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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친부 고소한 중학생 아들

학업에도 지장… 정신적 학대 노출

한국일보

중학교 1학년 김군은 오는 7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의 아버지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김군은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긴 아버지가 제대로 처벌 받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군 제공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혹시 아빠가 찾아 왔나 싶어 몸이 떨립니다."


올해 중학교 1학년생인 김모(13)군은 친아빠와 헤어진 지 4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공포 속에 떨고 있다. 심한 폭행과 폭언으로 엄마와 이혼한 후, 양육비를 한 번도 주지 않은 아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김군 남매는 오랜 기간 '정신적 학대'에도 노출돼 있다. 김군이 가해자인 친아빠를 ‘아동학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이유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를 상대로 자녀가 법정 소송에 나선 경우는 이례적이다.


한국일보가 5일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2015년 11월 김씨는 아내 A씨를 심하게 폭행했다. 김씨가 A씨를 밥상 위로 내던지면서 그릇이 깨졌고, 유리조각이 튀면서 A씨 신체 이곳 저곳이 찢어졌다. 당시 김군의 나이는 8살, 여동생은 3살에 불과했다. 김군은 "폭력 사태가 있기 전에도 아빠는 집에 일주일에 한 두번만 들러 잠만 자고 나가는 등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폭행 사건 이후엔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고소장에 썼다.


A씨는 고심 끝에 2016년 김씨와 별거를 시작한 후 이듬해 이혼했으나, 약속한 양육비는 한번도 받지 못했다. 되레 양육비 문제를 논의하러 간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김군 남매는 어려워진 가정 형편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쌓여가는 부채로 집에 독촉장이 오기 일쑤였고, 김군 학원비가 지속적으로 밀려 학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김군의 변호를 맡은 이준영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이야말로 사실상 부모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학대에 해당한다”며 “국내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소홀히 다뤄지는 탓에 아이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혼한 부부의 양육비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015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지원한 양육비 이행건수는 총 5,715건으로,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전체 건수(1만6,073건) 가운데 35.6%에 불과하다.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부모 3명 중 2명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자녀들이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민서 양육비 해결모임 대표는 "아동학대법 적용 대상을 명시한 17조에 '양육비 미지급'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생긴 비극"이라며 "이 내용만 포함하면 숨어 있는 양육비 미지급자와 학대 가정을 찾아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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