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세 번 포옹했을까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 메인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 스위스 유학파 김정은…친밀감 과시하는 ‘비쥬’
[헤럴드경제=평양 공동취재단ㆍ홍태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오른쪽, 왼쪽 뺨을 오가며 세 번 포옹했다.
5월에 있었던 판문점 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세 번 포옹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이 유럽식 인사법을 선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15세 때인 1998년 9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유럽에선 오른쪽 볼부터 왼쪽 볼까지 각 1번씩 2번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위스 등 일부 유럽에서는 3번 이상 볼 뽀뽀를 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유래한 인사법인 일명 비쥬(Bisousㆍ볼 뽀뽀)다.
비쥬는 양쪽 볼에 번갈아 맞대며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예법이다.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닌 친한 친구나 혈연관계에서 주로 하는 친밀함의 표현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앞서 세 번의 기습 포옹에는 당황한 듯 반 박자 늦게 반응했지만, 이번에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인사법을 보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비쥬는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회담에서도 쉽게 등장하지 않았던 인사법이다. 문 대통령에게만 유독 비쥬로 인사했다.
북ㆍ중 정상회담을 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공식석상에서 악수만 했을 뿐 포옹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26일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없었다. 지난 7~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2차 북ㆍ중 회담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쥬 외에도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를 극진히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영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에 순안공항에 모습을 드러내고 대통령 내외를 반겼다.
김 위원장을 본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손을 들어 인사했고, 밝은 모습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여사들도 환한 표정으로 담소를 나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에는 북한 측 영부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던 두 정상에게 빨간 스카프를 맨 두 소년ㆍ소녀가 환영을 뜻하는 꽃다발을 건넸다. 직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과 인사했다. 두 정상이 만나는 사이 평양 시민은 한반도기와 형형색색 조화로 엮은 꽃술을 흔들며 두 정상의 만남을 축하했다.
환영행사에는 북한 핵심이 전부 모였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중앙위 부위원장(조직지도부장),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능오 평양시 당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이 모두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늘어선 북한 측 주요인사와 악수하며 인사했다. 해당 인사 중 군부 인사들은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반대로 대한민국 정부요인과 인사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는 짧게 이야기를 나눴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도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다가와 김 위원장에게 부연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곤색, 흰색, 검은색 제복을 입은 북한군 의장대는 사열로 대한민국 정상을 맞았다. 예포가 약 21차례나 울려 퍼져 국가 원수급 대우를 했다. 김명호 분열위병대장은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군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분열하였다”고 외쳤다.
이후 문 대통령은 단상으로 이동해 의장대의 제식을 지켜봤다. 북한군이 제식을 맞춰 예우하자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김 위원장도 옆에 서서 문 대통령과 함께 행진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후 김 위원장과 함께 주민들을 지나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주민 앞을 걸으면서 악수를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보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 바로 뒤를 따랐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떠나기 전 오른손을 들어 흔들고, 고개를 70도에 가깝게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약 20여 분간 치러진 행사 내내 공항에는 군악대환영곡이 울려 퍼졌다. ‘따뜻한 환영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명예위병대가 연주하는 환영곡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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