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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어찌할꼬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지 않는다.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한두 칸 낮추면 해결된다는 것은 착오다. 일차적으로는 예방이 필요하고, 현행 소년법의 10가지 보호처분을 활성화ㆍ실질화ㆍ다양화해서 어린 학생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작년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청와대는 이런 답변을 내놨다. 당시 국민 39만여 명이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것에 반대하며 소년법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동의했지만, 청와대는 개정보다는 예방과 교화를 내세우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소년’을 어찌할꼬

그러는사이 강릉과 인천에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지난달 서울에선 10명의 10대가 한 여고생을 관악산과 노래방 등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하고 성추행 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에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 또 한 번 3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소년법을 개정해 엄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 12일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및 형법 개정이 연내 이뤄지도록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은 24건. 개정안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가 주를 이루지만, 비행 예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우범소년’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년’을 어찌할꼬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최다 추천된 소년법 개정 관련 글

대세는 “처벌 강화”

24건 중 10건은 소년범 처벌 강화를 주장한다. 우선, 처벌 기준연령 하향을 통해서다. 이석현ㆍ김도읍ㆍ장제원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의 기준을 12세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신체발달이나 인지 능력이 빨라지면서 소년 범죄의 수법이 성인 범죄에 못지않게 흉폭해짐에 따라 현실성을 반영해 보호처분 대상을 제한하고 12세 이상은 범죄에 걸맞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도 상당수다. 소년범죄의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박덕흠ㆍ김정우ㆍ하태경 의원 등에 따르면 사형이나 무기형의 죄에 대해 현행 최고 15년에서 20년~30년 유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혜숙 의원 등은 소년원 보호기간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범계 의원 등은 최대 5년으로 강화하고 송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도읍 의원 등은 2회~4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 재범자를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처리하고, 전과기록도 남겨야 한다고 개정안에 명시했다.

 

현행법에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송기석ㆍ손금주 의원 등은 개정안을 통해 소년이라도 예외 없이 일반인과 동일하게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다.

처벌 강화, 능사는 아니다

한편에선 소년법의 취지가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인 만큼 처벌보다 비행을 예방하고 교정하는 시스템의 정비를 외친다.

 

김진태 의원 등은 개정안에서 법무부가 현재 전담하는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외에 나머지 보호처분(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소년의료보호시설 등 위탁)도 전담해 집행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소년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처분을 체계적으로 집행해야 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성호 의원 역시 대표발의를 통해 6호(아동복지시설 감호 위탁)에 해당하는 중간처우를 받는 소년들의 보호시설을 설치해 법무부가 전담해 관리 감독하도록 했다. 현재로선 소년보호시설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년중간처우시설’을 법정화 해, 선도전문가와 함께 생활하며 비행습관을 극복하는 기회를 제대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용주 의원 등은 공공과 민간이 모두 참여하는 ‘소년비행예방 협의체’를 구성해 소년 범죄 문제를 범정부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 지역별로 지자체와 공공기관,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비행 소년의 주거ㆍ교육ㆍ자립 등의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소년’을 어찌할꼬

<사진> 지난해 8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판이 열린 인천지법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주범 김모(당시 17세)양과 공범 박모(당시 19세)양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범소년’이라는 낙인

한편 처벌의 문제를 떠나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는 ‘소년’의 규정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년법에선 보호사건의 심리 대상을 죄를 저지른 소년이나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뿐만 아니라 집단행동, 가출, 음주ㆍ소란 등으로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권미혁ㆍ김상희 의원 등은 대표발의를 통해 “우범성만으로 소년을 예비범죄자로 간주해 보호사건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우범소년 관련 규정 전체를 삭제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예방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혜련 의원 역시 보호사건의 대상에 ‘이유 없이 가출하는 소년’을 삭제하고, ‘우범소년’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해자 교화보다 피해자 지원

소년범죄 사건의 재범 및 2차 피해예방을 위해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규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김삼화 의원은 현행법에 소년범에 대한 수사 절차 및 처분 절차 등에 대해서만 명시돼 있음을 지적하며 피해자 정의, 소년범죄에 대한 응급조치, 가해자 및 피해자 상담 의무화 규정을 신설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춘숙 의원도 “소년 보호사건의 심리가 비공개로 돼 있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심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심리 결과 등을 통지토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명시했다.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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