으며, 계획한 일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책을 읽거나 명상하고 음악을 듣는 등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 멋진 주말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예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kyj00@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