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도중 발생하는 가슴 통증… 심정지 유발하는 ‘부정맥’ 탓?
급성 심장사는 ‘유전성 부정맥’ 으로 인해 15%가 생기기에 젊은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세계적인 축구 선수 바르셀로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부정맥(不整脈)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33세 젊고 건강한 나이에도 부정맥을 피하진 못했다. 2000년도 프로야구 선수 임수혁도 30세 나이로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쓰러져 9년 투병 끝에 사망했다.
흔하지 않지만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도 경기 도중 심정지가 발생한다. 기저 심장 질환을 모르고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한 것이 화근이다. 심장 돌연사는 움직이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스포츠에서 더 흔하다. 농구ㆍ축구가 대표적이다.
국내 한 연구 결과, 급성 심장사의 원인 가운데 15% 정도가 유전성 부정맥이었다. 30~40대에서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유전성 부정맥은 심장세포의 유전자 변이로 발생한다. 평소 증상이 없다가 운동이나 격렬한 활동을 하면 위험하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실세동(心室細動)’이나 ‘심실빈맥(心室頻脈)’이 발생한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1분 안에 실신할 가능성이 높다.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평소 안정된 상태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조기 발견도 쉽지 않다.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운동을 멈추고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같은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남궁 준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운동선수는 신체검사를 통해 기저 심장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명에 위험한 부정맥이 확인되면 치료 후 운동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했다.
◇심장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뇌졸중 위험 5배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말한다. 맥박이 빨라도, 느려도, 불규칙해도 부정맥 의심 신호다.
보통 맥박이 1분에 60~100회면 정상, 50회 이하로 떨어지면 ‘서맥성 부정맥’, 100회 이상 빨리 뛰면 ‘빈맥성 부정맥’으로 본다. 서맥과 빈맥이 함께 나타나는 빈맥서맥 증후군에서 빈맥의 대표적인 것이 ‘심방세동’이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인지장애 위험이 더 크다. 심방세동에 의해 생긴 뇌졸중은 경색 범위가 커 후유장해가 더 심하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파르르 떨리면서 혈전이 잘 생겨 뇌경색과 말초동맥폐색을 유발한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 두근거림과 가슴 압박·통증, 현기증, 실신, 심지어 돌연사도 발생한다. 보통 10~30대에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발병 위험이 높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40대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느낌을 주는 ‘심실 조기 수축’이 잘 생긴다. 50대는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상대적으로 많다.
부정맥 종류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서맥성 부정맥은 인공 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하다. 빈맥성 부정맥은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약물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약물에도 반응이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같은 시술이 필요하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부전도로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 후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심방과 심실빈맥, 심방세동 등의 빈맥도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로 효과적으로 치료되고 완치도 가능하다.
남궁 준 센터장은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혈류 정체로 인한 혈전이 형성돼 뇌동맥폐색을 유발해 정상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 이상 높다”며 “위험 인자는 심부전이나 고혈압, 65세 이상, 당뇨병, 뇌경색 병력, 심근경색 병력, 말초 동맥 질환 등이기에 부정맥 예방을 위해선 고혈압ㆍ당뇨병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스트레스·카페인도 가슴 두근거림 유발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맥은 아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카페인을 많이 섭취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가슴 두근거림 증상은 일시적인 증상이므로 생활 습관을 바꾸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활 습관 교정에도 불구하고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다. 보통은 누워서 10초 동안의 리듬을 측정한다. 대부분의 심전도 검사에서 부정맥 증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땐 24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Holter) 모니터 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유발 요인을 최소화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특히 술과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술ㆍ커피ㆍ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부정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궁 준 센터장은 “본인의 맥박을 측정하는 것도 부정맥 조기 진단에 중요할 수 있다”며 “요골동맥(손목동맥)에 손을 올리고 1분에 몇 회 뛰는지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맥박이 비정상적이라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