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축제"..'아침마당' 시인 신현림, 싱글맘 아닌 솔로맘의 정체성
KBS! '아침마당' 방송 캡처 |
신현림이 시인이자 사진작가로서의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6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서는 시인이자 사인작가 신현림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현림은 "데뷔한 지 27년 됐다. 첫 작품은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였다"며 "두 번째 작품인 '세기말 블루스'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시집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이어 "싸움이라는 건 결국이 자기와의 싸움인데 나이를 들면서 애를 키우다보니까 싸움이 자기 자신과의 나태함, 이기심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은 내가 품고 가야할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시인을 꿈꾸지는 않았다. 신현림은 "노래 읊기 좋아하고 톱질하고 만드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교생 앞에서 제 일기를 읽어준 경험이 있었다. 그 때 운명이라는 걸 알았다. 그 기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일기를 쓰면 보통 아이들은 시간 흐름에 따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바람부는 날 강풍에 간판이 날아가는 이야기를 썼다. 바람부는 날을 의왕 철로가에 노을 지고 예쁜 풍경이 있는데 그 간판을 저수지가에서 찾아온 이야기를 썼다"고 해 어릴 때부터 시인의 면모가 있었음을 전했다.
신현림은 "도스토예프스키가 '행복은 선반 위에 두고 불행만 세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저 역시도 젊은 날에는 슬픔과 괴로움을 세면서 고군분투를 했다. 그런데 그게 과정인 것 같다. 인생은 축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요즘 은행나무 너무 예쁘지 않나. 가을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행복한 일들을 세게 된다. 커피 향이 휩싸여오면 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며 자신의 인생 철학을 전했다.
시인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로도 유명한 신현림. '은밀한 운주 사과전'을 비롯한 다양한 사진전에는 항상 사과가 빠짐없이 들어간다. 그녀는 이에 대해 "사진관에서는 많은 사과가 있다. 돌아가신 엄마 사진과 함께 전시하는데 '우리는 대지로 돌아가는 존재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현림은 왜 사과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KBS 스페셜 나무 다큐멘터리에 저희 딸과 출연을 했다. 그 때 사과의 4계절을 다 담았는데 사과 박스에 담긴 사과만 보다가 사과 나무에 달린 사과를 처음 봤다. 저만의 인생 명장면은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였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제삿상 속 사과는 감사하고 애도하는 사과였다. 익명의 사람들이 죽어간 자리인데 우리도 언젠가 대지로 돌아가는 존재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전세계를 다니며 사과를 갖고 사진을 찍었다. 사과는 나이고 너이고 생명이고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상징이다"며 사과를 향한 애정을 전했다.
신현림은 또한 싱글맘으로 유명해진 것에 대해 "저의 시보다도 싱글맘으로서의 존재가 더 어필이 되니까 괴로웠다. 싱글맘이라는 용어가 안 좋다. 솔로맘이 더 좋다. 언어에 민감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언어 속에는 영혼이 깃드는 것이기 때문에 선량한 말을 많이 할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처음에는 그 말이 싫어서 기사를 다 내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그걸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인정하자', 솔로맘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헤럴드POP=천윤혜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