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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뱃은 왜 정육면체 똥을 눌까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하버드대 과학잡지 ‘이그노벨상’

‘상자밖 생각’을 밝혀내는 괴짜들

웜뱃의 독특한 ‘똥 모양’에 의문

미국 연구팀 ‘대해부’로 물리학상

각 나라 지폐의 박테리아 양부터

프랑스 우체부 고환 온도 연구도

헤럴드경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정육면체 똥을 누는 웜뱃. 오른쪽 작은 사진은 웜뱃의 똥.

각양각색의 동물이 지구에 살고 있다. 그만큼 동물의 똥 모양도 매우 다양하다. 섬유질이 많은 토끼의 똥 모양은 동글동글한 데 반해 매일 50kg 이상 똥을 누는 아프리카코끼리의 똥은 말 그대로 ‘철퍼덕’ 형이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가장 독보적인 모양의 똥을 누는 동물이 있다. 웜뱃이다. 웜뱃은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똥 모양이 희한하게 정육면체다. 몸길이만 70∼120㎝에 이르고 무게가 25~40kg에 달하는 웜뱃은 하룻밤 사이에 무려 100개 정도의 정육면체 똥을 만들어낸다. 웜뱃은 정육면체 똥을 누는 전 세계 하나뿐인 동물이다.

모두가 터부시했던 ‘똥의 물리학’

이쯤 되면 누군가는 냄새나는 더러운 똥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웜뱃의 정육면체 똥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웜뱃의 육체역학적 특성을 탐구한 과학자가 있다. 패트리까 양 미국 조지아 공대 박사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다. 이들은 이 연구로 올해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자 밖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괴짜 노벨상’이다.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과학잡지에 의해 1991년 제정된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노벨상 수상 발표를 앞두고 열리는데, 매우 엉뚱해 보여도 노벨상 수상자가 심사에 참여할 정도로 꽤 진지한 구석이 있다.


수상자 면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양 연구원은 하버드대학 샌더스 극장에서 열린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이렇게 이상한 모양의 똥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어떤 문헌을 찾아봐도 웜뱃이 왜 정육면체 똥을 누는지 답을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간 누구나 소화를 하고 똥을 누지만, 똥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이었다.

웜뱃이 정육면체 똥을 누는 이유

아무튼 그의 말처럼 웜뱃의 똥 모양은 이상하다. 그렇다면 웜뱃은 왜 하필 정육면체 똥을 눌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수의사를 통해 안락사된 웜뱃을 해부했다.


그 결과 웜뱃의 장 끝에서부터 8%에 해당하는 부위에서 대변이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바뀌기 시작하고, 이와 함께 2cm 길이의 사각형 모양을 갖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연구팀은 내장을 비우고 긴 풍선을 불어 넣어, 웜뱃 장의 국부변형률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장의 국부변형률이 사각형의 꼭짓점 부분에서는 약 20%이지만 모서리 부분에서는 약 75%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웜뱃의 소화 과정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웜뱃이 먹이를 소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4~18일 정도로 그 과정이 매우 길고 느리다. 이로 인해 소화관 속의 물질이 극도로 건조하고 단단해진다. 장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딱딱해진 물질이 장의 수평적인 능선에 따라 사각형 모양으로 주조(鑄造)되기 시작한다. 웜뱃의 장은 모서리 부분에서 더 잘 늘어나기 때문에 장 끝부분에 다다르면 정육면체의 대변이 만들어진다.


웜뱃은 야행성이고 시력이 나쁘지만, 청각과 후각이 매우 예민하다. 따라서 똥의 주된 용도는 ‘영토 표시’다. 그리고 정육면체 모양의 똥은 바위 위에 두기 쉬운 데다 멀리 굴러가 버리지 않는다. 정육면체 똥은 비교적 오랫동안 영역을 표시하는 데 제격인 셈이다.

3kg 동물이 오줌 누는 시간은 평균 21초

연구팀이 이런 엉뚱한 연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다양한 포유류 동물들이 오 줌을 누는 시간을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동물이 자신의 몸집이 크든 작든, 이와 상관없이 일정 시간 동안 오줌을 누는 이유가 궁금했다.


연구팀은 카메라를 들고 미국 애틀란타 동물원으로 향했다. 코끼리, 말, 소, 강아지, 박쥐, 생쥐 등이 오줌을 누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다.


그런데 놀랍게도 분석 결과, 몸무게가 3kg 이상인 포유류는 몸집과 관계없이 오줌을 누는 데 21(±13)초가 걸렸다. 예컨대 오줌을 저장하는 코끼리의 방광은 고양이의 방광보다 3000배 이상 크다. 그러나 두 동물이 오줌을 누는 시간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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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동물이 오줌을 누는 시간은 비슷했다.

그 이유는 요도의 길이에 있었다. 동물의 몸집이 커질수록 요도의 길이가 길어지는데, 그 길이 때문에 요도에 가해지는 중력도 커진 것이다.


다만 쥐와 박쥐 같은 작은 동물은 예외였다. 이들의 요도가 너무 가늘었기 때문이다. 중력은 오줌의 흐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성과로 지난 2015년에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다.

2019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한편 올해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는 어느 나라 지폐에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지부터 시작해 5살 아이가 종일 흘리는 침의 양, 피자를 먹으면 암에 덜 걸린다는 연구 등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해부학상을 받은 프랑스 과학자 두 명은 프랑스의 우체부들이 옷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 양쪽 고환 온도 변화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왼쪽 고환은 우체부가 옷을 입었을 때 오른쪽 것보다 따뜻했다.


또 다른 팀은 가려운 곳을 긁을 때 느끼는 쾌감의 정도를 측정하려는 노력으로 상을 탔다. 이들의 연구 결과 발목과 등의 가려운 데를 긁을 때 가장 쾌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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