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학과 편안함의 만남, 재규어 F-타입 P300 쿠페
재규어 F-타입 P300 쿠페는 편안한 드라이빙의 매력을 알린다. |
스포티한 2-도어 쿠페,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며 누군가는 '화려한 디자인'과 매력적인 존재감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밋밋하지만 되려 고혹적이고 또 매끄러운 실루엣을 과시하는 F-타입 P300은 제법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차량이었다. 굳이 성능을 떠나 '여유롭게 즐기는 것' 자체로도 고유한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의문스러운 F-타입 P300의 등장
F-타입 P300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기는 시간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그런 시승을 마치고 난 이후에도 이 차량이 왜 개발되었는지, 왜 시장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V6와 크게 차이가 없고, 효율성 부분에서도 아주 드라마틱한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고 엔트리 모델이라고 하기엔 300마력이라는 출력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량이 대체 왜 등장했는지 재규어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타입이 집착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
처음 F-타입을 보았을 때에는 재규어가 '왜 이렇게 E-타입에 집착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E-타입이 예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2018년의 재규어가 굳이 'E-타입'을 답습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재규어는 E-타입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재규어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재규어 F-타입 P300을 마주하니 E-타입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타입의 감성이 느껴지지만 최신의 터치감이 명확히 살아 있고, 고유한 선과 면의 조합이 돋보였다. 전면 디자인에서는 풍부한 볼륨감이 강조된 매력적인 쿠페의 감성을 잘 드러냈고, 후면에서는 날렵한, 스포티 쿠페의 감성을 정말 효과적으로 잘 연출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컬러의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F-타입 P300의 컬러는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컬러라 생각된다. 차라리 버건디, 크림슨 혹은 브리티시 그린 등과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컬러였다면 더욱 어울렸을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F-타입의 공간
사실 일전에 F-페이스를 시승하면서 실내 구성과 요소들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F-타입 P300은 F-페이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F-타입 P300의 실내에 적용된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나 소재 등이 제법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말 내 몸에 딱 맞는 시트도 좋았다. 원가를 줄이려는 흔적이 보이지만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을 이뤄냈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평이하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크게 부족하지 않고 사용성도 준수하다.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조금 더 풍부하고 선명했다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엔트리 모델'임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타협'할 수 있었다.
다만 드라이빙 중 여유를 부릴 암레스트 등이 빈약하고 수납 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더욱 당황스러울 정도로 트렁크 공간을 삭제시킨 스페어 타이어 및 툴 박스의 존재는 대체 무슨 의도인지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다.
혼란 끝에 찾은 GT의 매력
재규어 F-타입 P300은 정말 많은 걸 알려줬다. 특히 그 동안 시승을 할 때 과도한 페이스로 주행을 펼쳐왔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시승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F-타입 P300에 적용된 2.0L 인제니움 터보 엔진이 내는 300마력과 40.8kg.m의 토크는 정말 미묘했기 때문이다. 출력이 아주 걸출하거나, 그렇다고 아주 효율적인 엔진도 아니었다. 게다가 소음과 진동도 상당히 큰 편이라 참 애매했다.
그렇다고 V6 엔진이 못난 건가? 그것도 아니다. F-타입에 적용된 V6 엔진은 매력적인 출력과 사운드라는 걸출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느껴진 레이아웃의 한계일까? F-타입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 돋보이는 편이지만 그 의도가 궁금한 2.0L 터보 엔진이 F-타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엔진을 제외한 요소들을 살펴보면 정말 만족스럽고 고급스러웠다. 주행 중에 잡소리도 들리지 않고, 또 노면에 대한 충격도 충분히 부드럽고 여유롭게 받아내며 운전자와 탑승자를 만족하게 만든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 반응이 아주 날카로운 편은 아니라 역동성은 조금 아쉽지만 '일상적인 주행'을 이행하기엔 최적의 셋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쿠페라는 점이 돋보였다.
여기에 시트와 후륜이 가까이 있어 코너에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가볍고 또 부드럽게 후륜이 움직이는 느낌이 깔끔히 전해지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 하나라도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연출되는 건 정말 좋은 평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운전자가 긴장을 하거나 '힘을 주어'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루기도 좋고, 또 운전자에게 필요 이상의 피로감이나 긴장감을 전달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컴포트는 죄가 아니다
재규어 F-타입 P300에 대한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컴포트 드라이빙은 죄가 아니고 또 잘못된 것도 아니다. 운전자가 차량을 다루는 시간 동안 차량으로 인해 '불필요한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섬세한 셋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재규어 F-타입 P300은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선사하는 셋업을 추구했다면 아마도 더 매력적인 쿠페로 여겨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너무 렉서스스러운 것 아니냐?'라는 비난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 / 사진: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