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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3.908km의 인제스피디움이 비좁은 존재, 캐딜락 CTS-V

한국일보

캐딜락 CTS-V에게 인제스피디움은 너무나 비좁은 공간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고 테크니컬한 서킷 중 하나로 불리는, 그리고 글로벌 레벨의 GT 프로 드라이버들 또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서킷이라고 칭찬하는 강원도의 인제스피디움은 달리면 달릴수록 재미있는 곳이다.


3.908km의 거리와 19개의 코너, 그리고 급격한 높낮이는 출력의 정도나 차량의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고, 드라이빙의 즐거움, 그리고 드라이빙의 어려움, 그리고 나아가 운전자에게 겸손을 알려주는 곳이다.


그렇기에 과거 별도의 개인 비용을 써서라도 이 곳에서의 드라이빙 스쿨과 자동차 관련 행사에 참여했던 것이고, 실제 어느새 인제스피디움을 수백 랩을 달린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캐딜락의 열정과 힘이 담긴 V를 만났다.


과연 서킷 위에서 V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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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얕본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수백 랩의 주행을 이어가며 별의 별 차량을, 그리고 낮은 수준이었지만 실제 레이스에 사용되었던 ‘레이스카’ 또한 경험했던 만큼 인제스피디움에서 ‘주행이 가능한’ 차량은 모두 큰 무리 없이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딜락의 V, 캐딜락 CTS-V는 조금 달랐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는 그렇게 ‘핏(Fit)’된 느낌이라며 선행한 황도윤 인스트럭터와 ‘페이스 제한’ 없이 달리기도 했고, 또 페라리와 함께 서킷을 달린 적도 있었지만 캐딜락 CTS-V는 단 한 랩 만으로도 ‘드라이버에게 필요한 겸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슈퍼 세단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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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V는 남다른 존재다. 2019년, 지금 당장 쉽게 찾아볼 수 없는 OHV 엔진 구조를 앞세운다.


고전적인 구조에 최신의 엔진 기술을 조합했고, 1.9L 용량의 슈퍼차저를 더해 출력을 극대화한 V8 6.2L LT4 엔진이 중심을 잡는다. 이를 통해 여느 슈퍼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648마력과 87.2kg.m의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8단 변속기와 최신의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하체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캐딜락 CTS-V는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순발력은 물론이고 순정 상태에서 320km/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갖췄다. 그리고 세단 최초로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 대의 기록을 격파한 2세대 CTS-V를 압도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예고했다.

서킷의 문을 두드린 CT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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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수 많은 캐딜락과 함께 서킷을 달려 보았지만, 캐딜락 CTS-V의 주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솔직히 그 동안 서킷을 달리는 캐딜락이라고 한다면 CTS-V보다는 ATS-V이 조금 더 합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캐딜락 ATS-V를 기반으로 한 GT레이스카 ‘캐딜락 ATS-V.R’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또 국내 모터스포츠의 정점인 캐딜락 6000 클래스 또한 ATS-V의 바디킷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캐딜락 ATS-V는 서킷에서 경쟁의 M, 혹은 AMG를 정말 ‘간단히’ 격파하는 실력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캐딜락 CTS-V는 인제스피디움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단 번에 긴장을 하게 만드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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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은 메인 스트레이트라고 불리는 긴 직선 구간이 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차량의 최고 성능을 쥐어짜고, 또 폭발적인 가속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이미 많은 고성능 차량들과 함께 메인 스트레이트를 내달리며 그들의 달리기 실력, 강렬함을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캐딜락 CTS-V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드라이빙 모드를 트랙으로 바꾸고, 인제스피디움의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며 엑셀레이터 페달을 무심하게, 그리고 강하게 밟았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의 조작과 함께 갑자기 거대하고, 두꺼운 펀치력에 곧바로 리어가 들썩거리며 ‘정신차려!’라며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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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마지막 코너에서 그대로 스핀해버릴 뻔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들은 ‘출력의 안정적인 전달’을 외치며 AWD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것에 반해 ‘달릴 수 있는 자들을 위한’ CTS-V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87.2kg.m의 토크를 고스란히 후륜으로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들썩거림에 어지간한 운전자는 곧바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정말 조금만 밟더라도 풍부한 출력이 전신을 압박하는데, 100%의 힘으로 페달을 밟으면 그 압박감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드라이빙 모드를 투어, 스포츠가 아닌 트랙으로 두었을 때에는 그 거대한 V8 엔진이 그렇게 기민하고, 예리하게 반응해 마음 같아서는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고 싶지만, CTS-V의 콕핏은 '레이싱 시뮬레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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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두 손을 더욱 꼭 쥐고 다시 한 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고 인제스피디움의 1번 코너로 내달렸다.


폭발적인 가속은 쉼 없이 몰아치고 CTS-V의 계끼판은 어느새 200km/h의 속도를 넘겼다. 그리고 1번 코너의 브레이킹 포인트에 이르렀을 때에는 240km/h를 웃도는 속도에 이르게 된다. 여느 고성능 레이스카들이 이를 수 있는 수준의 가속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가속 포인트를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고, 또 브레이킹 포인트를 조금 더 늦출 수 있는 프로 드라이버라면 250km/h까지 충분히 '확인'하고 제동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주행 이후 서킷 관계자들과 CTS-V의 스트레이트 스피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그 강렬함에 어이 없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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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강렬함을 느끼게 되니 평소 그 존재가 의심스러웠던 캐딜락 CTS-V의 리어 스포일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사실 캐딜락 CTS-V의 트렁크를 보면 쌩뚱 맞을 정도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는 립타입 리어 스포일러를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대체 이게 무슨 형상인가?' 싶었는데, 이번의 주행을 통해 '거대한 GT 윙'을 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말도 안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스포일러가 자리해야 차량을 안정시키고 충분한 다운포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출력은 단지 '그들의 상상 속의 미국차'처럼 스트레이트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견고하며 또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지지하는 레카로 스포츠 버킷 시트와 알칸타라를 두른 스티어링 휠을 믿고 코너 탈출 순간순간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전자제어 시스템과 MRC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648마력과 87.2kg.m의 토크를 꾸준히 뿜어낸다. 아마 수준 높은 제어 시스템, 견고한 차체, 그리고 MRC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지간한 운전자는 매 코너를 탈출하며 차량의 앞과 뒤가 바뀌는 경험을 계속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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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를 기반으로 개발되었고, 대배기량 엔진과 각종 시스템을 얹은 덕에 캐딜락 CTS-V는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그렇기에 1,895kg의 CTS-V는 사실 서킷에 그리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TS-V는 서킷을 능숙하고, 또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실제 각 요소들을 살펴보면 더욱 만족스럽다.


먼저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기민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매끄러운 출력 전달과 여느 듀얼 클러치 변속기보다 빠른 반응 속도로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구현한다. 특히듀얼 클러치의 날이 서 있는느낌은 아니지만 육중한 체격과 거대한 출력을 너무나 매끄럽게 전하며 순간적으로 강한 토크가 발산하며 차체가 균형을 잃는 일을 만들지 않는다. 다운시프트 시의 밋밋함이야 그저 '순간의 감성'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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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브레이크는 말 그대로 고성능 브레이크의 표본과 같은 시스템이 갖춰졌다. 실제 648마력을 모두 분출한다고 하더라도 CTS-V는 이를 정말 날렵하고 완벽할 정도로 제압하고 억누르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마련해 운전자의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보장한다. 실제 서킷을 수 랩을 달리더라도 CTS-V의 브레이크는 지치는 기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와 함께 캐딜락의 자랑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인 MRC를 탑재하여 상황에 따른 최적의 차량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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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랙 모드에서도 연석을 오를 때에는 그 어떤 차량보다 부드럽고 가볍게 연석에 올라 최적의 '드라이빙 라인'을 구현하는 데 헌신하고, 연석을 탈출할 때에는 탈출과 함께 견고하게 차체를 잡아 가속 포인트를 빠르게, 그리고 다음 주행을 위한 준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과도한 진입으로 차량이 비틀거릴 때에는 네 바퀴의 댐핑을 개별로 조절해 '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까지 갖췄으니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CTS-V에 감탄하고 두려워하고, 또 만족하며 수 랩을 달렸는데, 아직도 '주행 세션 종료까지 한 참의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빠른 정도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너무나 과격한 그대, 그래서 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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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즐거움과 강렬한, 그리고 선 굵은 드라이빙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있다.


솔직히 말해, 차량에 적응만 한다면 캐딜락 CTS-V는 데일리카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세단이지만, 사실 흉폭한 존재임에는 변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에게 스티어링 휠을 맡기는 것도 불안하고, 또 지인, 동료들과의 술 한잔 후에 대리 기사에게 키를 맡기는 건 더욱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1억 대의 가격은 '갓성비'라고는 하지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캐딜락의 강렬한 존재감, 우수한 드라이빙, 그리고 이런 감성을 담으면서도 ‘또 데일리카’로 활용하기 좋은 대안자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캐딜락 CTS은 참으로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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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출력은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달리기 실력은 충분하다. 실제 캐딜락 CTS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며 서킷을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하며, 차량의 전체적인 요소들도 서킷을 수 랩 동안 달리더라도 크게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적한다면 타이어는 조금 더 스포츠 성향의 제품으로 교체할 필요는 있다. 성능이나 운동성능, 그리고 제동 성능을 꾸준히 유지하고,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그립이 좋은 타이어를 사용해야 차량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정 상태’로도 캐딜락 CTS는 경쟁자들보다 훨씬 꾸준히, 강력하게 고유의 움직임을 선사하는 매력을 과시한다.

합리적 스포츠 세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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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캐딜락 CTS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제법 큼직한 체격, 출중한 달리기 실력, 프리미엄의 가치를 담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모델과의 가격적인 비교에서도 확실히 강점을 가져간다. MRC를 경험할 수 있는 AWD 사양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드라이빙을 즐긴하면 AWD를 포기하고 일관성이 있는 ‘후륜구동’의 ‘프리미엄’ 트림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완성도 높은 모습이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CTS-V를 꿈꾸며 CTS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겸손함을 잊지 않게 만드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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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S-V와의 시간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특히 개인적으로는 겸손함을 다시 한 번 일갈시키는 존재였다.


그 동안 인제스피디움에 대한 많은 주행 경험, 그리고 고성능 차량과의 주행 덕에 다소 고양되었던 스스로를 다시 한번 '정신차리게' 만들어주는 좋은 선생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존재를 정말 '우수한 드라이버'가 탔을 때의 그 파괴력은 감히 상상을 초월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글을 쓰게 될지 모르겠으나 글을 멈추기 전에 이 정도의 존재를 더욱 냉정하고 완벽히 다루는 기량을 갖출 수 있는 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한국일보 모클팀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인제스피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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