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으로 노 젓고, 나 홀로 해변산책...여유가 일상인 그곳
시드니에서 숄헤이븐까지 호주 동남부해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짐작은 했지만 참 큰 나라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는 파푸아뉴기니를 지나 호주 상공에 들어선 후에도 3시간 넘게 더 날아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총 10시간 30분의 비행시간 중 3분의 1을 호주 상공에서 보내는 셈이다. 호주의 전체 면적은 남한의 77배,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만 해도 8배 크기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숄헤이븐(Shoalhaven)까지 이어지는 호주 동남부 해안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잘 보존된 생태, 이를 활용한 다양한 레저가 발달한 지역이다. 최대 도시 시드니와 수도 캔버라 시민이 즐겨 찾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숄헤이븐은 작지만 큰 도시다. 서울의 7배가 넘는 면적에 10만 명이 조금 넘는 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니 그들 나름의 치열한 삶의 현장도 한국인의 눈에는 여유로운 일상으로 비친다.
시드니에서 이곳까지 가자면 울런공(Wollongong)을 거친다. 해안 절벽으로 이어진 도로 한쪽은 눈부시게 맑고 푸른 바다, 남태평양이다. 가파른 절벽을 관통하는 그랜드퍼시픽 드라이브(Grand Pacific Drive) 관광도로가 특히 풍광이 좋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라면 전망 좋은 언덕마다 대형 카페가 줄줄이 들어섰을 테지만 이곳에는 식당과 소규모 숙박업소가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황제의 언덕마을’쯤으로 해석되는 ‘임페리얼 클리프턴(The Imperial at Clifton)’에서의 식사는 그만큼 특별하고 여유로웠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근에 심비오 야생동물공원(Symbio Wildlife Park)이 있다. 사실 호주에 가면 이 대륙에만 서식하는 코알라, 캥거루, 웜뱃 등 희귀한 동물을 수시로 볼 줄 알았다. 노란 바탕에 캥거루가 그려진 경고 표지판이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지만,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실제 캥거루와 마주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탐험가가 아닌 이상 호주에서도 이들을 보려면 역시 동물원에 가야 한다는 말이다. 심비오 공원은 호주에만 있는 야생동물을 모아 놓은 곳이다. 멀찍이 떨어져 철창에 갇힌 동물을 구경만 하는 곳이 아니다. 직원의 도움으로 코알라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여행객이 먹이 주머니를 들고 등장하면 인근 숲속에서 작은 캥거루가 하나둘씩 모여든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꿈같은 시간을 선사하는 곳이다. 입장료는 성인 42호주달러(약 3만7,300원), 15세 이하 어린이는 27호주달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울런공을 지나 숄헤이븐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해안과 작은 마을, 야생의 숲을 두루 관통한다. 푸른 초원 너머 쪽빛 남태평양이 펼쳐지는가 하면, 도로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원시림이다. 드라이브 자체로 안구가 정화된다.
맹그로브숲 카약, 돌고래 투어… 레저 천국 저비스베이
저비스베이(Jervis Bay)는 숄헤이븐의 해양레저 천국이다. 육지에 둥그렇게 둘러싸인 내해가 커다란 항아리 주둥이처럼 바깥 바다와 연결된 지형이다. 한국으로 치면 영일만쯤 될까. 차이라면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땅과 바다, 하늘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점이다. 커다란 만에서 갈래를 친 작은 만에서는 시민들이 잠잠한 수면에서 패들보드와 카약을 즐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하고 얕은 바다로 천천히 노를 젓는다. 물그림자가 일렁거리는 수면 아래에 어린 숭어 떼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헤엄치고, 이따금씩 대형 가오리가 보트 주변으로 유유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육지와 가까운 더 얕은 바다에는 맹그로브가 물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최고 수령이 600년이나 된다는 무성한 맹그로브숲은 물고기의 은신처이자 새들의 쉼터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 지역 생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숲이다. 노를 저어 바다 위 원시림을 헤치며 미끄러지는 경험은 이곳이기에 가능한 투어다.
출발 지점 맞은편 해안에 배를 대고 가느다란 숲을 가로지르니 광활하고 새하얀 해변이 비밀의 공간처럼 나타난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 현지 가이드가 선글라스와 선크림 챙기는 걸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투과된 태양이 바다와 해변에 사정없이 부서진다. 모래와 파도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반짝거린다. 물결이 얇게 번지는 드넓은 해변에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이 이따금씩 지나가고, 몇몇은 멀찍이 떨어져서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 고기를 잡는 건지 세월을 낚는 건지, 절박함은 없어 보이는데 사뭇 진지하다. 일상이 여유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호텔 예약은 호텔스컴바인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곳 해변이 유난히 눈부신 이유가 있다. 저비스베이에서도 하이엄스비치(Hyams Beach)는 호주에서 가장 모래가 희고 고운 곳으로 유명하다. 밀가루처럼 알갱이가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파도는 해수욕을 즐기기 적당하게 밀려들고 밀려나간다. 더러는 그 넓은 백사장에 파라솔을 치고 파티 형식으로 해변식사를 즐긴다. 얼음 통에서 냉기를 머금은 맥주와 포도주, 시원한 과일과 음료가 곁들여진다. 분위기로 즐기는 식사이니 맛은 따질 필요도 없다. 맨발로 걸으면 더욱 좋은 백사장, 부드럽고 깊게 부서지는 에메랄드빛 파도, 눈부신 햇살이 해변의 파티를 더욱 근사하게 만든다.
해안도 주변 숲도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것 같은데 지역에선 관광객이 몰리며 자연이 훼손될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해변 입구에 자원봉사단체 ‘숄헤이븐 부시케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주민들에게는 정원관리 부산물을 숲에 버리리 말라는 부탁과 함께 퇴비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여행객에게는 살아 있는 식물은 물론 고사목에도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과 미래의 소중한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시의회와 주민이 인식을 같이하는 모양이어서 작지만 부러운 표지판이었다.
저비스베이에서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돌고래 투어다. 관망하기 좋도록 제작된 크루즈선에 올라 넓디넓은 바다로 고래를 찾아나선다. 미리 고백하자면 그날의 투어는 실패였다. 돌고래가 떼를 지어 선박을 따라 온다든가, 뱃머리에서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기적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배가 저속으로 이동할 때마다 목이 빠져라 바다를 주시했지만 돌고래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 2시간 걸리는 투어에서 가끔씩 한두 마리가 자맥질하며 등과 지느러미를 드러내 보였을 뿐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의외로 참가자들 표정에서 실망하는 기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기대만큼 황홀한 돌고래 쇼는 보지 못했지만 시원하게 바닷바람을 맞는 선상 크루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투어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배에서 음파를 발사해 돌고래를 유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니 마음의 부담은 오히려 덜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이들은 별도의 비용을 내고 배 뒤편에 설치한 그물에서 파도타기 체험을 즐긴다.
한적한 농장과 바다에서 즐기는 특별한 식사
저비스베이에서 다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몰리묵(Mollymook)은 도시인의 주말 별장이 많은 한적한 해변 마을이다. 2km 넘게 휘어진 해변엔 인적이 드물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변에서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방해 없이 파도타기나 책 읽기 등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긴다. 이틀간 묵었던 호텔(Bannisters Pavilion)도 여유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커튼을 열면 유칼립투스 숲이고, 남국의 이국적 새소리가 새벽잠을 깨웠다. 길거리에 차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아침에 잠깐 문을 여는 호텔 앞 간이 카페에는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몰려드는 낯선 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주변 도로변엔 간간이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다. 눈이 시린 초록 들판에서 소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어차피 운명은 정해진 것 아닌가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파트처럼 좁은 우리에 갇혀 사료만 먹는 한국의 소들과 비교해 최소한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셈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근 큐피트에스테이트(Cupitt's Estate)는 이러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팜스테이다. 초원 전망의 독립형 숙소와 와이너리, 지역 농산물 위주의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완만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식당 아래로 경관용으로 조성한 포도농장과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호주 특산 흑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초지 뒤로 강물이 느리게 휘돌아나간다.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과 맥주를 곁들이며 어른들이 느긋하게 만찬을 이어가는 동안 아이들은 저녁 햇살이 부드럽게 스미는 포도덩굴 아래서 그들만의 이야기와 놀이로 추억을 쌓는다.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한번쯤 꿈꾸는 완벽한 저녁식사다.
시드니 북부 혹스베리강이 바다와 만나는 무니무니(Mooney Mooney) 지역에서는 특별한 굴 투어(Sydney Oyster Tours)가 인기다. 굴이야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더 흔하지만 운영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부두에 도착하면 참가자들은 보트를 타고 굴 양식장으로 이동한다. 집 한 채 없는 한적한 섬 바다 위에 식탁이 차려져 있다. 갓 따온 굴과 새우 한 접시에 포도주까지 올려져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참가자들은 가슴까지 덮이는 방수바지를 입고 식탁으로 이동해 준비된 도구로 직접 굴을 까서 시식한다. 하인의 복장으로 왕의 상차림을 받는 격이다. 상큼한 레몬즙을 곁들여도 좋고 그냥 먹어도 간간하고 싱싱하다. 굴 시식이 끝나면 또 다른 무인도로 이동해 해변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즐긴다. 잠시 2001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어웨이’ 같은 분위기에 젖는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척하며 살다가 강제로 휴식당하는 상황이 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진다.
● 취재 협조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Destination NSW)
숄헤이븐(호주)=글·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여행 계획의 시작! 호텔스컴바인에서
전 세계 최저가 숙소를 비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