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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 아쉬운 이 작품 vs 다신 만나지 맙시다

2018 '영화' 결산

놓치면 아쉬운 이 작품 vs 다신 만

다 똑같은 손가락이라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손가락이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수치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도 유독 아쉬운 마음이 드는 작품이 있다.


올해에도 수백편의 한국영화가 국내 관객들을 찾았다. 누적 관객수도 2억명을 돌파했다. 개봉주의 순위로 평가를 받고 관객수가 주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수치로만 모든 걸 평가할 순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쯤은 다시 봐주면 좋을 작품과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작품을 개인적인 취향으로 꼽아봤다.

수치가 전부는 아닌 작품들

놓치면 아쉬운 이 작품 vs 다신 만

▲ 103분의 힐링타임 ‘리틀 포레스트’


올해 2월 개봉했던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 원작을 국내에 맞게 각색했다. 시험, 취업에 실패한 혜원(김태리)이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영화에선 혜원이 친구들과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만 보여줄 뿐인데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위로를 선사한다. 한국의 사계절과 음식들이 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리틀 포레스트’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분별 하게 사이즈를 키웠지만 알맹이가 없는 작품이 많았는데 ‘리틀 포레스트’는 개봉 7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겨 150만명을 돌파했다. 작은 영화도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여기에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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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스러움의 미학 ‘변산’


‘변산’은 관객수로만 보면 실패작이다. 50만명도 넘기지 못했다. 이준익 감독의 명성에 비하면 더 부족한 수치일 것이다. 그럼에도 60대의 기성세대가 20대인 젊은 세대의 이야기에 도전했다는 점에선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젊은 세대의 장르인 힙합, 랩을 통해서 주인공의 심경을 전하는 시도를 했다.


‘변산’은 힙한 것을 찾는 세상에서 촌스러움으로 무장했다. 사투리가 전면에 나오고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 주 스토리인데 새롭지 않다. 근데 영화 속 표현대로 후지지 않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건드린다. 박정민의 놀라운 랩 실력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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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손가락 ‘허스토리’


‘허스토리’는 위안부 소재를 전면에 내놓았다. 우리에게 생소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 재판에 대해 다룬다. 사실 영화를 오락적 시선으로 즐기려는 관객이라면 ‘허스토리’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허스토리’는 소재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가 있다. 주조연 캐릭터가 살아있다. 특히 재판 진행에 힘을 쏟는 문정숙 역을 맡은 김희애는 걸크러쉬의 표본을 보여준다. 민규동 감독은 최대한 담백한 연출을 통해서 감동을 자아낸다.


‘허스토리’가 모은 관객은 약 33만명의 불과하다. 개봉 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개봉 후 각계각층의 관심도 이어졌지만 대작과 개봉이 맞물리면서 상영관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관객들이 직접 나섰다. ‘허스토리언’으로 불리는 영화의 팬덤이 단체 관람을 주도했고 GV 등을 열며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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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지 맙시다…워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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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지 않은 불쾌함 ‘상류사회’


돈 주고 봤다면 최악의 최악을 느꼈을 수 있다. 유하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자 수애, 박해일의 조합으로 관심을 모았던 ‘상류사회’는 최상류층을 향해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1등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조명했다.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보이기도 한 캐릭터들이 보이기도 한다.


상류사회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 표현 방식은 불쾌하다. ‘상류사회’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소비되는 방식은 고루하고 성으로만 표현된다. 특히 윤제문이 연기한 용석의 베드신은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실제 일본 AV 배우와 윤제문의 베드신은 너무 길고 카메라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집요하게 담아낸다. 살색 향연에 불쾌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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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 못한 ‘인랑’


새로운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인랑’을 보면 뼈저리게 느낀다. ‘인랑’은 강동원과 김지운 감독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여름 극장가 빅4의 포문을 여는 기대작이었다. 인간병기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깡통로봇들이 총출동 했다.


김지운 감독은 집단에 속한 개인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그리고자 했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다. 강동원의 비주얼도 갑옷 안에 가려지니 의미가 없었다. 개인의 갈등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뜬금없는 로맨스에 의아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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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치즈인더트랩’


인기 웹툰인 ‘치즈인더트랩’은 이미 드라마로도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물론 방영 당시에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뭇매를 맞긴 했다. 그 목마름을 해소해주기 위해서였을까. 영화화까지 됐다. 이번엔 원작 팬들이 만족할 만한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근데 싱크로율만 높였을 뿐 다른 것은 전부 놓쳤다. 분량이 어마어마한 웹툰을 약 2시간 남짓의 영화에 때려넣다 보니 과부하가 걸렸다. 유정과 홍설의 로맨스에 집중하면서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는 모두 날려버렸다. 뚝뚝 끊어지는 스토리에 한숨만 절로 나온다. 여기에 상업영화 중에서 처음으로 단독 개봉을 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말 많았던 작품이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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