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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의 연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무슨 비결이라도?

조승우의 연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무

배우 조승우(38)가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맹활약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신의선물’ ‘비밀의 숲’에 이어 ‘라이프’, 영화에서는 ‘명당’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다. 오는 11월에는 ‘지킬앤하이드’로 2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다.


조승우는 어디서나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건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유지한다. 또렷하면서도 약간 힘을 뺀 듯한 그의 발성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시청자나 관객의 귀에 잘 꽂힌다. 대사가 잘 들어오니 그에게 집중하게 된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표면 위로 튀어오르는 연기를 최대한 안하려고 하고, 앙상블을 잘 이뤄내려고 한다. 개인이 돋보이기 위해 자신의 성향을 더 뿜어내면 작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자신을 돋보이는 행동은 안된다. 밸런스 잘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공동작업이다. 데뷔작 ‘춘향전’때부터 임권택 감독님이 현장에서 저에게 ‘여기 보라고. 수십명이 하는 작업이야. 여기서 끝나고 배우는 집으로 가도 수십명의 스태프들이 일을 계속하는 공동작업이야’라고 가르쳐 주셨다.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해 이 자체가 공동작업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릴 때 현장에서 습득한 것도 나에겐 중요했다.”


조승우는 “본인이 연기 잘하는 걸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기 대세, 연기 평정의 찬사는 고맙기는 하지만 그게 제일 위험하다. 칭찬 받으면 기분 좋고 감사하다. 나는 운이 좋은 거다. 다음 작품에 중압감과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저는 아직 카메라가 낯설고 불편하다. 무대도 등장하기 전 몸이 후끈거린다. 기도하고 올라간다. 카메라는 죽을 때까지 불편해할 것이다. 그 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를 때도 있다. 카메라가 안 보여야 하는데, 집중력은 1회용인 것 같다. 비슷한 장면의 여러 컷, 열 신을 찍는 게 적응될 만한데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승우가 카메라가 불편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승우가 곧 장르’라고 할 정도로 연기를 인정받고 있는 배우가 카메라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그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려는 노력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게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았다.


2017년 드라마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더도 덜도 아닌 연기를 펼쳤다.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감정을 잃은 황시목 검사는 조승우로 인해 생명력을 얻었다. 최근 종영한 ‘라이프’에서는 자본의 논리가 침투하는 상국대학병원에 총괄사장으로 취힘한 구승효를 연기했다.

“‘라이프’는 좋아한 분도 계셨고 아쉽다는 분도 계셨다. 지금까지 의료 전반 시스템을 말한 작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을 들락거릴 때 그 안에 많은 게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라이프’의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명당’에서 조승우는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으로 나온다. ‘명당’은 두 명의 왕을 만들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씨 가문의 김좌근(백윤식)-김병기(김성균) 부자와 박재상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박품이다.

“작품을 단순한 구도로 보면 권선징악이다. 박재상 캐릭터는 전형적 인물일 수 있지만, 작품의 묵직한 축이다. 캐릭터의 해석을 잘 해내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박재상이 처음에는 개인 복수로 시작하지만, 공공이 잘되고 나라를 살리는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한 인간의 순수성과, 올바른 눈을 가진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

조승우는 풍수론에 기반하여 집터와 묘터를 정하거나 길흉을 평가하는 지관(地官)이라는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명당 팁을 하나 달라고 했다.

“제가 서초동에 5살 때부터 살았다. 그리고 삼청동, 한남동, 대학로에도 살았다. 다시 서초동으로 들어왔다. 저에게는 서초동이 가장 편하다. 자신한테 가장 편한 곳이 명당이다. ‘명당’에서도 ‘그런 게 무슨 소용이냐. 잘 먹고 따뜻하게 잘 수 있는 데가 명당이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

조승우는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그때 삶에 교훈과 메시지가 되고 조그만 의미가 있는 게 좋다”고 답했다.

“멜로물은 의도적으로 피한 부분도 있다. 예전만큼 순수한 관점에서 내 연기로 승화시키기에 힘들다.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어 쉽게 도전을 못했다. 언젠가는 해야겠죠.”

조승우는 “너무 많은 감정 소비를 해야 하는 작품들을 계속 하다보면 오히려 무대에서 잡생각이 날 때가 있다. 한 무대에서 순간적으로 ‘끝나고 저녁 뭐 먹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면서 “예전에는 집중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소름이 끼쳤다. 십몇만원 내고 오는 관객 앞에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날 너무 많이 소모했나? 조금 쉬어야겠다. 그래서 2년을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만난 게 드라마 ‘비밀의 숲’이었다. 대본을 보고 놀랐다. 5회 대본까지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어떻게 이렇게 썼지? 일반적이지 않고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뚝심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이 있었다.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사실 그때도 쉬려고 했다. 하지만 대본을 보는 순간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조승우는 촬영장에서 선후배 배우, 스태프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고, 이름 하나하나 외우는 게 좋다고 했다. 20살에 데뷔해 남들에게 약해보이기 싫어, 어리다는 걸 노출하기 싫어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오픈돼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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