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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돌아온 간호장교 75명 “코로나와 싸운 다른 장병도 기억해 달라”

임관 즉시 의료 지원 ‘전쟁 같았던 5주’ 소회

“진료 때마다 감사하다 말하던 환자 덕분에 자신감”

한국일보

코로나19 의료지원 임무를 마친 신임 간호장교들이 7일 국군의무학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혜민ㆍ김슬기ㆍ홍수연ㆍ김지현ㆍ최지민 소위. 국군의무학교 제공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심각해져 간호 인력이 부족한 국군대구병원에 5일부터 신임 간호장교 75명 전원을 파견하기로 했다.”


졸업 및 임관식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3월 1일. 정의숙 국군간호사관학교장(육군 준장)은 간호사관학교 60기 생도 75명을 불러 모은 뒤 예상 밖의 명령을 내렸다. 같은 달 9일로 예정됐던 졸업 및 임관식도 3일로 앞당겨졌다. “내 딸을 보내는 심정이다. 여러분은 신임 간호장교지만 선배인 내가 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가서 열심히, 안전하게 임무를 마치고 왔으면 좋겠다.” 정 준장이 생도 전원의 이름을 한 명씩 힘주어 부르며 눈을 맞췄고 당부사항도 일렀다. 당시를 떠올리던 최지민(23) 소위는 7일 “미안해 하시면서도 저희를 믿는다는 느낌이 들어 울컥했다. 학교장께서 파견 소식을 알리면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줬던 게 파견 기간 힘이 됐다”고 했다.


군 당국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대구 지역 코로나19 민간 확진자를 수용하기 위해 3월 2일 국군대구병원을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갓 소위 계급장을 단 신임 간호장교 75명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새내기 간호장교 전원이 임관 직후 임무에 투입된 건 이례적이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던 대구ㆍ경북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얘기다.


언론을 통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터라 신임 간호장교들은 동요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간호사관학교 깜짝 방문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김지현(24) 소위는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간호사관학교를 방문한 것을 보고 ‘보통 일이 아니구나’ ‘대구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대구로 가는구나’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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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지원을 위해 국군대구병원에 파견됐다가 복귀해 보수 교육을 받고 있는 육군 소속 신임 간호장교들이 7일 국군의무학교에서 '덕분에챌린지'를 하고 있다. 국군의무학교 제공

동기들과 함께 각오를 다졌지만 첫 임무는 쉽지 않았다. 5일 대구 도착 직후부터 확진자 간호 때마다 입어야 했던 레벨 D 보호복 무게만큼이나 입원해 격리된 환자들의 우울함, 답답함도 그들을 짓눌렀다.


그러나 동기 간 격려는 힘이 됐다. 본인들이 감염돼 격리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간호장교들을 걱정하는 환자들의 위로도 그들을 지탱하게 했다. 김슬기(23) 소위는 “이상 징후를 살필 때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고 하시던 50대 여성분이 기억난다”며 “막 간호사 면허를 따고 첫 근무지에 온 어린 간호장교를 존중해 주시는 모습에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구나’ ‘간호장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러내지 못했던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다. 홍수연(23) 소위는 파견 중이던 3월 29일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안의 막내’인 자신을 남달리 아껴주셨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홍 소위는 꾹 참고 동기들에게도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제가 장례식장에 가면 다른 분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어 꾹 참았다”며 “임무 때문에 고생하는 동기들이 더 힘들어 할까 봐 알리지도 않았다”며 울먹였다. 홍 소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환자들을 보면서 이분들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일 테니 더 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쟁 같은 5주였지만 파견 임무가 끝났다는 말을 들었을 땐 아쉬움도 남았다고 한다. 곽혜민(23) 소위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힘들긴 했지만 처음 임무 시작했을 때 입원했던 분이 저희가 나올 때까지 퇴원하시지 못하고 계신 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남겨진 환자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신임 소위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임관 후 임무에 투입됐던 75명이 지난달 학교로 무사히 돌아오자 정 준장은 그들을 보낼 때처럼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그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코로나 전선에 투입됐던 간호장교들은 복귀 후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다. 이어 해ㆍ공군 소속 소위들은 각자 소속 군으로 돌아갔고, 육군 소속 소위 69명은 국군의무학교에서 8일까지 ‘간호 신임지휘참모과정’ 교육을 받고 있다. 11일부터는 각자 부대에 배치된다. 김슬기 소위는 “임관하자마자 임무에 투입된 저희가 주목을 받았지만 병원 설치 임무에 투입된 공병이나 마스크 제작에 투입된 장병 등도 다 함께 코로나와 싸웠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곽 소위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다시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누가 묻지 않더라도 자원하겠다”며 “이번 임무로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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