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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미슐랭급 법정 드라마"...법정 에피소드 제공한 자문 변호사

신민영 변호사 저서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드라마에서 에피소드 4개 사용돼

한국일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자문 변호사인 신민영 변호사는 '우영우'는 미슐랭급 법정 드라마라며 제대로 된 법정 드라마를 만든 데는 작가, PD분 등 제작진 공이 크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휴먼, 로맨스, 코미디, 법정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이 중 어떤 장르로 정의해도 어색하지 않다. 분명한 건 '우영우'가 지금껏 나온 국내 법정 드라마 중 독보적이라는 것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감성 재판'은 없다. 사건마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두고 열띤 법리 공방이 오가는 드라마 속 법정은 변호사, 판사들이 감탄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극 중 상당수 에피소드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고 3명의 자문변호사가 촬영 현장에서 디테일 하나하나 감수한 덕이다.


자문변호사 중 한 명이 신민영(43)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다.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영우'는 식당으로 치면 미슐랭급 법정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법정이라는 장소가 다들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일을 안고 오고, 엘리트들의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지는 곳인데, '우영우'가 그 재료의 참맛을 제대로 살린 것 같다. 일단 법정이 연애의 부속물로 등장하지 않아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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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법정 신은 변호사, 판사들도 감탄할 만큼 디테일이 살아 있다. ENA 제공

신 변호사는 '우영우'의 법정 촬영 때마다 다른 자문변호사들과 돌아가며 현장에 나갔다. 재판장이 들어오는 데 다들 앉아 있다든지 재판장이 변호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법정 경위가 소란을 말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등 실제 법정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잡아냈다. 그는 "허구인 줄 알면서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신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던 사건들도 각색돼 등장한다. '우영우'의 1, 3, 6, 10회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그가 남부 지법의 국선전담변호사(2012~2018년)로 일할 당시 출간한 저서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발행 한겨레출판)에서 인용됐다. 이 중 3회에 나온 사건이 지금까지 변호사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한다.


실제 피고인은 장애가 없는 19세 고등학생이었다. 부친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재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드라마처럼 피해자 등 뒤에 일렬로 발생한 2~12번까지의 오른쪽 갈비뼈 골절이 아들의 폭행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다 천장에서 떨어진 결과라는 것을 신 변호사가 밝혀내면서다. 그는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아 온 10대 피고인에게 '아버지를 죽였다'는 억울한 꼬리표를 붙여 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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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변호사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그가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는 것도 "공감 능력"이다. 인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소송 전략도 달라진다. "모든 소송이나 자문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법리가 절반이라면 나머지가 소송 전략이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가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인 녹취록을 갖고 있어도 이걸 사건 초반부터 내놓지 않아요. 초반부터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으면 상대방이 거기에 맞춰서 말을 바꿔버리거든요. 상대가 카드를 다 소진한 다음에 그제서야 꺼내놓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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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3회에 나오는 에피소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폭행이 아닌,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 천장에서 떨어지며 발생한 등 뒤의 갈비뼈 골절이었다. ENA 제공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에 신 변호사의 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6년에 나온 책인데 1쇄가 다 안 나갔다"며 "진짜 안 팔린 책인데 작가분이 이 책을 알아봐주신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우영우' 덕분에 책은 출간 6년 만에 2쇄를 찍었다. 최근에는 일본,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판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신 변호사는 드라마에 에피소드 4개가 쓰이면서 제작사로부터 소정의 사례금을 받았다. 이 유쾌한 변호사는 여기에 재미있는 조건을 하나 더 달았다.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시켜 달라"고 한 것. 그와 아홉 살 아들이 6회에 스치듯이 나온다. 그는 "한겨울에 얇은 옷 입고 반나절 촬영했는데, '1초' 나오더라"며 "아이와 함께 나온다는 게 힌트"라고 귀띔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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