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실수는 전체 남자경찰의 문제냐”… ‘대림동 논란’에 여경들도 할말 있다
지난 15일 서울 대림동에서 발생한 경찰관의 주취자 제압 논란 초기 장면. 두번째 사진에서 주취자가 남성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남성 경찰관은 자신의 뺨을 때린 남성을 제압했다. [사진=동영상 캡처] |
- “테이저건 실수 논란, 남경 전체의 문제냐” 반박
- “여경 폐지 주장은 여혐몰이” 불과
- 대림동 주취자 논란에 ‘치안조무사’ 조롱 과도
- “여경 이미지 나빠져.. 마음 안 좋아”
[헤럴드경제=사건팀] 지난 15일 서울 대림동에서 여자 경찰이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현직 여경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 여경의 문제로 확대해석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박부터 ‘여혐의 연장선’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여경’이란 단어 자체에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감은 1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서 암사동 사건에서 남경의 테이저건 발사 실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그 때 남경이 테이저건을 잘못 발사했는데, 그러면 전체 남경이 문제가 있는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치안력 행사의 문제다.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관들이 공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취객이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데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함부로 취객을 대했다가 골치아픈 일이 생기는 경우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향된 장비 덕분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경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그는 “여성이 근력이 약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약한 근력을 보완할 수 있는 무기가 최근 많이 나다. 그런 무기를 여경들에게 보급하면 치안업무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2인 1조로 구성된 순찰 업무에서의 남녀 경찰이 맡은 역할이 각각 달랐던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 여자 경사는 “원래 순찰은 2인 1조다. 남경은 제압하고 여경은 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명이 치안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한명이 무전으로 추가 지원요청을 하는 것”이라며 “여경도 경찰 교육을 거쳐 임관한 경찰관이고. 범인 제압방법 등 다양한 것을 다 배운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 여경의 문제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지방 경찰서 소속 한 여자 경찰은 “여경 폐지 주장까지 나오는 것은 전형적인 여혐몰이라고 본다. 여자 시민들이 경찰을 찾으면 여성청소년과를 찾고, 일반 사무에서도 여경을 찾는 일이 많은 것은 왜 모르나”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물론 있다. 그런데 경찰이 주취자를 말리러만 다니나. 경찰이 모두 형사사건만 하지 않는다. 또 남자 경찰이 여청과에서 근무하면서 성감수성 떨어져서 사고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 서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감은 “여경이라는 고유명사에 부정적인 시선이 담긴 것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신체적인 차이임에도 힘이 센 것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각자가 맡은 업무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여성 경찰은 “물리적으로 남자보다는 조금 약할 수 있지만, 여청과도 그렇고 여경이 필요한 사건은 많다”며 “여성 취객들을 부축하는 업무만해도 부담을 느끼는 남자 경찰들이 많다. 물리적 힘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 이외에 다양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비난이다. 치안조무사라는 조롱은 거의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여성 경찰은 “여경이 무능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면 진짜 마음 좋지 한다. 모든 여자경찰이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밀리는 것도 아니다”며 “사실 남자도 엄청 센 사람이고 폭력적인 사람이면 1대1로 제압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 경찰 모두 2인 1조로 다니는 것 역시 서로 도와가면서 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따.
그는 이어 “이런 한 장면, 영상만 보고 여경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을 보면 일할 때도 마음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관련 논란은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오른 뒤 시작됐다. 영상은 2인 1조로 구성된 남녀 경찰관이 2명의 남성 주취자와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돌연 주취자 남성 1명이 남자 경찰의 오른쪽 뺨을 때리자 남자 경찰은 폭행을 가한 남성의 손목을 꺾어 바닥에 눕히고 그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있던 여성 경찰은 무전기에 대고 뭔가를 얘기했고, 제압당한 남성과 동행했던 남성은 무전을 날리는 여성 경찰을 밀쳐 냈다. 관련 영상은 15초에 불과한 짧은 영상이었지만, ‘여경 무용론’으로까지 비화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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