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심 탈북민 '헤엄 월북'... 군도 경찰도 놓쳤다

軍 1주일간 깜깜… 경찰, 월북첩보 입수했지만

월북 이틀 후에야 성폭행 혐의 구속영장 발부

北 코로나 南 책임 전가 우려… 남북관계 촉각

26일 인천 강화군 북한 접경지 교동도로 진입하는 교동대교에서 군 병력들이 검문을 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의심자가 재입북했다고 보도하면서 통일부는 물론 군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조사 결과 3년 전 귀순했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모(24)씨가 최근 월북한 정황이 확인됐다. 김씨가 한강 하구에서 헤엄쳐 월북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군은 이를 1주일간 파악하지 못했고, 경찰은 평시 탈북자 관리 소홀에다 김씨의 범법행위 처벌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 파장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탈북민)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였다. 김 위원장은 개성시 완전 봉쇄, 구역·지역별 격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비상방역체계도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면서 특급경보를 발령했다.

합동참모본부와 국가정보원, 통일부는 북한 보도 직후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 오전 일찍만 해도 "사실 확인 중"이라며 북한 보도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던 정부는 오후 들어 입장을 바꿨다. 특히 합참은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며 탈북자 재입북 사실을 시인했다.

정부는 2017년 6월 한강 하구로 탈북했던 김씨가 반대 경로로 재입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성 출신 김씨는 최근 한 탈북자 여성 성폭행 문제로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경찰은 18일 김씨 월북 첩보를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김씨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지만 집행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한강 하구 감시장비 녹화 영상 등을 통해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 재입북 과정이 공식 확인될 경우 허술한 군 경비태세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된다. 또 탈북자는 국내 도착 후 5년은 관할 경찰서에서 신변을 보호하는데 경찰이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경계망이 뚫린 북측도 책임자를 문책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부대(최전방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은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실제 코로나19 환자로 확인될 경우 북한은 확산을 막기 위해 빗장을 더 걸고 남측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등이 코로나19 남북 방역 협력을 제안한 상태여서 상황 진전에 따라 남북대화 재개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