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카이 대지진’ 경고에 태풍까지 재해 공포 덮친 日…가도 되나
지난 8일 강진 후 여진 21회 발생
12일 일본 동북지방 태풍 강타 예고
방재용품 사재기. 해우욕장 운영 중지
재해 불안 커진 일본 “여행 취소” 속출
지난 8일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 오사키 마을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이 식당을 치우고 있다. [AP] |
미야자키현 앞바다 지진이 대지진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로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가 발표된 가운데 태풍 상륙까지 임박하면서 일본에 자연재해 비상이 걸렸다.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보다 피해 규모가 10배 가량 크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일부 시민들은 방제용품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12일 아사히신문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8일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에 규모 7.1 강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21회 발생했다. 11일에는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 경계에 있는 기리시마산 가라쿠니다케 부근을 진원으로 하는 2.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주변 지역에서 경미한 흔들림이 감지됐고, 전날에는 홋카이도 아사히키와시 북북동쪽 476㎞ 해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만 일본 기상청은 현재까지는 큰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지진이 발생한 후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변화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8일 일본 기상청이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과 관련해 향후 다가올 수 있는 거대 지진에 주의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2019년 운용을 시작한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를 실제로 발령한 것은 처음이다. [EPA] |
하지만 12일부터 일본 혼슈 동북지방에 5호 태풍 ‘마리아’가 일본 열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보 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태풍 마리아는 태평양에서 세력을 유지하며 도호쿠 지방을 향해 북서진 중이다. 이날 도호쿠 지방에 상륙해 북서쪽으로 이동하며 14일 오전에 일본 열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서는 이 기간 평년 8월 전체 강수량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타치하라 히데이치 기상청 예보관은 “해당 지역에서 관측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의 폭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11~12일 총 강수량은 400㎜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이 동북지방에 직접 상륙한 것은 195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2016년 태풍 10호와 2021년 태풍 8호 두 차례 뿐이다. 아사히는 “이번 태풍은 2016년 태풍 10호와 비슷한 진로가 예상된다”며 “당시 태풍으로 이와테현에 27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각별히 주의를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시민들은 방재용품 사재기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난카이 지진 발생 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방재용품 판매량과 방재 앱 다운로드 횟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지진 당시 흔들림이 감지된 미야자키현 니치난시의 한 슈퍼에는 지진 발생 직후 방재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고 하루 만에 대부분이 팔렸다.
일부 지자체는 해수욕장 운영을 중지하고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와카야마현 관광청은 지진 발생 예상 지역에서는 10일 기준 250건의 호텔 예약 취소가 있었다. 아사히는 “문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해당 지역의 한 민박 주인은 ‘현재 취소 문의만 온다’며 한탄했다”고 전했다.
국내 일본 여행 카페에서도 일본 여행 취소 문의가 속출했다. 한 네티즌은 “가족이 같이 가는 거라 위험부담을 할 수 없어 취소했다”고 전했고, 다른 네티즌은 “여행 취소로 항공 취소 수수료만 15만원을 냈다”고 한탄했다.
지난 8일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 오오사키시에서 지진이 발생해 인근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로이터] |
일본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가운데 대지진 발생 시 정부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동일본 대지진이 10년이 흘렀지만 정부 재정 여력은 오히려 어려워졌다”며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을 우려했다.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예상 피해 규모는 정부 추산 220조엔(약 1858조원)으로 동일본 대지진의 10배 이상이다. 닛케이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200%를 넘는다”며 “지진에 따른 추가 재해를 대비해 평상시에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닛케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도와 교량 노후화로 내진 설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목표치까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관 내진 설계는 2028년까지 60%를 목표로 했으나 2022년도에 1.1% 상승한 42.3%에 그치며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향후 지각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정보를 15일 오후 5시에 해제할 방침이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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