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질문에 당황ㆍ北 도발엔 단호ㆍ조국 차출론엔 웃음…文대통령의 ‘표정 정치학’
-86분간 방송 대담…안보ㆍ경제 등 입장 밝혀
-北미사일 언급…추가 도발에 경고땐 경직
-‘독재자’ 질문엔 말 잃기도…“뭐라 말할지…”
-경제엔 아쉬움…‘조국 차출론’엔 옅은 미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외교ㆍ안보, 국내 현안 등 견해를 밝히면서 질문현안별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밤 이뤄진 국내언론과의 첫 대담에서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경고장을 날렸다. 반면 예상치 못한 진행자 질문엔 잠시 경직됐다. 특히 진행자의 ‘독재자’ 관련 질문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담 준비를 위해 8ㆍ9일 일정을 비워두고 ‘열공’했지만, 순간순간의 표정에서 현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노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외교ㆍ안보, 경제정책, 정치 등 각 현안에 대한 비교적 솔직한 견해를 내놨다. 예정된 시간을 6분 넘긴 86분 동안, 현안마다 변하는 표정에는 문 대통령의 심경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단호=문 대통령은 이번 대담 4시간 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발사체 성격에 관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피하려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또 “북한도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불만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대화·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쉬움=경제 정책과 관련된 주제엔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 밖에 있는 자영업자나 가장 아래층에 있는 노동자는 고용시장에 밀려나 어려움을 겪어, 이런 부분 함께 해결못한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그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웃음=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된 질문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 수석의 총선 차출론에 대해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인사검증 뿐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도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혁은 상당히 다 했고, 법제화 과정이 남아있다”며 “이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색=자신의 생각과 다른 지적엔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인사와 검증에 관해 문 대통령은 “‘인사실패’, 심하게는 ‘참사다’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장관들이 임무를 제대로 못하면 인사실패이나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청와대 추천이 문제인가, 인사청문회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황=예상치 못한 질문엔 당황한 기색도 그대로 포착됐다. 진행자가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이 ‘독재자’라는 평가가 나왔다’며 느낌을 묻는 질문엔 “이…저…”라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조금 극단의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본다”며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은 늘 있어 온 것”이라며 야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착잡=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선 굳은 표정으로 “이런 상황에 대해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특히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다”며 “두 분의 전임 대통령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한 분은 지금 보석 상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또 한 분은 수감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이 확정되기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사면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론으로 일관하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갔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