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지끈지끈 심해지는 두통…그러려니 하십니까?
원인은 300가지 이상…증상도 각양각색
저절로 낫는 편두통·긴장형두통이 90%
난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도 ‘한몫’
환기·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완화 효과
구토·고열 동반땐 ‘심각한 뇌질환’ 신호
격렬한 통증에 실신…지주막밑출혈 의심
수개월간 점차 심해지면 뇌종양 가능성
두통은 국민 90% 이상이 평생 한 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종류에 따라 위험성이 달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
#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두통 증상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가끔은 깨질 듯 머리가 아프기도 한다. 참다못해 두통약을 먹고 나면 머리가 멍해져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최근 신경 쓸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생긴 것이려니 하며 지나치고 있다.
‘두통’은 일생 동안 여자의 99%, 남자의 94%가 경험할 정도로 누구나 한 번 쯤은 겪게 되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3년 74만여명에서 2017년 89만여명으로 15만명이나 늘었다. 두통의 원인은 300가지가 넘는다고 할 만큼 그 원인과 증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고 해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두통이다. 특히 심각한 뇌질환에 의해 찾아오는 두통은 강력한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구토나 고열을 동반하는 두통은 뇌의 ‘경고’
두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편두통, 긴장형두통 같은 일차성 두통이 전체 두통의 약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약 10%는 뇌종양, 뇌출혈 등에 의한 이차성 두통이다.
일차성 두통에는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두통의 대명사인 편두통이 있다. 머리가 맥박이 뛰듯이 반복적으로 욱신거리게 아프며 통증이 지속되다가 저절로 완화된다. 주로 머리 한쪽에 치우쳐 두통이 발생하고 움직이면 두통이 악화된다. 긴장형두통은 일차성 두통 중 가장 흔한 형태다. 김재국 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긴장형두통은 보통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에 의해 유발되는데 대개 양쪽 머리에 나타나며 무겁거나 짓누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된다”며 “오전보다는 오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두통이 일정기간 군집성으로 나타나는 군발두통은 한쪽 눈 주위 및 이마 옆쪽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앞이마와 안면부위에 땀이 난다거나 눈꺼풀이 쳐지고 눈꺼풀 부종이 나타나는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반면 이차성 두통은 ‘위험한 두통’이라고 한다. 이차성 두통은 뇌 쪽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실신 등이 동반된다면 뇌출혈의 한 종류인 지주막밑출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지주막밑출혈이란 사람의 뇌를 감싸고 있는 3개의 뇌막(경막, 지주막, 연막) 중 중간에 있는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 있는 지주막밑 공간에 출혈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열이 난다면 뇌수막염, 뇌염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심한 두통과 함께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구역, 구토 등이 동반되며 간혹 의식저하나 경련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경미 고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밖에 중년 이상에서 새로 발생한 두통, 점진적으로 심해지는 두통, 또는 수 개월간 지속되는 두통은 뇌종양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외 온도차 큰 겨울에 두통 많이 발생
한편 겨울철에는 바깥 날씨가 춥다보니 실내 온도를 높이려 난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차는 두통을 불러오는 원인이다. 겨울철 과도한 난방으로 머리의 혈관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실외 평균기온은 약 2도이지만 실내 온도는 약 20도를 웃돈다. 18도 가량의 기온차가 나는데 인체에 가장 적합한 실내외 온도차는 5~7도다.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실내에서 이완되어 있던 뇌혈관이 갑자기 수축한다. 혈관이 수축되어 좁아지고 근육도 갑작스럽게 긴장하게 된다.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 두통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차가운 공기로 수축된 혈관이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뇌의 혈관이 확장되며 두통이 나타난다.
이 때 나타나는 두통은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두통에서부터 한쪽 머리가 욱신거리는 편두통,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세를 동반하는 중증까지 다양하다. 김원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큰 폭의 온도변화 속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혹은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이동할 시에는 뇌혈관의 압력이 깨져 혈액순환이 발생해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 스트레스 없는 환경이 좋아
두통은 종류와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일차성 두통의 경우에 빈도가 잦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보다는 꾸준히 두통 자체를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고 드물게 두통이 발생한다면 진통제로도 충분하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두통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 목과 어깨 부분을 풀어주는 마사지는 두통을 완화하고 재발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김치경 고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약에 의존하기보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겨울철 두통 완화를 위해서는 춥더라도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실내에 오래 머물게 될 경우 2시간에 한번씩 10분 정도 바깥 공기를 쐬는 것이 좋다. 내복도 도움이 된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 온도가 6~7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외출 시 바깥온도와의 심한 차이가 나지 않아 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김원주 교수는 “또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좋고 커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디 든 음료보다는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성상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 나쁜 자세, 걱정, 우울증 등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장 좋은 치료법이자 예방법은 근육을 느슨하게 유지하는 이완훈련과 함께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힘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