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살 자신 없다"… 나영이 가족 결국 안산 떠난다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 출소에 대비해 2020년 10월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 |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를 한 달 앞두고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가족들이 결국 안산을 떠난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최근 다른 지역의 전셋집에 가계약을 맺었다. A씨는 "아이가 조두순 출소 소식 이후 불안감에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했다"며 "그동안 가정 형편 때문에 말을 못 했다는데 너무 안타까워 결국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그러나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 주민들에 대해 미안함도 커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민들에겐 감추고 싶은 사건이 12년째 회자가 되고, 범인의 출소까지 논란이 되니 이젠 제가 주민들께 죄인이 되는 기분"이라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조두순을 향해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면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은 절대 해서는 안 된 다. 그건 짐승만도 못한 짓"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터전을 버리고 떠난다고 해서 받은 피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떠난 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이나마 안정감이 드는 곳에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아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이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모금 운동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부터 이달 9일까지 4942명의 시민들이 총 2억5000여 만원을 보내왔고, 이를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했다. 모금은 이달 30일까지 계속되며, 이후 모인 성금은 오는 12월 1일 전달될 예정이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다음달 13일 출소한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